조용하고 단단하게, 나만의 속도로

오늘도 나답게 살아가기(11)

by 녕이담

삶의 흐름 속에 몸을 맡기고 살아가다 보면,

시기마다 만나게 되는 인연들이 등장하게 되어서

사람마다 그 삶이 한 편의 극처럼 보인다.


그 흐름 속에서 현재의 내가 어떤 위치에 있을지

궁금해진다.

일단 잘, 살아보기 위해 여전히 병원-집을

부지런하게 오가는 시간 속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도 틈틈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


병원의 인연 중 이제는 나의 언니가 된 한 사람.

R이라고 칭할 그녀와 18년도 가을,

어느 카페에서 만나 수다를 떨던 중에

갑자기 '오사카' 여행을 함께 가기로 했다.


이전 후쿠오카 여행 때 이런저런 준비하던 내 모습을 보았어서

두 번째 여행으로 오사카를 가면 어떨까 제안에

바로 좋다고 대답을 해 그대로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틈틈이 만나 어떤 코스로 갈지 일정을 짜고, 비행기 표와 숙소 예매,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알아보면서 메신저로도 하나씩 확정한 내용들을

공유해 가면서 날짜를 꼽는데 설렘이 가득했다.


"그때까지 아프면 안 돼!"가 우리의 구호처럼 외쳐가며 시간이 흘러

드디어 여행날.


아침 비행기라 해도 뜨기 전인 새벽부터 일어나서

며칠 전부터 싸기 시작했던 짐을 마저 쌌다.


약과 물품들이 캐리어를 가득 차지한 것과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 덕분에 옷까지 겹겹이 껴입느라 찬바람에도 땀이 흘렀다.


다행히 오빠가 차로 공항까지 데려다 주어 그나마 크게 힘들이지 않고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까지 오는 동안 뜬 해와 완연한 아침을 맞은 공항이 점차 밝아지고,

인적이 적었던 공간에 점차 사람이 늘어가는 것을 구경하다 보니

R이 도착해 캐리어를 끌며 나에게 뛰어왔다.


출국을 위한 절차를 밟고, 이전처럼 품속에 영문 소견서를 간직하며

비행기를 타기 전에 면세점에서 간단한 쇼핑도 하고, 졸음이 쏟아지는

눈을 뜨기 위해 커피도 마시고, 시간에 맞추어 비행을 시작했다.


도착해서 우선 숙소에 들러 짐을 두고 간단한 짐만을 챙겨 길을 나섰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기모노를 입어볼 수 있는 곳이 있어

미리 체험에 대해 예약을 해두었기에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지도를 보며 겨우겨우 도착한 곳.

친절한 사장님의 안내대로 각자 입고 싶은 색상과 디자인의 옷을 고르고,

허리띠(오비)까지 고르고 나면 속 안의 옷부터 시작해 겹겹이 옷을 입기 시작했다.


마무리로 미리 골라둔 오비로 사장님이 허리를 동여매기 시작하는데,

정말 '허걱'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허리 벨트를 매는 정도가 아니라, 압박 붕대로 장과 폐를 압박하는 느낌이라

목구멍으로 장기가 튀어나오지는 않을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원래 이런 것이라며 웃는 사장님의 미소가 어쩐지 얄미웠지만..

한편으로는 예전에 본 일본 만화책에서 본 여자 주인공이 기모노를 입으며

나처럼 '으악!'하고 비명을 지르던 장면이 떠올라 금세 못 본 척했다.


옷에 어울리는 헤어스타일까지 매만져주신 덕분에 가게를 나설 때

완벽한 기모노 차림새와 나막신(게타)을 신고 종종 대는 걸음을 가지게 되었다.


셀카봉과 휴대폰을 들고 근처에 사진 찍기 좋은 공원이 있다고 해서

걸음을 옮기는데 생각보다 좁은 치마폭으로 인해 큰 걸음을 걸을 수 없고,

게타를 신은 발은 금세 아프기 시작해서 할 수 없이 천천히 걸어서

거리를 구경하며 해가 지기 직전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었다.


이곳저곳을 누비며 한참을 예쁜 사진을 남기기 위해 쉼 없이

셔터를 눌러댔고, 휴디폰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 다시 되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숙소로 다시 돌아와서 허기가 가득한 늦은 식사를 해결하며

1일 차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다음 날을 기약했다.


(오사카 에피소드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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