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기다리며
매년 휴가철이 돌아온다.
어렸을 때는 여름 방학과 휴가철을 굉장히 신나게 맞이했던 듯한데,
어째 나이가 들수록 시들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하게 된다.
내향형이라 그런걸까 했다가도 막상 놀러 나가면 여기저기 구경하고 기웃대는 것도 참 좋아하는데 말이다.
아마도 급속으로 방전되는 체질이 점점 나를 변화 시킨 것인가 짐작해본다.
게다가 어릴때는 본인이 챙길게 뭐가 있겠나.
전부 엄마가 바리바리 싸간 짐과 몸만 맡기면 될 일이었는 것을.
그때가 참 편했는데.
장기 입원을 해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올때는 가볍게 가방 하나로 들어왔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여기저기 늘어난 짐을 아무리 정리하고 보내도
계속 불어나는 것을.
1평쯤 될까 싶은 병상, 공간 가득해진 짐들을 다들 농담으로 건네던 "너희 집도 트럭 불러야겠네" 라는 한 마디들.
덕분에 일찍부터 나름 택배나 짐을 곧잘 싸는 사람이 되었기에 입원 짐과 여행 짐 모두 어렵지 않다.
문제는 가정에서 하는 정맥영양.
식이가 전혀 불가능 하거나 먹으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보다 현저히 적은 음식 섭취로 인한 영향 불균형 때문에 반드시 매일 해야만 한다.
정해진 스케줄과 하루 공급 칼로리를 잘 보충하는 것은 일반인이 하루 삼시 세끼(혹은 두끼)의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 모양새와 같다.
이 때문에 어딘가를 갈때는 늘 사전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물품 목록을 체크하여 준비해야 한다.
성인의 몸이라 필요한 공급도 아이들의 2배 이상.
그래서 나의 여행 짐은 늘 타인의 2배를 싸야 하고, 액체로 인해 무게는 10배에 이른다.
첫 여행 때부터 늘 이고지던, 나와 함께 떠나준 이들도 막연히 말로만 듣던 것과 달리 직접 눈으로 보고 나면 선뜻 여행을 떠남이 어렵다는 것이 와닿나보다.
어쩌다 떠나는 나의 여행이 sns에 올라올 때, 참 기뻐해주던 이들의 모습이 코 끝 찡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코시국 이후, 직장이 생기고 동시에 잦은 입원이 몇 년간 반복이 되면서 국내외 여행의 의지도 뚝 끊겨버렸다. 매번 짐이 한가득인 짐을 질질 끌고 오가는 것에 지쳐버린 것이다.
우스갯 소리로 '이게 나의 삶의 무게' 아니겠냐고 할 만큼.
그래도 여행을 가보면 나아지지 않겠어? 하는 마음에 작년에는 한창 여러 숙소를 둘러 봤다.
그러다 리스트를 보니 대부분 화려한 도심을 벗어나 조용하고 한적한 곳들이 안에 한 가득이었다.
아마도 내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와 보내는 시간이 아닌 나 자신과 보내는 여행이었었나보다.
사람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때론 누군가와 소통하려 애쓰지 않고, 감정을 다스리려 하지 않은 채 맛있는 커피 한잔과 소소한 음식과 같이 오롯이 나만을 위한 그런 시간들 말이다.
예약을 누를까 고민을 거듭하다 이벤트가 생겨 결국 뜻을 이루지는 못했었지만 언젠가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볼 나에게 조용한 휴식을 선사해주고 싶다.
그래도 올해는 아주 오랜만에 여름 휴가를 간다.
올해 태어난 첫 조카와 처음으로 함께 휴가를 곧 떠나게 되었는데, 크면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무의식이라도 아주 조금은 설레고 신나하던 고모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다가올 휴가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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