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단단하게, 나만의 속도로

오늘도 나답게 살아가기(15)

by 녕이담

여자의 삼십 대는 무엇일까.


주변의 친구들이 제 짝을 찾아 결혼하고 육아를 시작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했다.

직장에서도 또래의 사람들은 결혼을 한 사람이 대부분이고 가끔 늦게 하는 사람 한 두 명 정도가 남았다.


그래서인지 20대 후반에 접어 들자 주변에서 묻기 시작한다.

'남자친구 있어요?' '결혼 안 해요?'


결혼한 여자들에게서 유독 많던 질문을 들으며 그들의 세상은 어떻게 보이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어느 날 회의를 마치고 소개팅 이야기가 나오더니 급작스러운 제의를 받게 되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라 심히 놀라 동공지진이 일어난 속마음이 마스크로 가려진 건지, 주변에서도 신나서 권하기 시작해 온통 어질어질한 정신이 날아다니는 듯했다.


그러나 거절의 말을 내뱉기 전 상대방의 얼굴에는 호의가 가득해서 멈칫했다. 좋은 뜻으로 제의 해준 진심이 느껴져 말을 골라 정중히 사양하고 나중에 슬쩍 건강에 대한 문제로 누군가를 만날 경황이 없음을 밝혔다.


아주 어릴 때부터 연애도, 결혼도 일찍부터 선을 그어두고, 누군가 그 선을 넘어오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넘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 굳게 다짐했던 마음.

또래들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니 나의 지인이자 고용주이신 B께서도 좋은 사람을 만나보면 어떻겠냐고 얘기하시면서 너무 가두어두지는 말라고 해주셨다.


물론 아픈 사람으로서 그런 선을 그어둔 이유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꼬마이던 시절부터 '백마 탄 왕자님'을 꿈꿔본 적 없고, 병원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결혼 생활은 정말 좋은 것일까'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


저마다 다르다는 것도 알고는 있기에 상상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내 상상 속 나의 모습은 낭만 한 조각 없이 너무 현실적이라 누군가가 옆에 있는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픈 나의 모습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가 함께 짊어지고 책임지기를 나 자신이 바라지 않았다.


나의 외로움은 나의 것이라 누군가가 해결해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더욱 내가 외로워서 누군가에게 그 외로움을 메울 존재로 대하여 만나고 싶지도 않고.


저마다의 소중한 삶, 누군가의 귀한 자식.

만약 내 자식이 이런 여자를 만난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말을 하면 또 누군가의 케이스를 예를 들며 야, 너도 할 수 있어 같은 용기를 주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좋은 뜻을 담은 말 한마디도 상대가 들을 때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권하거나 혹은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는지 한 번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공감해 본다면 어떨까.


그래도 쉽게 권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과 함께 마치 결혼만이 정답인 것처럼 '나중에 외롭지 않으려면 결혼을 해야 돼'라는 말을 듣다 아, 사랑해서가 아니라 외롭지 않기 위해 결혼을 하는 건가? 결혼하지 않은 이는 실패인 걸까? 그보다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되었는지 의사를 먼저 묻고 아니라 해도 홀로 사는 삶을 존중받을 수 없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서 이어졌다.


어려움을 이기고 결혼하신 분들을 보면 저런 사랑이기에 결혼까지 할 수 있었겠지 생각이 드는 이들이 많다.

그들도 남모를 수많은 어려움들이 있었겠지. 그래도 그것을 뛰어넘어서라도 함께 하고픈 이유가 있었기에 결실을 맺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어느 날 스승님과도 그런 주제의 이야기를 하게 되어 나는 당당히 말했다.

"저는 혼자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사는 게 꿈입니다!"

처음엔 다소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시던 선생님도 나중에는 "그래, 그래라"고 하셨다.

어쩌면 내 마음을 짐작 해주신 걸지도 모르겠다.


결혼=행복 공식이 나에게도 적용이 될 거라 여겨 결혼을 하기엔 어찌 보면 도박, 자식을 낳는 기쁨만을 기대하기엔 온전히 한 사람으로 키우기까지는 많은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여린 생명들을 충분히 키워나가는 것을 곁에서 바라보며 나라면 아픈 아이를 저렇게 키울 수 있을까 상상해 봤다.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것을 '엄마'라는 이름, '부모'라는 이름으로 해내는 이들이 존경스러웠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올해 대략 800만 명 정도로 매년 늘고 있는 혼자 가구.

그들이 혼자 사는 이유는 원하던, 원치 않던 제각각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들 중에는 나와 같은 환경에 있을 이들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럼에도 분명 힘든 세상 속에서 의심하지 않고, 믿어주고 곁에 머물러줄 인연이 다가올 때 그 손을 잡고 나아갈 용기 있는 이들도 있겠지.

만약 내게도 그런 존재가 생긴다면 혹시 알까.


인연도 각자만의 속도가 존재할 것이다.

나의 인연만큼은 전혀 근심 없이 나만의 속도의 삶을 충실히 살아갈 것이다.


#인연 #나만의삶존중필요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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