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속도

어느 한 여름밤의 꿈

by 녕이담

아주 오랜만에 꿈을 꿨다.


눈을 반짝 떠서도 순간 현실적인 꿈을 꿔서 어리둥절할 정도.


내가 첫 장례식을 갔었던 그가 꿈에 나왔다.

얼굴은 그대로였나? 아니면 조금 더 나이가 들었던가? 그것은 잘 모르겠다.

현실적으로 각자의 삶을 소화하다 '우연히' 만나 서로 살았던 이야기를 하면서 애환을 토로하던 모습이 너무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웠음은 분명했다. 깨고 나서도 헷갈린다 여겨졌을 정도로.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이리저리 움직이는 나를 어떤 눈으로 바라봤는가는 꿈속에서도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이전에도 더러 나의 꿈에 방문하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꽤 오랜 시간을 오지 않았었다.

그것에 대해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는데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고 지난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기 시작해서인 걸까.

오랜만에 만난 기쁨보다 삶의 피로가 가득 해보인 그의 모습이 꿈에서 깨고 나자 희미한 잔상으로 남아있다.




휴가를 다녀오고 나서 찌뿌둥한 몸과 근육통이 오기 시작하더니 다음 날부터는 편도염이 오기 시작했다.

목이 아파서 말하기가 어려워 집 앞에 위치한 내과에 가자 인상이 좋으신 연로한 의사분께서 이리저리 보시고는 나의 증상을 주욱-읊으시며 '이게 뭔지 알아요?'라고 물으셨다.

그냥 감기 아닌가...?


의아한 표정으로 글쎄요... 말 끝을 흐리자 경쾌(?)하게 '냉방병!'이라고 외치시는 모습이 다소 얼떨떨했다.

아, 네........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하며 리조트 내부에 달달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에어컨과 문 밖을 나서면 닥치던 뜨거운 열기에 마치 냉동실 만두처럼 얼었다 녹았다 하던 모양새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일리가 있네.

이후 냉방병 대처 팁까지 알차게 알려주시며 약을 처방해 주셔서 주사를 맞고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약봉지 옆에 약봉지. 또 그 옆에 약무리.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광경에 으음 - 소리가 절로 나와 약 먹는 시간 배치를 고민하며 부지런히 간식과 약을 먹었다.


자기 전에 먹은 약들에 졸음이 오는 성분이 들어있던 덕분인가?


중간중간 깨면서도 이런 꿈을 꾸고, 어제보다 멍하고 피로한 것도 덜했다.

목이 아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것만 빼면 괜찮은 오늘의 시작.


오늘의 연재분인 '조용하고 단단하게, 나만의 속도로'의 저장분을 예약해 두고 지금 쓰고 있는 '일상의 속도'를 비롯해 내가 에세이를 쓰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떠올려봤다.


태어날 때부터 가진 질환으로 남들과 다른 걸음으로 걸어와야 했던 길.

그 길에서 좋은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힘든 일만 가득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늘 어려움이 있었을 뿐.


한 때는 나의 상황보다 더한 이가 있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가족들이 생계를 위해 중학생 때부터 홀로 병원 생활을 시작하고 만나 인연들과 목도한 여러 질환.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대하는 여러 방식 속에서 느끼고 생각하게 도니는 것들이 많아졌다. 어릴 때부터 질환을 가지고 사는 이들 대부분이 희귀 난치성질환이다.

그 마저도 대부분은 질환의 '인지도'가 없어서 경제적 부담감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 특히 사회적 시선 같은 것들 때문에 자신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다.


삶의 페이지에 남아 있는 인연들과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일들. 짧은 생의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노력을 담아 보통의 사람과 같은 속도를 쫓기 위해 노력하는 저마다의 모습들을 단 한 줄로라도 담아 세상에 얘기하고 싶었다.


나의 부족한 글로라도.


어쩌면 그런 나에게 응원을 건네주려 잠시 꿈에서 들러준 것이 아닐까? 나만의 상상을 더해보며 처서가 지나도 더운 날씨. 오늘 꾼 어느 한 여름밤의 꿈을 페이지에 남겨본다.




화,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