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속도

코로나와 시작하는 9월

by 녕이담

입추도 지났고 처서도 지나갔다.

그러나 습한 공기가 가득해 더위에 땀을 흘러 아직도 여름같은 9월이 시작되었다.


아마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 될 사이버대의 개강과 한 달간 숨고르기를 하던 직장 팀내 일도 다시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의 코로나도 시작되었다.


전세계 팬데믹 시대를 연 코로나 사태가 세상을 혼란스럽게 할 동안 만성질환자들에게 코로나 예방은 생존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적 사항이었다.

그 덕에 몇 년간 마스크로 꽁꽁 싼 얼굴로 살아가다 이번 여름의 더위에는 도무지 안되겠다 싶어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벗고 맡는 공원의 풀냄새, 도로에 새로 깐 아스팔트의 독한 냄새, 흙먼지의 매캐함과 습도 높은 공기.

숨을 쉬는 자유 하나 조차도 이리 좋은 것이라는 것을 코로나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된 것 중 하나이다.


휴가 직후 몸살 감기인줄 알고 집앞에서 감기약을 처방 받아 왔다. 그러나 계속 심해지는 편도염의 통증에 잠을 도통 자지 못하고 다음 날 미열이 있어 조금 더 거리가 있는 이비인후과 전문병원으로 향했다.


으슬으슬하고 근육통이 쑤시는 몸.

병원에서 잰 체온이 37.9로 나와 잠시간의 대기 후 진료를 보자마자 코로나일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PCR 검사로 확인을 해보겠냐는 물음에 그러기로 했다.


대기 하면서 몽롱한 정신에 눈을 감고 기다린 15분 후, 선명한 두 줄을 보여주며 코로나 확진과 함께 수액이랑 진통제를 맞고 가라고 처방이 나와서 한 층 위의 수액실로 걸음을 옮겼다.


가지고 있던 중심정맥관 줄에 연결 후 침상에 누워 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보는 동안 긴장이 풀려서인지 눈이 가물가물해졌다.


토막난 토끼잠을 잠깐씩 깊게 자면서 열이 떨어지기 시작했는지 땀이 솟아났다. 얼추 거의 다 맞아가는 수액에 멍한 정신을 가다듬었다. 다 맞은 진통제를 정리해주는 간호사 선생님들께 인사를 건네며 병원에 간지 거의 3시간이 지나서야 나설 수 있었다.


5일간 먹어야 할 약봉지 하나를 더 챙겨 들고 오기 전 보다 조금 가뿐해진 몸을 움직여 집으로 오는 길. 큰 공원을 사박사박 가로지르며 고요한 광경을 감상했다.


평일에 인적이 드문 시간인지라 휙하고 날아 쫑쫑쫑 뛰어대는 까치와 새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듯 휙휙 잘도 돌아다닌다.


여름 내내 초목이 어지럽게 자라 어딘지 자연과 가까운 모습의 공원을 바라보며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

뜨거운 햇살로 흐르는 땀에 잠시 벗었던 마스크를 다시 쓰고 집에 와서 알록달록 여러 색을 뽐내는 약 한웅큼을 꺼내 먹었다.


한 숨 자고 그 다음 날이 되니 확실히 코로나의 양상이 절차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났다. 목소리는 더 나오지 않고 미각과 후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증세를 '오, 이런 느낌이구나'하고 감탄하며 한창 때의 코로나는 이런 사실들을 실시간으로 비교해보면서 서로 확인 했었으니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냄새를 맡아도 무슨 냄새인지 느껴지지 않고, 맛을 봐도 그나마 단맛은 조금 느껴지지만 다른 맛은 잘 느껴지지 않아 끼니를 먹어도 영 맛이 없어 식욕이 떨어졌다.


그래도 약을 먹기 위해 꼬박꼬박 끼니를 챙겨 먹었지만 그 좋아하는 커피의 향도 맛도 못 느끼는 것은...나에게 참 슬픈 일이었다.


목소리도 안 나오고 목에 자극도 줄여야해서 강제 묵언수행을 하게 된 덕분에 직장에도 며칠 병가를 냈다. 오랜만에 먹고 자며 끙끙 앓기만 하는 하루를 보내니

그래도 며칠 사이 칼로 베이는 듯하던 인후통이 조금씩 가라앉고 목소리도 나오니 한결 나아진 상태다.

역시 시간이 가장 좋은 약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끼며 어서 컨디션이 돌아와 나의 오감을 되찾기를 바란다.


또한 우리에게 미각과 후각과 같은 감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며칠간 깨달으며 맛있는 음식과 좋은 향기, 커피의 고소하고 은은한 냄새를 그리워하며...

감각을 느낄 수 있음이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감사함으로 남겨본다.


부디 이번주가 지나면 컨디션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화,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