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속도

여름휴가를 다녀오다

by 녕이담

정말 오랜만에 떠나게 된 가족휴가.

게다가 이번에는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이다.


오빠 부부와 조카, 강아지까지 함께 집에서 1시간 거리의 을왕리로 떠났다.


생애 처음으로 장거리 여행을 하게 된 조카는 여전히 오동통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다 방긋 웃는 아기.

내민 손을 꼭 그러쥐는 아가를 어른 4인이 번갈아가며 어르고 달래며 컨디션에 따라 스케줄을 진행하면서 한 아이가 자라기 위해서 온 마을이 키운다는 말을 실감했다.


비교적 얌전한 아가. 작은 몸짓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체온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우리는 아기가 무리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첫날은 저녁을 먹고 잠시나마 바다를 구경하며 사진도 남겨보았다. 애와 개를 모두 데리고 온통 우당탕탕 난리통에 정신을 쏙 뺄 지경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 속, 정신없는 와중에도 오랜만의 바다는 좋았고. 작은 어선이 뜬 서해 바다 위의 초승달을 보며 불어오는 습기 가득한 짠내가 여행을 실감하게 해 주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다음날 오빠부부가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어 처음으로 조카와 같이 밤을 보내게 되었다.


밤새 손녀딸의 엥 소리만 들어도 일어나던 엄마와 난 선잠을 자서 피로했지만 해가 뜨면 일어난다는 아침형 인간 조카의 미소 덕분에 그마저도 좋았다.


그렇게 시작한 이튿날. 비가 오다 말다 우중충한 날씨와 조카의 미열에 오후에 수영을 하기로 한 계획을 변경했다.


조금 따뜻한 머리에도 얌전히 웃으며 노는 아기를 다들 걱정스러워하던 것이 통했는지, 다행히도 늦은 오후부터는 열이 떨어지게 되었다. 저녁은 리조트 내부의 식당에서 가볍게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고 건너편에 위치한 유명하다는 전망 카페를 가기로 했다.


정말 웃프게도 전망을 위해 높게 위치하다 보니 가파른 경사를 자랑했는데 술을 마시고 나서라 운전이 불가해져서 난감했다. 다른 길이 없는지 전화를 해봐도 없다는 답변. 결국 큰맘 먹고 걸어 올라가 보기로 했다.


한 명은 조카를 안고, 한 명은 개를 데리고, 또 한 명은 유모차를 끌고, 나머지 한 명은 옆에서 받쳐주며 달밤에 등산하듯 가파른 길을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면서는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잠시간 스치기도 했다.


어쩐지 스멀스멀 나오는 실소를 삼키며 도착한 카페는 늦은 시간이라 거의 텅 비어 있었고, 밤이라 리조트 불빛외애는 풍경이 보이지 않아 헐떡이는 숨을 내쉬며 우리는 다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잠시 음료를 마시고 숨을 돌리며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기기기로 하였다.


돌아온 리조트 내부 시설의 네 컷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속 온통 우당탕 소리밖에 안 날 듯 엉망진창 사진이 찍혀버렸다. 사람 5명과 개 한 마리의 식구가 담긴 사진이 우스꽝스럽고 사랑스럽게 남아있게 되었다.


2박 3일을 마치고 오면서 점심을 먹고 우리 집에 머물다 가기로 해 차례로 도착하자마자 절로 '아, 집이 최고다'라는 말이 모두의 입에서 자동으로 나왔다.


돌아오자마자 현실의 일상이 닥쳐와 엄마는 친구 어머니의 생의 마무리 인사를 위한 장례식을. 오빠는 후배의 결혼식을 위해 다시 길을 나섰고, 남은 세 여인과 개 한 마리는 집에서 휴식을 가졌다.


저녁 늦게 오빠네 가족들이 집으로 가고 나자, 그동안 정신력으로 버텼었는가 몸살이 날듯한 매우 강한 피로감과 근육통이 몰려왔다.


엄마와 함께 이고 지고 갔던 수액으로 조금씩 보충을 하긴 했지만.. 환경적인 여러 불편함 때문에 휴식이 모자랐기 때문인가 보다.


큰맘 먹고 떠나긴 했어도 역시 만만치 않았던 여행.


그래도 3일간 맡았던 아기의 분유 냄새와 서해 바다의 습한 짠내와 강아지의 냄새들은 나의 기억 한편에 오래도록 남으리라.


우리 아가에게 나중에 이런 일이 있었어~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날을 잠에 빠지는 동안 희미하게 그려보며 여행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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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