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답게 살아가기(3)
아무도 나의 속도를 기다려 주지 않는구나.
장기 병원 생활에 어느 순간엔 포기해 버렸다.
중, 고등의 시기가 다 가버리고 그들이 대학을 가서 졸업을 할 때가 될 때까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긴 병원 생활을 이어가다가 뜻밖에도 기회가 왔다.
나의 발걸음을 다시 내디뎌 볼 기회의 계기가.
긴 병원 생활에서 그나마 좋았던 건 1년 내내 머무는 집이 되어버린 곳에서 어느새 의료진조차 이웃 주민 같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 이웃 주민 중 한 분, 이전의 주치의였던 선생님께서 수학 과외를 해주시기로 했다.
처음에는 다른 아이들도 함께였으나 여러 이유로
도중에 흐지부지 되어 결국 내가 일대일 과외를 받게 되었다.
오랫동안 손을 놓은 공부라 온통 버벅거리던 나를 선생님은 인내심 있게 여러번 반복해서 알려주셨다.
그분도 여러 모로 바쁘던 시기셨는데, 그럼에도 틈틈이 나를 위해 기꺼이 내어주신 그 시간과 마음.
그것들은 나에게 있어 너무 큰 감사함으로 남아 지금까지도 내겐 은사님과 같은 존재로 모시게 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지식의 나눔이 아닌 다시 시작의 발을 내밀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가르쳐 주신 것이니까.
한번 찾아온 우연한 행운은 그 이후로 또 다른 기회로 이어졌다.
치료비를 위해 신청했던 한 기업에서 나의 사정을 들으시고, 멘토링 프로그램을 추천해 주신 것이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직감이 나의 멘토를 만나는 인연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불과 1살 차이의 그녀는 당시 어렸는데도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고 이해심과 배려심이 많은,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녀와 함께 학업을 준비했고 2,3년의 시간 동안 병원-집을 오가는 동안 준비해 결국 24살에 중, 고등 전 과정의 검정고시 수료를 했다.
학력을 인정하는 증명서를 받는 순간 나는 그제야 진정한 졸업을 이룰 수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물론... 멘토링으로 이어지게끔 도와주신 분들까지.
그 당시 나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고 고비라 할 수 있던 시기에 나타나 준 은인들.
모두가 달려가고 있는 속도에 나만이 벌벌 떨며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던 때.
공부 외에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늦어도 괜찮다고 격려해주고 진심으로 응원해주며
넓은 세상속에서 '너도 너만의 속도를 찾아나가면 된다'는 것을 알려준 이들.
'아직 늦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힘들어하는 이의 현실에선..
딱히 와닿는 이야기가 아니다.
숨을 못 쉬는 이에게 '조금 이따 숨쉬면 되지'가 어떻게 설득력이 있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멀고, 느려도, 더뎌도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나아가야 할 이유와 목표를 찾을 수 있다면.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지치지 않을 거라고 얘기해 주고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서 기다려 주겠다고,
말해주는 이들이 존재하기에 천천히 - 자신만의 걸음과 속도를 배울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그런 정체가 온다면.
간절히 바라건데 당신에게도 그런 사람들이 나타나주기를.
자신이 나아갈 수 있는 이유와 목표를 담은 속도를 찾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