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색소폰의 향기를 맡으며
띠로리로로~
따라라라~또로로로롱 라라라~
이게 대체 무엇인가 싶다면?
무슨 주문은 아니다.
며칠간 심력을 쏟아야 하는 일을 얼추 마무리하고,
짬이 난 김에 평소 갈 일이 없는 서대문구 카페를 방문했다.
어딘가 둥글고 각진 나의 자리가 있는 곳을 벗어나서
가끔은 익숙하지 않고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각자의 시간을 가지는 일이 내겐 필요했다.
수년간 반복된 일상이 몸에 배어나는 일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나
적어도 최근의 내게 있어 그리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함은 확실하다.
어떤 변화를 주고 싶은 욕심은 들지만
당장 내일의 일상에서 안정이 흔들린다는 것은 꽤나, 아니 상당히
두려운 법이다.
어디 둘 곳 없는 마음은 저 혼자 돛단배를 타고 정처 없이 잘도 흘러간다.
어쨌든 오늘은 살아내려 하는 나는 현재
흘러나오는 색소폰의 기교를 감상하며 블라인드 너머의 해를 느껴본다.
노트북 안에서 방황하는 시간 동안 색소폰은 음울한 선율이 흐르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합주로 바뀌어 있다.
입 안에서 자신만의 연주를 뽐내던 커피도 어느새 식어버렸지만
여전히 자신의 산미를 지켜내는 중이다.
옆 사람의 거듭된 한숨이 내심 신경쓰인다.
아늑한 카페는 그저 잠시 머무르다 갈 곳임에도
어쩐지 진한 향기로 기억에 남을 순간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