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설날의 기억

by 녕이담

까치 까치 설날.


친조부모님께서 일찍 작고 하셨던터라 명절에는 외사촌들이 북적대던 외조부모님 댁으로 가서 세배 올리던 설의 풍경.


주루룩 자식들 손주들 성별,세대,나이대 별 순으로 차례대로 절을 올리고나면 봉투가 열리는 시간이 온다.


외할아버지께서는 늘 열명이 넘는 손주들 몫으로 빳빳한 새 지폐로 세뱃돈을 준비해주시고는 하셨다.

어릴때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사실 그 일은 꽤나 번거롭고 귀찮은 것이라는 걸 이젠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단 한번도 빼놓지 않으시던 연례행사.


돌아가시기 직전 아흔의 연세까지도 소소히 본인의 일을 하시면서 받는 노령 연금을 자식들 손 한번 안 빌리시던 어른께서 돌아가신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그토록 보고 싶어하시던 증손주들이 태어났으나 이젠 한 줌으로 남겨져 멀리서 지켜보실 뿐이다.


일찍부터 부인과 자식들 일가와 함께 할 수 있는 봉분 하나를 만들어 두시고, 그 안에서 매년 몇 차례나마 자손들을 기다리시는 마음은 소멸된 육신과 달리 여전해서

각기 다른 출발지에서 한곳으로 모이게 만드는 광경으로 만들어졌다.


비록 조부모님과 깊은 유대감은 나누지 못했을지라도 어렴풋이 어어진 지폐 안의 마음은 오늘날 내 조카들에게 건네려 빳빳한 새 지폐를 준비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손가락 한번으로 손쉽게 송금하는 시대가 되었버렀으나, 우리가 윗 세대에게 전달받은 정성스러운 마음이 훗날 우리의 자손에게 따스한 설날의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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