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re you, Mr Trump – 1

"트럼프 씨, 초상집에서 물건을 파셨군요."

by 순신
접니다.


안녕하세요. 트럼프 씨.

동북아시아의 작은 나라, 당신이 ‘부자’라고 치켜세우며 방위비를 왕창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프롬 사우스 코리아’의 중년남성(?) 김 아무개입니다. 당신이 병술년 개띠이고 제가 을사년 뱀띠니 우린 열아홉 살 차이가 나는군요.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지요. 당신이 연장자시니 앞으로 경어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님이라고 하지 않고 당신이라고 호칭하는 것이 거슬린다고요? 그건 글자 수를 줄이고 싶은 사소한 욕심과 영어 you의 직역이니 크게 괘념치 않으셨으면 합니다.


요즘 퇴사하고 별 할 일이 없어 미국 신문 웹사이트를 자주 들여다보는데, 역시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당신 얘기였습니다. 어떻게 안 그렇겠습니까. 당신은 지구상에서 가장 힘센 나라의 대통령이니까요. 그뿐입니까. 당신은 세상이 당신 중심으로 돌아야 직성이 풀리는 가장 욕망 직관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는 사람이니, 흥분과 별남, 분노 유발 편도체 기능을 작동시켜야 돈을 벌 수 있는 언론들의 표적이 되기에 안성맞춤 인간형이지요. 그래서 저도 당신을 타깃으로 글을 써보기로 했답니다.


왜 나까지 당신이냐고요? 사실 저도 이른바 언론계 출신이어서 남의 편도체가 언제 활성화되는지에 관심이 많거든요. 굳이 만나지 않아도 그 생각과 소소한 일정까지 알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취재원. 관찰하기 쉬우면서도 말 한마디에 지구촌 대부분의 사람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유일한 인간이 당신이니까요. 저 같은 백수의 먹잇감으로는 딱 맞지요. 거기다가 당신의 임기는 아직 3년이 넘게 남아 있으니, 내가 노령연금을 탈 시기하고도 비슷하게 맞아떨어져 소일거리(이 글쓰기로 돈을 벌겠다는 얘기는 아니니 오해하지 마십시오. 한국은 그리 만만한 나라가 아니랍니다. 연금 나올 때를 기다리며 백수 생활하는 것이 지겨워 뭔가에 집중하려고 이 짓을 하고 있는 것뿐이니) 삼기에도 여간 적절한 게 아니거든요.


너희 나라 정치 얘기나 하라고요? 아이고, 그랬다가는 내 명에 못 죽을 텐데 제가 뭐 하러요. 잘못했다가는 30년 넘게 부어온 연금 개시도 못 하고 골로 갈 수 있답니다. 그러니 시선을 멀리 돌릴 수밖에요. 어차피 당신이 내 글을 읽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고, 만에 하나 이 글 중에 어느 하나를 읽고 심사가 뒤틀린다 해도 태평양 건너의 국경선과 물리적 거리 때문에 어쩌지 못할 것을 잘 알고 있으니 당신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지요.


이 정도면 대충 (일방적이긴 하지만) 안면은 튼 것 같고요. 무슨 얘기로 이 안부 편지의 1장을 시작해 볼까요. 그래도 따끈따끈한 것이 좋겠지요. 최신 뉴스로 골라 드리겠습니다.


최근 당신네 나라에 매우 가슴 아픈 일이 있었더군요. 제 최애 영화 중 하나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연출한 봅 라이너 영화감독 부부가 마약중독자인 아들의 칼에 찔려 죽은 사건 말입니다. 마약이나 총기에 얽힌 전형적인 미국 가정의 비극이 최고의 셀럽 가족에게 일어났으니 이 얼마나 충격적인 일입니까. 당신은 역시 예의가 바른 분이더군요. 사망 바로 다음날 조사(弔辭)를 직접 소셜미디어에 올리시다니. 그 글이 너무 충격적(라이너 부부의 죽음 이상으로)이어서 그 전문을 한 번 실어보겠습니다. 이 번역은 제 내키는대로 한 것이 아니라 미국 최고의 기업인 구글의 인공지능(AI) '제미나이'가 한 것이니 신뢰하셔도 좋습니다.

봅 라이너 감독 부부 사망에 대한 트럼프의 SNS 글

"어젯밤 할리우드에서 매우 슬픈 일이 일어났습니다. 고뇌와 사투를 벌이던(tortured and struggling), 하지만 한때는 아주 재능 있었던 영화감독이자 코미디 스타 롭 라이너가 그의 아내 미셸과 함께 세상을 떠났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그가 '트럼프 발작 증후군(Trump Derangement Syndrome)', 흔히 TDS라 불리는, 정신을 불구로 만드는 거대하고도 고질적이며 치유 불가능한 질병을 앓으며 타인들에게 유발한 분노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광적인 집착으로 사람들을 '미치게(CRAZY)' 만든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위대함에 대한 모든 목표와 기대를 초월하고, 전례 없는 미국의 황금기가 도래하자 그의 명백한 편집증은 극에 달해 있었습니다. 롭과 미셸이 부디 평화롭게 잠들기를! “


영어 문장을 직역하니 좀 어색하군요. 좀 더 쉽게 풀어볼까요.

”한 때는 재능 있었지만 지금은 망가져서 허우적거리던 퇴물 감독 롭 라이너가 아내와 함께 죽었다고 하더군요. 세상이 다 알고 있는 할리우드의 반(反) 트럼프 주의자인 라이너 부부의 죽음은 트럼프라는 말만 들어도 발작한다는 TDS 때문이라고 언론이 보도하더군요. 트럼프 행정부가 전례 없는 미국의 황금기를 만드니까 열불이 나서 죽은 것이겠지요. 부디 잘 가시오. “


정말 당신 다운 조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아무리 원수라도 상대방의 죽음 앞에 욕을 하지 않는다-라는 감정노동을 과감하게 회피하시고, ‘나를 반대한 놈은 저렇게 죽는다’는 노골적인 경고 메시지를 날리시다니. 그것도 공개적으로.


독일어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타인의 불행을 즐길 권리)라는 심리학 언어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쌤통’이라는 뜻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싫어하는 사람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조금씩은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나 도리, 사회적 규범 같은 것들로 인해 대개는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합니다. 그 억압된 욕망의 봉인을 당신은 과감하게 해체해 버린 겁니다.


”괜찮아. 저놈은 나쁜 놈(TDS 환자)이잖아. 죽어서 잘됐다고 말해. 내가 먼저 말해줄게. “

당신은 당신을 지지하는 미국 국민에게 ‘적(트럼프를 미워하는 사람들)의 죽음 앞에서는 좀 웃어도 전혀 나쁜 짓이 아니다. 너는 애국자다’라는 증오 마케팅을 하신 겁니다. 초상집에 가서 조의금을 내는 대신 물건을 팔고 온 셈이지요. 역시 당신은 대단한 사업가이십니다.

Donald_Trump_-_Caricature_%2849328681663%29.jpg 미스터 트럼프.


당신은 늘 이런 식이었지요.

”환경위기? 그건 우리 살아생전에 절대 오지 않아. 마음껏 석유 때. “

”동맹? 우리가 왜 남의 나라를 지켜줘야 하나? 그 돈으로 우리끼리 잘 먹고 잘살자. 그래도 세상은 다 우리한테 기어 오게 돼 있어. 왜냐? 우리가 힘이 제일 세니까. “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며 자기 생각이나 욕구로 현실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 무한한 자기 신뢰의 환상을 80의 나이까지 좌절 없이 지키고 계신 당신. 언빌리버블(Unbelievable), 판타스틱(Fantastic)입니다.


나는 당신이 '유아적 전능감'에 빠져 있다는 심리학자들이나 정신분석학자들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은 대중의 심리를 이용할 줄 아는 전략적인 정치가(사업가)라고 하는 쪽이 맞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정말 죄송하지만, 저는 당신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빈틈없는 전략가인지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당신이 변화시키고 있는 미국에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여전히 미국은 우리 인류공동체에서 매우 중요한 지도적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저하고 비슷한 걱정을 하는 사람을 뉴욕타임스(NYT) 지면에서 만났습니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입니다. 그가 17일 자 자신의 칼럼 말미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괴이한 소셜미디어 게시물 하나하나에서, 북한을 연상케 할 만큼 그를 찬양하는 데만 바쳐지는 각료회의마다, 그를 중국 황제처럼 보이게 하려는 행정명령 서명식마다, 그가 세상에 가져왔다고 떠드는 모든 ‘평화’에 대한 아첨 어린 언급마다, 네로를 연상시키는 백악관 동관 확장 계획마다, 전임자를 향한 저급한 조롱 하나하나에서, 사익을 챙기기 위해 그의 가족이 벌이는 수상한 거래들에서, 말 그대로 ‘돈을 내고’ ‘조아리는’ 테크 억만장자들이 모인 백악관 행사마다, 변덕스러운 관세나 다른 처벌을 피하려고 굴욕을 감수하는 외국 정상들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이 모든 것,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장면 속에서 우리라는 국가의 기준은 깎여나가고, 우리의 품격은 야만화 되고 있다. “

이미 읽으셨다고요? '개소리' 집어치우라고요?

"옙."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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