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re you, Mr Trump - 2

공적 공간에 이름 남기는 당신, 미국 역사를 BT, AT로 나누시게요?

by 순신




당신의 두 번째 집권 첫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당신은 대국민성명에서 "미국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성취를 이뤘다"라고 자평하셨지요. 성적을 매기자면 ‘A+++++’라고 한 인터뷰도 있었고요. 지켜보는 입장에서 좀 부끄럽긴 했지만, 참 당신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7~8년 전 1기 때와 비교할 때 당신은 많이 ‘성장’했습니다. 혼란과 미숙함, 오락가락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당신만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국정에 투영하시더군요. ‘미국의 대통령은 이래야 한다’며 당신을 길들이려고 했던 이른바 ‘어른’들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오로지 당신의 국정철학을 신봉하는 충성스러운 신하들만이 당신 곁을 에워싸고 있지요. 당신은 불과 11달 동안 무려 225개의 행정명령을 쏟아내며 미국의 헌법과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한 확장했습니다.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 미국의 대통령이 당신처럼 포괄적 권한을 가진 적은 처음이라고들 웅성댑디다.


무엇보다도 당신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이 모순된 조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전 세계의 현재적, 잠재적 권력자들에게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얼마 전 사우디 왕세자가 방미했을 때 당신은 플라이 오버(군용기 에어쇼), 흑마 행진 같은 전형적인 군주국가의 의전을 백악관에서 시연해 화제가 됐었지요. 영국 국왕 찰스 3세가 당신을 맞았을 때 했던 의전과 똑같았다면서요? 백악관 집무실 곳곳을 금장으로 장식하고, 영부인 집무실이던 이스트윙을 철거해 1천 명을 수용하는 초대형 연회장을 만드는 공사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신축될 건물을 '나 자신의 기념비'로 일찌감치 규정짓고 무려 5천억 원이 드는 공사비를 사비와 민간 기부금으로 충당하신다니 가히 제왕다운 모습입니다. 행정명령의 압권은 내년부터 당신의 생일(6월 14일)에 옐로스톤, 그랜드 캐니언 같은 미국의 모든 국립공원을 무료로 개방하기로 한 조치였지요. 당신의 생일이 무료입장 목록에 포함된 대신,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를 기념하는 날은 목록에서 삭제됐다면서요? 역시 당신 다운 처사이십니다.


그러더니 22일에는 미 해군을 위한 새로운 전함 건조계획을 발표하면서 새 전함이 ‘트럼프급(Trump-class)’으로 불리게 될 것이라고 하셨지요. 밀덕이 아닌 저로서는 ‘급’이 의미하는 바를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지요. ‘같은 설계, 같은 개념으로 만든 군함들의 묶음을 총칭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자동차로 치면 ‘그랜저’, ‘소나타’ 같은 모델명이라고. 현직 대통령이 자기 이름을 딴 함급 건조를 추진하는 것은 사상 유례없는 일이라지요? 훗날 언론이나 역사 교과서에는 ‘20XX 년 트럼프급 구축함 5척, 중국 해군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사령부에 배치됐다’ 같은 기록들이 남게 되겠군요.


미국 워싱턴 D.C. 의 대표적인 공연·예술 센터인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에도 당신의 이름이 들어갈 것이라는 뉴스를 봤습니다. 센터 이사회를 당신과 가까운 인물들로 바꾼 뒤 개명 작업을 했다면서요? 그러면 이 센터 이름은 ’Donald J. Trump and The John F. Kennedy Memorial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가 되겠군요. 너무 길지 않을까요? 상관없으시다고요?


궁금했습니다. 왜 미국을 상징하는 백악관, 케네디 센터, 국립공원 같은 공공시설과 심지어 해군 함정에까지 당신의 이름을 갖다 붙이시는 건지. 혹시 지난 10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했다는 “내가 다시 출마할 수 없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는 말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당신은 80 평생 안타까운 일을 그대로 놔둔 법이 없으셨으니, “누구라도 대통령 직에 두 번을 초과하여 선출될 수 없다”는 수정헌법 22조를 노려보고 있으실 거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렇게 머리가 나쁜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연방의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3선 개헌이 지금의 정치구도상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란 것을 모르실 분이 아니지요. 그럼 왜 이토록 자신의 이름을 공적 공간에 남기고, 국가 의례를 개인의 제왕적 서사로 재구성하고, 건축물과 기념일에 ’ 트럼프의 시대‘를 상징으로 새기시려는 것일까요?


당신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가 그런 사이도 아니고, 주변에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어 인공지능(AI) 제미나이와 챗GPT에게 물었지요. 요즘 그네들이 웬만한 인간보다 훨씬 똑똑하다고들 하니까요. 답변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제미나이 “80세가 된 노령의 지도자가 느끼는 유산(Legacy)에 대한 집착, 고도의 편 가르기 전략. 트럼프 전과 트럼프 후로 역사를 재편하려는 시도”

챗GPT “그는 제도보다 시대의 얼굴이 되기를 원한다. 자신이 그만두고 난 후의 영속성을 염두에 둔 것이며,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연출이다.”


둘이 짠 것일까요? 워딩은 조금씩 달랐지만, 의미는 같았습니다. “미국은 나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것을 각인시키고 싶은 욕망. 당신은 역대 46명의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저스트 한 명이 아니라, BT(트럼프 이전)와 AT(트럼프 이후)로 나눌 만큼 슈퍼 슈퍼 슈퍼 탁월한 기념비적 대통령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실 테니까요. 케네디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미스터 트럼프! 어떻습니까? AI들이 당신의 마음을 제대로 읽었나요?

아. 그건 당신의 생각이 아니라, 대다수 미국 국민들의 생각이라고요?

“아! 예예.”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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