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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쿙가 Feb 12. 2022

킵미컴퍼니를 시작 한 이유

숨폐소생술 첫 번째 _ 자기소개

큰 일 났다. 숨숨의 목소리에 생기가 하나도 없다. 융진이 한국어로 과외 알바하는 노하우를 알려준다고 해도 쿙가가 시간당 4만 원짜리 독일어 과외를 무료로 해주겠다고 해도 아무런 흥미가 안 생긴다.


Keep me company : 나와 함께 해줘


미국 유학생 숨숨에게 숨 불어넣기 프로젝트.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지금부터 숨숨 심폐소생술 들어간다. 너를 외롭게 두지 않을게!




등장인물 :

쿙가, 융진, 숨숨


글 모임 목표 :

쿙가 - 어떻게 하면 쟤들을 이용해서 성공할까

융진 - 어떻게 하면 쟤네를 웃길 수 있을까

숨숨 - 아무 생각이 없다. 따라간다.




숨폐소생술 첫 번째 _ 자기소개


숨숨

미국 살이 7개월 차 이수미입니다. American University에서 International Development 석사과정 중에 있고 내년 5월에 졸업 예정인데, 졸업을 제 때 할 수 있기만을 바랍니다. 노래 부르는 거랑 유튜브 보기, 그리고 가끔 운동하는 게 취미인데, 나중에 돈 벌어서 하고 싶은 거 배워보고 싶어요! 수영, 필라테스, 실내 클라이밍 배워보고 싶네요.


대학생 때 막연히 스페인어와 중남미에 관심이 생겨서 졸업 후 멕시코에 다녀온 후 좀 더 국제개발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원을 왔는데, 첫 학기에 이미 제가 너무 많은 환상을 품었다는 것을 깨닫고 사실 요즘 조금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언어장벽으로 인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는 상태라서. 글쎄요. 자존감이 백수일 때만큼 바닥을 치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제가 미국에서 부모님 지원받아서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여행도 다니는 게 마냥 좋아 보일 거예요. 이미 그런 얘기도 많이 들어서… 힘들어도 사실 한국에 있는 친구들한테는 잘 얘기도 못하고요. 얘기하면 절대 안 되죠. 사실 말하는 게 제 강점이 아닌데 왜 말을 많이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학과에 왔는지도 지금 잘 모르겠어요. 전 문과가 아닌가 봐요.


솔직히 제가 하고 싶은 걸 지금 다 할 수 있는 게 너무 감사하고 복 받은 상황이긴 한데, 그냥 요즘 들어 계속 드는 생각이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으려고 아등바등하는 거보다 그냥 싫지 않기만 하면 적당히 직업 찾고 남는 시간에 self-productive 하게 자기 계발하고 공부하고 하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적성 찾으러 왔다가 스트레스받아서 머리카락만 엄청 빠지고 있는 느낌이네요.


한국에 있을 땐 상당히 활발하고 낯선 사람들한테도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었거든요. MBTI 항상 ENFP만 나오던 사람이었는데 미국에 오니까 ISTJ가 나오더군요? 수업 시간에 굳이 먼저 인사도 안 하고요…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아졌달까요? 원래 엄청난 밖순이인데 빼박 집순이의 삶을 살고 있답니다. 제 미국 자아는 지금 저 상태인가 봅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매일매일이 저에겐 도전이라 그냥 속으로는 ‘그래,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 하는 거랬어. 내가 한국에 있었어도 어차피 힘들었을 거고 다 누구나 겪는 거야’ 생각하면서 살아가고는 있어요. 자기소개보다는 제 속 얘기만 주저리주저리 얘기한 거 같아서 좀 그렇네요^^;


우선 네, 제 상황은 이렇고, 졸업하면 뭔가 큰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좋은 일에 잘 활용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제일 큰 관심사는 라틴아메리카 빈곤, 불평등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고 또 한국과의 교류에도 이바지하고 싶어요. 졸업 후 어디에서 살고 어디에서 직장을 잡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성장해 있고 좀 더 자존감도 높아진 상태면 좋겠네요!



융진

“안녕? 내 이름은 융진. 나는 만으로 27살이고 생일은 3월 30일이야. 내 취미는 노래 듣기랑 웹툰 보기… 응? 뭐라고? 이렇게 진부하게 자기소개를 시작하면 어떡하냐고? 아냐 얘들아, 자기소개에 나이, 생일, 취미 얘기가 안 들어가면 어떡해! 응? 우리 자기소개는 이런 게 아니었다고? 알겠어. 어쨌든 적어도 내 생일(공삼삼공)을 알리는 데 성공했으니 이 정도에서 마치고 제대로 시작해 볼게.”


독일 대학에서 화학과를 다닌 지 어느덧 7학기에 접어들었다. 3년 하고 반.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는 것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나는 첫 학기를 다니던 때와 다를 바 없이 뇌가 순진한 것 같다. 다만, 옛날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정신적인 타격에 많이 무뎌졌다는 것. 평생 다다르지 않을 것 같던 졸업이란 고지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졸업을 한다니. 죽을 때가 되면 지나간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빠르게 지나간다고 했던가. 졸업을 생각하니 지난 6년간의 세월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벌써 김칫국을 마실 수 없다. 졸업은 아직 일 년이나 남았고 인생이란 무릇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듯 고등학교 친구인 쿙가와 숨숨을 만나 Keep me company 모임을 만들게 된 것도 참 굉장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고등학교 때의 나에게 이 얘기를 전해준다면 굉장히 놀랄 것 같다. 아마 풋풋했던 18세의 쿙가와 숨숨도 같은 반응이지 않을까 싶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들 외국에 나와 서로의 힘든 부분을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게 되고 또, 이해받게 되고. 고마운 일이다. 적어도 서로의 인생이 교차하는 동안에는 함께 발맞춰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쿙가

독일 사는 직장인이다. 사서가 되려다가 포기, 플로리스트가 되려다가 포기, 워홀러로 몇 년 살까 하다가 관두고 재미 하나도 없는 한국 물류 회사에 취업했다. 그마저도 이직을 시도했다가 오히려 백수가 됐다. 인생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숨숨, 융진과는 고등학교에서 만났다. 숨숨과는 삼 년 내내 같은 동아리, 융진과는 삼 년 내내 같은 반이었다. 친한 듯 안 친했던 니들과 20대 후반에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게 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하나씩 발견해 나가는 중이다. 나는 독일 사는 직장인이면서 팟캐스트 대본작가이자 진행자, 브런치 작가, 미니멀리스트, 에코페미니스트, 채식주의자이다. 무언가를 소비하면서 표현하기보다는 직접 생산해 내는 걸 더 좋아한다. 글도 더 쓰고 싶고 그림도 배우고 싶고 사진도 더 많이 찍고 싶고 운동도 하고 싶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 지금 영어, 독일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여기에 더해 중국어와 일본어까지 총 오 개 국어를 하는 게 목표다!


가끔 내 거창한 목표에 짓눌릴 때면 하루 종일 누워서 웹소설을 읽는다. 웹툰도 보고 가구 배치를 바꿔도 보고 산책도 나간다. 가끔 우쿨렐레도 연주하는데 일주일에 십분 연습하면 많이 하는 편이다.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열심히 하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이곳저곳에 잡다하게 관심이 많다. 좋아하는 사자성어는 새옹지마와 전화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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