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 8
2022년 9월 11일 일요일 오전 10시
호스텔에 도착하자마자 짐부터 맡겨둔 다음 밥 먹으러 갔다.
호스텔과 나름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이었는데 평점도 좋고 한국인들이 남긴 리뷰도 있었지만 내가 갔을 때는 브런치 메뉴밖에 없었고, 내가 주문한 음식은 아보카도 따로 빵 따로 노는 묘한 맛이 났다. 디저트도 리뷰에 저거 맛있다고 해서 같이 주문했는데 진짜 너무너무 달고 텁텁해서 뭔 맛인지 알 수가 없었다.
https://goo.gl/maps/qA32TiipDR2NAJ5S9
배는 채우고 나니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난감했다. 내가 세워 온 현란한 계획들은 프랑크푸르트에서 바르셀로나 호스텔에 도착하기까지였다. 바르셀로나 내에 갈 곳은 많은 것 같은데 지도에 표시만 대충 해 놨을 뿐 어떤 순서로 가야 할지, 어디부터 가는 게 좋을지 감이 안 왔다.
일단은 그 레스토랑이 람블라스 거리 위쪽에 있었어서 그 길을 따라 쭉 내려오다가 근처에 있는 대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성당 보다 삼성 광고가 더 눈에 띄었다. 저게 뭐람. 저 광고 요즘 독일 길거리에도 도배되어 있는데 스페인도 곳곳에 다 같은 광고로 뒤덮여있었다.
일단 아무 데나 앉아서 또 어디를 갈지 고민해 볼 생각이었다. 무작정 대성당 앞 돌 의자에 앉았다. 양 쪽 옆으로 모르는 관광객들 사이에 껴서 가만히 무슨 이야기를 하나 들으면서 쉬다가 뒤에 있는 기념품점에서 펜을 사 왔다. 호스텔에서 가져온 지도에다가 중요 관광지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밀리의 서재에서 빌린 스페인 여행책자를 보면서 내가 어디쯤 있는지, 어디를 갈 건지 결정했다.
성당 내부는 그날 못 들어가게 했는데 안뜰은 무료로 둘러볼 수 있었다.
안뜰을 찬찬히 둘러보고 나와서 성당 주변을 한 참 돌며 산책했다. 이 성당 주변을 바리 고딕이라고 부르는데 엣 중세 시대 건물들과 거리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했다.
다 둘러보고 호스텔에 체크인하기 위해 가면서도 뭔가 이 스페인 여행 혼자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전 날 밤 Lauzenhausen에서 혼자 외딴 호텔에서 혼자 잘 때부터 느꼈던 동 떨어진 느낌이 계속 남아있었고 스페인의 모든 것이 아직은 설레기보다는 낯설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