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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암 Aug 28. 2024

C49.9 - Myxoid Liposarcoma

Episode 1 | 종양의 발견

ICD-10은 세계 보건 기구에서 질병과 증상등을 분류해 놓은 것이다. 이중 C49.9는 내가 가진 질병의 코드번호이고, 병명은 점액성 지방육종 (Myxoid Liposarcoma)이라는 암을 앓고 있다. 이 암 투병기는 내가 어떻게 병을 발견하고, 인정하고, 극복하는 기나긴 여정을 기록한다.


종양의 발견

현재 다니는 미국 회사는 5년 근속에 1달 동안 휴가를 준다. 5년전 1달 휴가때에는 가족들과 스페인/포르투칼에서 한달 살기를 했다면, 이번 휴가지는 여러가지 이유로 한국으로 결정했다. 6월 중순 즈음, 의료 접근이 편한 한국으로 휴가를 왔을때, 이때다 싶어서 몸에 여러가지 불편한 부분을 점검했다.

사실 약 1년반 전부터 오른쪽 앞 정강이에 볼록한 감이 있었고, 크게 불편함이 없어서 별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미국에서 병 예방 목적으로 다녔던 한의원에서 말하길, 운전 또는 운동을 많이해서 근육이 뭉쳤다며 여러번 침을 놓아주였었는데, 그게 이 종양을 크게 의심하지 않았던 이유같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가볍게 보모님댁 동네 정형외과를 들렸는데, 의사가 x-ray와 초음파를 보더니 좀 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때만해도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를 지금도 수십번 질책한다.


1차 병원에서 2차 병원

휴가 둘째 주, 동네에 MRI 촬영 가능한 2차 병원에서 MRI 촬영을 했을때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 그때 당시 의사는 종양사이즈가 20x4x4cm 정도 되고, 발목으로 전의되는 모습이 보이고 (나중에 이것은 저해상도 MRI로 인한 오판으로 결론남), 병명은 Mucinous Tumor로 추정된다고 알려주었다. 한국말로 정확한 병명조차 말해주지 못했던 의사 덕분에 병에 대해 많이 겁을 먹었다. 어쨋든 그 의사는 상급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2차 병원에서 3차 병원

결국 신촌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근육종양 전문의를 만나 2차 병원에서 받아온 MRI 자료를 보여줬으나, 그 의사는 본인이 원하는 데이터가 없었기에 추가 MRI와 샘플 조직검사(Closed biopsy) 하자고 했다. 조직검사는 어느병원이나 기본적으로 2주가 소요되는 것을 그때 알았고, 불안한 마음이였지만 미리 예약된 가족여행이나 친구들을 만났다.

초음파실 대기 중

조직검사는 가볍게 생각했으나, 초음파 검사실을 순식간에 간이 수술실로 변경했고, 조명톤도 어둡게 바뀌었고, 수술 도구들도 빠르게 검사실로 들어왔다. 오뎅꼬치 굵기의 두꺼운 바늘을 지닌 총처럼 생긴 조직검사 기계는 마취된 나의 앞정강이 근육 속 깊숙이 4번 셈플 채취을 하였다. 보통 걸리는 1시간의 지혈 시간을 훌쩍 넘기고야 겨우 지혈되어 집에 돌아왔다.

2주가 지나, 검사 결과를 받기 위해 그 의사를 다시 만났고, 그는 조직검사 상으로는 양성종양으로 판독되었으나, MRI 영상판독은 악성종양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이때 악성종양이 암이라는 것을 인지를 하게 되었고, 나도 암에 걸릴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많이 놀랬다. 악성인지 양성인지 모호한 말들로 그 의사는 다음단계로 수술하자고 하였고, 발가락을 못 움직일 수도 있다고 하였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다른 암 수술들이 밀려있으니 미국 돌아갔다가 한달 뒤 수술때 맞춰서 돌아오라고 하여, 그렇게 하기로 했다.

오른쪽 앞 종아리에 생긴 길고 굵은 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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