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안다리 Feb 11. 2023

생각지 못한 아름다움

얼마 전 볼일이 있어서 방콕에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국내선 비행기 체크인을 하는데 두 시간이나 딜레이라고 한다. 

기다리다 보니 두 시간은 세 시간으로 늘어나 결국 오후 3시 45분에 떠야 할 비행기는 6시 45분에나 이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낮비행기를 타려다가 졸지에 어둑어둑해져서야 비행기를 탈 수 있었는데 

활주로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멀던지 이륙을 할 때는 이미 7시가 넘어 있어서 깜깜했다. 


속에서 부글부글 화가 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거라 야경이라도 보면서 마음을 달래 보았다. 

마침 창가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아름다운 방콕의 야경을 실컷 볼 수 있었다. 

특히 저 멀리 시내 쪽을 바라보니 불빛이 얼마나 많고 화려한지 정말 예뻤다. 

지상에 있는 때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곧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방콕의 도로들은 마치 검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려 놓은 것처럼 반짝였고 높은 건물, 공원의 조명들은 예술 작품 같아 보였다. 

지상에 있을 때는  볼 수 없는 것들이 하늘로 올라와서 내려다보니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내가 사는 도시에는 산이 없다. 

높은 건물도 별로 없다 보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일이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항상 지상에서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이렇게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되니 생각지 못한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상황, 사람, 사건을 바라볼 때에도 늘 바라보는 관점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예상치 못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문득 전에 함께 일했던 태국인 친구가 생각이 났다. 

그 친구와 함께 일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정도 늦는 것은 기본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늘 늦게 오곤 했다. 

나는 쌓이고 쌓여서 날을 잡아 그 친구의 잘못들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그런데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내 약점을 들먹이면서 공격을 해댔다. 

화가 많이 났지만 함께 일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결정했다. 

이 사람을 바라보는 내 관점을 바꿔보기로. 

나는 그 후로 그 친구의 단점은 스킵하고 장점만 바라보기로 했다.  


그는 여전히 약속시간에 늦었으나 책을 미리 준비해 가서 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그리고 그런 단점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도 신경 쓰지도 않고 그저 이 친구가 어떤 장점이 있는가를 찾기 시작했다. 

단점을 뛰어넘어서 장점만을 보기로 결정하고 나니 정말로 장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는 생각보다 장점도 많았다. 


그 친구는 일에 대해서 열정이 있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친구였다. 

나는 그 부분이 참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몇 달간을 더 함께 일했고 서로 전혀 트러블이 생기지 않았다. 

나는 내가 발견한 그의 장점을 자주 이야기해 주고 칭찬해 주었다. 

이후에 그는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서 좋게 얘기하고 다니기 시작했고 

우리가 일이 끝나서 헤어질 때 즈음에 

“너는 참 지혜로운 사람이야”라며 극찬을 해주고 떠났다.  

그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보니 생각지 못한 좋은 점들을 보게 되고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화합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혹시 지금  상황, 환경, 사람들에 대해서 시도해 볼 수 있다면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 보길 격려하고 싶다.  


생각지 못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이전 08화 그래도 사랑한다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