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2년에 면허를 땄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운전을 시작한 것은 10년쯤 후인 2022년 정도인듯하다.
태국 중소도시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운전을 못하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삶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작정을 하고 면허를 땄건만 정작 운전을 시작한 것은 한 참 후이다.
한국에서 면허를 따고 태국에 돌아와서 진작 운전을 시도해 보았지만 큰 접촉 사고를 낸 일이 있다.
가만히 서서 신호 대기를 하고 있는 차를 그대로 받아 버렸다.
100% 나의 운전 미숙으로 인해서 일어난 사고였다.
그로 인해 새로 뽑은 지 1년밖에 안된 우리 차가 많이 망가져서 한 달 반 동안 수리를 해야 했었다.
보험이 있었기 때문에 금전적인 손해는 많지 않았고 사람도 전혀 다치지 않았지만, 이 사고로 인해서 남편은 되도록 내가 운전을 하지 않기를 원했다.
나도 많이 놀랐는지 운전하는 게 두려워졌다.
운전에 대한 두려움은 본래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 때문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로 인한 트라우마가 나의 마음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만약 내가 한국에서만 계속 살았다면 아예 운전면허를 따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버지의 사고는 나에게 ‘운전=사망’이라는 부정적인 신념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첫 사고를 낸 후에 자연스럽게 운전과 멀어졌다.
그렇게 10년 동안 장롱면허로 지내오고 있었지만 역시나 태국에서 운전을 못하는 사람으로 사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항상 남편이나 동료들이 픽업해 주기를 기다려야 했고 혼자서 이동을 하기가 쉽지 않으니 스케줄을 결정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럴수록 나는 더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운전을 시작해 봐야 하나?’
운전에 대한 필요가 꿈틀거렸지만 그래도 아직 ‘운전=사망’이라는 생각이 내 발목을 붙잡고 있어서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디브리핑 실습을 하게 되었다.
(디브리핑: 어떤 일을 마친 후 무엇이 있었는지 정리하고, 배우고, 다음을 준비하는 과정)
나의 파트너와 돌아가면서 디브리퍼가 되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내 주제는 ‘운전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듣던 파트너가 나에게 물었다.
“운전을 하면서 얻게 될 유익은 뭔가요?”
이 질문을 받고서 띵하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운전을 통해서 내가 얻게 될 것?’
나는 단 한 번도 운전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운전은 잘못하면 사고가 나고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으며 심하게는 사망에 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한 것. 그러나 태국에서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것. 그래서 나를 괴롭게 하는 것으로 여겼는데. 운전을 통해서 내가 유익을 얻는 다면, 뭐가 있지?
순간 머릿속을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나를 데리러 오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되는 것?
남편을 기다릴 필요 없이 내가 혼자서 마트에 가서 장을 볼 수 있는 것?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때 사러 바로 나갈 수 있는 것?
차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내가 도와줄게요!”라고 선의를 베풀 수 있는 자유?
운전을 하게 된다면 내 삶에서 긍정적으로 변화될 것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운전을 하면서 내가 얻는 유익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어요!”
나는 흥분하며 운전을 하게 된다면 얻게 될 것들에 대해서 나열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다 보니 운전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바뀌는 것을 보게 되었다.
‘운전=사망’이라는 내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았단 부정적인 신념이 드디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운전은 생각하면 두렵기만 한 일이 아니라
그로 인해서 얻을 많은 유익으로 인해서 기대되는 일이었다.
“내가 운전을 즐기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내게서 불쑥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운전을 즐길 수 있는 대상으로 볼 수 있는 신기한 변화가 그 짧은 시간에 일어났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머지않아 나에게는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남편이 코로나로 격리를 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함께 걸린 사람들이 같이 한 아파트에 있어야만 했다.
우리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었다.
남편의 부재로 인해서 아이들과 집을 돌봐야 하는 책임이 나에게 떨어졌다.
남편에게 필요한 물품과 음식들을 갖다 주러 매일 그 아파트에 왔다 갔다 해야 했다.
처음부터 능수능란하게 운전을 해낸 건 아니었다.
갑자기 닥친 위기에 등 떠밀려 시작했지만 운전하는 내내 나 스스로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아! 긴장하지 마 잘할 수 있어 그렇게 어려운 거 아냐. 자 힘을 내보자
그렇지 잘했어. 방금 우회전은 조금 길었지만 다음번엔 더 잘 해낼 거야."
나는 나를 격려하며 매일매일 운전을 했다.
그때 혼자서 중얼거리며 운전하고 있는 내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놨다면 참 웃겼을 텐데..
남편의 격리가 끝나고 그가 집으로 돌아올 때가 되니 매일매일 꽤 많은 시간을 운전한 후였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운전을 재밌어하며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운전=사망’에서 ‘운전=유익’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니 새로운 일들이 일어났다.
운전은 정말로 나에게 많은 유익을 가져다주었다.
마치 마법이 일어나듯이 예전의 두려움들이 기대감들로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더 먼 곳으로, 더 빠르게, 더 편하게 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나의 자유는 곧 남편의 자유로 이어졌다. 늘 가족의 이동을 위해서 스탠바이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으니까. 두려워서 피하고만 있는 일이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보길 바란다. 그 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연습. 그 두려움이 기대감으로 변할 수 있길 기대하며.
생각하면 두렵고 피고만 싶은 일이 있나요?
다른 관점으로 그 일을 바라보길 바래요.
그 일에서 찾을 있는 유익은 무엇이 있나요?
그 일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요?
그 일이 당신의 삶에 새로운 설렘이 될 수 있을까요?
두려움을 넘어 기대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