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함이 아닌 감사로

by 키안다리

동네를 지나다 보니 눈에 보이는 망고 나무들 마다 열매를 내기 시작한다.

어떤 것은 아직 손톱만 한 크기인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벌써 제법 자라서 손바닥 만하다.

태국의 1,2월은 망고 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그 꽃이 지면 망고 열매가 머리를 불쑥 내민다.

그리고 3,4월에는 다 익은 망고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그냥 보면 나무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시절을 따라 제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나 보다.


올해 아들은 고등학교에 딸은 중학교에 진학을 하게 된다.

늘 함께 있는지라 언제 아이들이 이렇게 컸는지 느끼지 못했는데 이미 훌쩍 자란 아이들의 모습에 새삼 놀라움을 느낀다.

아들의 키가 내 키를 넘긴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딸은 아직 내 키를 넘기지는 못했지만 어느새 나보다 발이 더 커졌다.

그래서 요즘은 이 아이가 작아서 못 신는 신발을 내가 물려받아 신게 되었다.

때가 되면 망고가 열리듯이 그저 시절을 따라 아이들이 잘 크고 때가 되어 진학을 하는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딸아이의 학교에서 한 아이가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꽃처럼 예쁘고 활발하고 사랑스럽던 아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

알레르기 때문에 면역을 낮추는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던 중에 B형 독감에 걸려서 급속도로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한다. 병원에 들어간 지 이틀 만에 비보를 접해야 했다. 이 아이의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안타까워했다. 11살까지 잘 키워오던 그 부모님들은 또 얼마나 충격이 클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로서 상상조차 하기가 힘들다.

그저 때가 되었기에, 시절에 따라, 아이들이 잘 자라주는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오늘 우리 아이들이 탈 없이 잘 자라주고 있는 것은 은혜이고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언젠가 시댁에 갔을 때 집 앞에 있던 큰 망고 나무가 죽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나무에 열린 망고 열매들을 많이도 따먹었었는데 시들어 죽어 있는 것을 보니 의아했다.

식물에 대한 상식이 별로 없는 나는 남편에게 왜 나무가 죽은 것인지 물었다.

남편은 나무가 갑자기 이렇게 죽는 일이 잘 일어난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렇다면 망고 열매를 주렁주렁 달기 시작한 동네 나무들에게도,

잘 자라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우리 아들과 딸에게도 말해주어야겠다.

그냥 시절에 따라, 때가 되어서가 아니라 제자리에 잘 존재해 주어 ‘참 고맙구나’라고..

당연한 일이 아니라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 중에

감사할 것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시절에 따라, 때가 되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존재해 주는 것에 대해서

당연함이 아닌 감사로 반응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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