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어릴 적,
뛰다 넘어진 적이 있었다.
일어나 팔을 짚으려는데,
오른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집으로 가 할머니께 말했다.
“할머니… 팔에 힘이 안 들어가.“
할머니는
들에서 노란 꽃과 풀을 꺾어와
찧어 다친 팔에 바르셨다.
그 위에 신문지를 덮고,
헝겊으로 칭칭 감으셨다.
그리고 낡은 보자기를 꺼내,
내 목에 걸어 팔을 고정시켜 주셨다.
풀의 쓴 냄새가
밤새 코를 역하게 했고,
보자기로 묶은 매듭에
목이 눌려 점점 아파왔다.
다음 날, 보자기를 두르고 학교에 갔다.
햇빛이 유독 쨍하게 내리쬐는 날이었다.
그날따라 왜 이리 날씨가 맑고 밝은지,
목에 두른 보자기와 초라한 나의 모습에
아이들의 수군거림과 시선이 보이는 것 같았다.
반으로 들어서자 아이들이 물었다.
“너, 왜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다녀?”
“응… 팔을 다쳤는데, 할머니가 이렇게 해주셨어.”
“병원 안 가?”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며칠 후, 교실 창밖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영아! 오빠도 팔 다쳤어.”
오빠는 하얀 깁스를 하고 파란색 팔걸이를 한 채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