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라우마
내 방 문을 열면 바로 신발장이 있고,
그 앞에는 커다란 거울이 있었다.
어느 날, 새엄마가 내게 물었다.
“밖에 있는 거울 밑에 점이 있던데,
그거 코딱지 붙인 거 너지?”
“네? 전 그 거울 잘 보지도 않아요.”
“신발 신으면 바로 앞에 있는데 어떻게 안 볼 수가 있어?”
“전 아니라고요.”
“너 아니면 누가 그런 짓을 해.
했으면 했다고 하면 되지,
끝까지 잡아떼네.”
새엄마는 등을 돌리며 자리를 떴다.
쪽지를 써서 동생에게 전했다.
[엄마, 저 정말 아니에요.
주님께도 맹세할 수 있어요.]
“엄마가… 계속 거짓말할 거면,
저녁 먹지 말래.”
이불속에서 한참을 울었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고
고요함과 어둠이 찾아왔다.
불을 켰다.
[엄마, 죄송해요.
기억이 안 난다고만 했어야 하는데,
안 그랬다고 잡아떼서
거짓말이 되어버렸어요.]
눈물이 줄줄 흘렀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쪽지를 전해주러 간 나는
새엄마의 뒷모습만 보았다.
“엄마…”
새엄마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30대가 된 나는
새엄마에게 그날 일을 꺼냈다.
새엄마는 그날일을 기억조차
못하고 계셨다.
엄마는 한참을 침묵하다 말씀하셨다.
“내가... 그때 너희
아빠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너희에게 제대로 사랑을 못 줬어.
미안하다... “
몇 년 후 아빠가 돌아가신
다음 해 설날,
동생 차를 타고 가다가
새엄마의 휴대폰을 보게 됐다.
내 번호가 *딸*이라고 저장돼 있었다.
나는
‘전주’라고 저장되어 있던
이름을 조용히 바꿨다.
‘엄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