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틸컷: 감각
아이는 길가 전기 배전함에서 나는 ‘웅’ 하는 소리가 무서워 멀리 돌아가야 하고,
에어컨 실외기 소리에 귀를 막으며 지나간다.
등원할 때도 학교 정문이 보이는 횡단보도까지 꼭 데려다줘야 한다.
횡단보도 앞에 다다르면,
나는 규연이 귀에 조용히 속삭인다.
“엄마가 오늘도 규연이 하루를 응원할게. 사랑해”
아이는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입술이 아래로 툭 내려간다.
직장에 지각할 것 같았던 어느 날,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연아, 오늘은 엄마가 아파트 입구까지만 데려다줘도 될까? 오늘 하루만… 응?”
아이는 씩씩하게
“알았어.”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아이에게 물었다.
“규연아, 오늘 혼자 잘 갔어?”
“응… 그런데 항상 횡단보도까지
엄마 손을 잡고 가야 내 에너지통이
100까지 채워지는데,
오늘은 입구에서 헤어져서 30밖에 못 찼어.
그래서 하루가 너무 길고 힘이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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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에너지 어디까지 차셨습니까? “
“저 전봇대에 가면 70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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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더웠던 여름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는 규연이는
처음에는 내 팔뚝을 잡아보다가,
나중엔 옷깃을 살짝 잡더니
그것마저도 불편했는지 갑자기
내 손목을 잡으며 말한다.
“아, 좋은 생각이 났어!”
반짝이는 눈으로 내 손목
맥박이 뛰는 자리에
검지와 중지를 갖다 대더니 외친다.
“이렇게 하면, 급! 속! 충!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