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가

• 스틸컷: 아이와 엄마의 숨

by 강소영

“엄마, 오늘 태권도 다니는 형아랑 아파트 놀이터에서 유튜브 찍기로 했어. 놀고 와도 돼?”

“그래, 몇 시까지 집에 올 거야?”

“5시 10분!”


학원이 5시에 마치는데, 과연 가능할까 싶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있으니 아이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엄마, 사과 하나만 줘봐!”

“사과는 없는데… 감은 있어.”

“그럼 감 줘!”


20분쯤 지나니 아이는

얼굴이 벌게진 채 문을 연다.


“다 놀고 왔어?”

“아니, 그게… 형아들이 과자 좀 가져오래.”

“규연아, 이제 그만 가.”


대답도 안 하고 신발을 신는다.


“규연아!”

“뭐!!”


아이는 눈이 동그래져

나를 보았다.


“왜 너만 자꾸 심부름해?

“다른 형아도 벌써 두 번 갔다 왔어!”

“…6시까지 놀고 와.”


아이는 뒤도 안 보고 그대로 뛰쳐나갔다.


6시가 되자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내가 할 말이 있는데~”

“응, 말해 봐.”

“그게… 집에 가는 데 시간이 좀 걸려.”

“얼마나?”

“음… 20분?”

“10분만 더 놀고 와~”

“응응!”


시간이 되자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엄마, 지금 가고 있어~ 다른 형아들은 아직도 놀아!”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다음엔 6시 반까지 놀아~”

“우와 진짜? 엄마 짱!”

“다음엔 과자도 사들고 가. 집에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엄마! 그럼 과일도 깎아서 담아 줘. 목마를지 모르니 음료수도!”

“…집 앞 놀이터에서 노는 건데… 과일은 좀…”


싱크대 위 감 하나가,

괜히 나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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