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웠어

• 트라우마

by 강소영

학교 들어가기 전, 일곱 살 무렵이었다.

할머니 댁 모퉁이 골목길을 조금 걸으면

막다른 곳에 집이 하나 있었다.

장수댁.

가끔 나보다 한두 살 어린 손녀가 놀러 왔다.


어느 날 그 집에 놀러 갔다가

선반 위 미키마우스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반질반질 윤이 났고, 미키마우스는 귀여웠다.

내가 어떻게 그걸 손목에 차게 됐는지는 기억이 없다.


시계를 차고 할머니 집으로 돌아왔다.

조금 뒤 장수댁 할머니가 조용히 오셔서

할머니를 한쪽으로 데려갔다.


나는 손목을 가렸다.


할머니가 다가왔다.


“너 시계 어디서 났어.”


“저 앞 공터에서 주웠어.”


“솔직히 말 안 하냐, 가시나야.”


마당 한쪽에 세워둔 장대 빗자루가 들렸다.

장수댁 할머니는 시계를 받아 들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빗자루가 계속 날아왔다.


“어디서 났냐!”


“주웠어. 땅에 떨어져 있었어.”


“이것이 또 거짓말이네.”


나는 ‘주웠어’만 말했다.


때리던 손이 지친 듯 멈췄다.

빗자루가 바닥에 부딪혔다.

할머니는 안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그 자리에 한참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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