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지갑

•관찰

by 강소영


저학년 봄방학쯤

성당에 자주 기웃거렸다.

그냥 시간 때우기였다.


하얗게 눈이 쌓인 어느 날,

성당 안에 들어서자 맨 뒷자리 앞칸에 검은색으로 된 뭔가가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동전이 두둑이 들어있는

낡은 동전지갑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두운 성당에는 나뿐이었다.


지갑을 열고 100원짜리 두 개를 뺐다.


다음날 성당을 가니 지갑은 그대로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침을 한번 삼키고

지갑을 조금만 연채로

동전을 두 개만 뺐다.



토요일이 되었다.

지갑은 사라져 있었다.


고해성사를 신청했다.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신부님은 물었다.


“… 도…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 뒤는 기억나지 않는다.


높낮이 없는 말이 이어졌고

빨리 그 네모난 칸에서

나가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월요일이 되었다.


다시 성당에 가보았다.

검은색 낡은 동전 지갑은

그 자리에 다시 놓여 있었다.



금요일이 되자 지갑은 홀쭉해졌다.


토요일이 되자 지갑은 사라졌다.


일요일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고해성사를 했다.


월요일,

동전지갑은 그 자리에 나타났다.


지갑은 다시

두둑해져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둡고 고요한 성당 안에는 나뿐이었다.

지갑을 들었다가 조용히 내려놓았다.





4월.

주일학교 소풍이었다.

보물 찾기를 했다.

나는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혼자 헤매고 있었다.


평소 나를 챙겨주던 수녀님이

조용히 나타났다.

둘 뿐이었다.


“소영아 따라와”


수녀님은 손가락으로

보물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여기. 여기, 여기”


짙은 회색 수녀복 위로

검은색 낡은 지갑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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