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스 갬빗>의 심리학

살짝 더 심리학적인 리뷰

by 킥업 이남석

<퀸스 갬빗>을 보면서 떠올린 이론이 있다. 바로 성취 동기 이론.

이 이론으로 드라마를 보면 제작진의 의도가 더 명확하게 보인다.


사회심리학자인 로버트 아킨(Robert Arkin)은 높은 성취(high achievement)와 과한 성취(over-achievement)를 구별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

단어만 들으면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과한 성취가 더 좋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과도한 성취지향자는 특정 목표 이상의 성취가 중요하다. 목표가 일정의 턱걸이용 철봉이다. 철봉 이상으로 고개를 밀어올리는 것에 집착한다. 과정? 지난번보다 더 성장한 체력 혹은 기술 점검? 그런 것을 살필 여유가 어디 있나, 배치기든 약물 도움을 받든, 빨리 목표 이상으로 성취하는 것에 혈안이다.



이에 비해 높은 성취지향자들은 결과뿐 아니라 그 과정도 즐긴다. 지난번보다 자신이 얼마나 더 높은 수준으로 성취하고 있는지 살핀다. 말 그대로 높은 성취지향자이니까.

더 높은 성취를 만들어내는 재능, 능력, 기술에도 관심이 많다.

차근차근 재능, 능력, 기술을 쌓아 올라가는 재미에 빠진다. 최종적으로 이기는 목표를 이뤘을 때만이 아니라!


과도한 성취지향자는 긍정적인 결과에만 집중하니 부정적인 결과를 얻었을 때 쉽게 밑바닥까지 쳐박힐 정도로 좌절한다.

"내가 정말 성공할 사람 맞아?”라고 자신의 재능과 기술에 회의를 품는다. 못난 자신에게 벌주듯이 방황한다. 보르고프에게 진 다음 음주와 약물에 더 빠진 주인공 베스 하먼처럼.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말을 할 때에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역에서 열리는 시합 전 인터뷰에 늦은 베스 하먼이에게 한때 시합 상대였던 여성이 베스의 성취를 보면서 존경한다는 말을 했을 때 건성으로 넘긴 것처럼.


주인공 베스 하먼은 드라마 총 7편중 6편에 이르기까지 부러워할만한 성취를 했지만 불행했다. 과도한 성취지향자였기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동기를 갖기 시작했을 때 행복의 길을 걷게 되었다.


동기 이론에서는 performance motivation과 mastery motivation을 구별한다.

"내가 저 인간은 이겨야지."

이런 마음은 "남보다 더 수행이 잘하려고 열심히 하려는 performance motivation이다.

이에 비해 "나는 000 인간이 되어야지."하는 정체성 동기에 가까운 mastery motivation도 있다. 특정 도전의 성패와 상관없이 훨씬 더 긴 인생의 관점에서 자신이 장인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여기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동기이다.


어떤 동기가 더 좋은 것인지 <퀸스 갬빗>은 잘 보여준다.

성장을 하면 행복할 수도 있고, 성공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에 목매달면 행복할 수도 없고 성장도 할 수 없다.


나는 <퀸스 갬빗>을 보면서 나 자신에게 돌아봤다. 과도한 성취지향자로서, 단기적 관점의 performance motivation만 갖고 있으면서. 왜 나는 성장과, 성공과 행복을 잡지 못하냐고 한탄하고 던 청춘을.


<퀸스 갬빗>을 다 보고 내 인생도 베스 이야기처럼 해피 엔딩... 아니, 해피 프로세싱을 담아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커졌다.


p.s. 브런치에 "<퀸스 갬빗>이 밀레니얼에게 사랑받는 세가지 이유"에 대해서 글을 썼지만, 할 말을 다하지 않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한 편 더 썼다. 이 쯤 되면 심리학 강박증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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