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머리
답답하다며 열오른 가슴
식히러 나온 마당
눈에 들어온
검은 기와
하얗게 감춘 눈
불이라도 뿜을 기세로 지붕을 보다
눈물이
처마가 아니라
내 볼로 떨어지는 밤
입김
되어
나오는
이름들
ㅡㅡㅡ
도종환 시인의 <눈 내리는 벌판에서>와
나희덕 시인의 <빛은 얼마나 멀리서>가 떠오르는 밤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들판을 건너 그리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빛은 얼마나 멀리서>
ㅡㅡㅡ
저 석류나무도
빛을 찾아나선 삶이기는 마찬가지,
주홍빛 뽀족한 꽃이
그대로 아, 벌린 입이 되어
햇빛을 알알이 끌어모으고 있다
불꽃을 얹은 것 같은 고통이
붉은 잇몸 위에 뒤늦게 얹혀지고
그동안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사랑의 잔뼈들이
멀리서 햇살이 되어 박히는 가을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는 나이가 되어도
빛을 찾아나선 삶이기는
마찬가지, 아, 하고 누군가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