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중 설명 잘 못해서 곤란하다면

진짜 문제 찾기의 중요성

by 킥업 이남석

1년을 넘기자마자 첫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종으로 이직한 쥬니어가 저를 찾아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새로운 직장 동료들이 저보고 설명을 잘 못해서 답답하대요. 그런 피드백을 받다 보니 회의 시간에 소극적이 되고, 다른 부분에서도 제 능력을 의심하는 것 같아서 위축되요."


저는 정말로 설명을 잘 못해서 그런 피드백을 받았는지부터 알고 싶었습니다. 올바른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정확한 문제 확인에서 시작해야 하니까요.


문제의 본질을 파고드는 5 why 기법을 바탕으로 만든 kick up framework로 의뢰인과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아 봤습니다. 그냥 직관적으로 설명을 못한 원인을 찾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직관에 너무 의존하면 코치의 컨디션과 집중력에 따라 아이디어 전개가 달라져 안정적으로 문제 원인을 찾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원포인트 레슨 시간이라면 모를까 이번 의뢰 건만이 아니라, 의뢰인이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주는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스스로 문제를 확인해서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돕는 코칭을 바라셔서 framework를 사용했습니다.


프레임워크를 쓴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출력으로 "설명을 잘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애초 설명의 원천이 되는 '입력'인 "이해를 잘 못하는 게" 문제였습니다.

문제를 더 세부적으로 쪼개봤습니다.

첫번째 문제는 지식 자체에 대한 이해력 향상 기술 부족이었습니다. 애초 지식을 입력할 때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실무자로서 자신의 시각으로 이해해서 문제해결을 위해 능동적으로 어떻게 활용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의견이 만들어집니다. 물론 의지만으로는 안됩니다. 구체적 이해력 향상 기술도 필요합니다.

어떤 지식을 배우고 그 표현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암기입니다. 이에 비해 외부의 지식이 자신의 사고 틀, 문제해결 틀에 맞게 바뀌어진 게 이해입니다. 어떤 대상을 이해했다면 자기 식대로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어야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해력을 높이고, 자신이 충분히 이해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답은 바로 "비유하기"입니다. 비유를 써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비유를 써서 표현하려고 노력해 보세요. 어떤 대상을 비유하려면 낯선 정보를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것과 비교해야 합니다. 비교하면서 구조적으로든 표면적으로든 유사한 점을 찾으면 학습 속도도 빨라지고 이해가 더 쉬워집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에도 비유를 쓰면 더 쉽게 받아들입니다.


우리는 이해하지 못한 것을 비유할 수는 없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비유할 수 있다면 나름대로 이해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이해의 증거가 나올 때까지 파고 드세요. 그 전에는 섣부르게 설명하려고 하지 말고요. 만약 시간이 부족하다면 다른 선배나 전문가가 한 비유를 찾아 보세요. 여러분 자신이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시킬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답니다.



인지심리학자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가 <삶으로서의 은유> 나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와 같은 책에서 "우리 세상과 삶 전체가 비유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일관되게 주장할 정도로 비유의 힘이 강합니다. 의뢰인은 스터디할 때에나 발표할 때 모두 그렇게 강력한 힘을 가진 비유를 잘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그만큼 힘들 수밖에 없었지요.


두번째 문제는 실무자로서의 역할 이해 부족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이직 후 제한된 시간 안에 자기 능력을 증명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해당 분야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공부한 지식을 회의 시간에 풀어놓았습니다.

"나 이 정도 알고 있어요."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요.


눈치 채셨나요? 실무를 처리하는 문제해결 담당자로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새로운 단원을 배우는 학습자로서 발표를 했습니다. 누군가 질문을 하면 실무자의 "의견"이 아닌 자신이 입력한 "지식"을 끌어오기 급급했습니다. 면접장이었다면 모를까, 실무 회의에서 동료와 상사가 바랐던 것은 암기한 지식이 아닙니다. 지식과 경험이 좀 부족해도 실무자로서의 의견을 기대합니다.


실무자로서 나름의 의견을 뒷받침할 설명을 바란 것이지, 지식 자체의 설명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질문을 하면 빈틈을 보이기 싫어 맥락없이 생각나는 지식을 툭툭 내뱉거나 자신이 공부하며 본 다른 솔루션을 불쑥 내미니 정리가 안되어 설명을 못한다는 말을 듣게 되는 거지요. 제한된 범위 안에서도 실무자로서의 역할에 맞는 의견과 근거를 중심으로 말했다면 주변 평가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문제를 설명력이 아닌 이해력에서 찾으니 솔루션도 그에 맞게 바뀌었습니다. 설명 기술, 파워포인트 활용법이 아니라 지식을 입력할 때의 비유와 역할 정립을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여러분의 일상에서도 성가신 골칫거리가 있으시다면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 그 안의 본질을 건드리려 노력해 보세요. 전혀 다른 솔루션으로 전혀 다른 미래가 시작될 것입니다. 작지만 확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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