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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을 가꾸는 건축가 Sep 08. 2022

어릴 때 '깍두기'였다.

어릴 적에 흔히 아이들 사이에서 놀 때 ‘깍두기’라는 단어를 썼었다.

어릴 적에 흔히 아이들 사이에서 놀 때 ‘깍두기’라는 단어를 썼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운동신경이 좋지 않아 운동을 잘하지 못했다. 그래도 친구들과 같이 무엇을 하는 것을 꺼려하지는 않았다. 중고등학교 때는 농구가 제일 유행이어서 쉬는 시간마다 아주 짧은 시간에도 친구들은 농구를 했다. 운동장에 있는 하나의 지지대에 4면에 농구 링이 달린 농구대였는데, 4면이 각각 다른 반 친구들이 편을 먹고 농구를 하면 20명 가까이가 신나게 놀 수 있는 아주 최적의 놀이기구이었다.

나는 농구를 잘하지 못해 자주 나가 놀지는 않았지만, 간혹 나가서 놀게 되면 항상 ‘깍두기’였다. 보통 3:3으로 편을 먹고 나는 거기에 추가로 한쪽 편에 소속되어 결국 4:3이 되는 것이었다. 한참을 게임을 진행해도 농구공을 내 손으로 잡을 확률은 별로 없고, 상대편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수비할 일은 거의 없어 농구 게임에 참여를 하고 있지만, 실상은 같이 노는 것 이상으로 농구게임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다니다가 군대를 갔다. 군대에서는 축구를 자주 하였다. 축구 게임에서도 나는 여전히 깍두기였다. 군대에서는 휴식시간을 주고 나서도 그 휴식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지를 정해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무슨 휴식시간인가 싶지만, 그때는 그랬다. 휴식시간이라고 해놓고 그 시간에 축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군대에서의 축구는 ‘전투축구’로 명명되었다. 축구에서 나는 수비수였다. 골대 앞쪽에 축구를 못하는 친구들이 몇 명이 모여서 수비를 봤다. 사실 군대 축구는 공격수만 있으면 되는 허접한 축구다. 수비는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축구 못하는 사람이 수비를 본다. 나도 수비를 보면서 상대방 공격수가 달려오면 열심히 쫓아는 가지만, 역부족이고 공격수 뒤꽁무니만 쫓다가 결국 끝나는 그런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계급이 낮은 이등병, 일병 때는 수비를 열심히 해야 했다. 전속력을 다해서 뛰어야 했다. 그래도 잘 되지 않아 욕먹는 것이 일상이었고, 있으나 마나 한 수비수이기 때문에 중간에 먹을 물도 떠오고 했다. 점점 계급이 올라가서도 계속 수비수였는데 이때는 어슬렁거리며 걸어 다녔고, 병장이 되어서는 수비수이면서도 골대 옆에 앉아서 햇볕을 쬐면서 시간을 보냈다. 게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고, 게임에 전혀 영향력이 없는 전형적인 깍두기였다. 그래도 축구를 하라고 시간을 정해주었고, 다른 곳에 가 있으면 간부들한테 혼나기 때문에 우리 편 골대 근처에서 어슬렁 거리다 제대를 했다.     


군대를 갔다 와서 대학교에 복학했더니 다들 족구를 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족구도 잘 못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족구를 하게 되면 이때도 ‘깍두기’였다. 3:3 또는 2:2에서 한쪽에 1명이 더해지는 상황이었다. 운동을 잘하는 친구들은 왜 그리들 잘하는지 군대를 다녀온 이후로는 다들 운동신경이 더 좋아진 듯했다. 족구도 깍두기로 서 있으면 참 재미없는 경기이다. 거의 공을 발에 맞출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간혹 뒤로 빠지는 공을 주우러 다니는 것 외에는 말이다. 그렇게 대학교 시절도 운동에 있어서는 아웃사이더로 지냈다.     

졸업하고 회사에 오니 이제는 같이 운동을 할 일이 없어져도 좋았다. 간혹 1년에 한 번 있는 체육대회에서도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고 하고 싶은 사람들만 축구, 농구 등의 게임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체육대회를 가면 거의 그늘 밑에 앉아서 계속 맥주만 먹다가 오곤 했다.     


나는 공이 내 몸에 직접 닿는 운동을 다 못한다. 농구공, 축구공, 배구공, 족구공, 야구공 등등.. 그러나 무엇인가 도구를 이용해서 공을 조작하는 운동은 전혀 못하지는 않아서 그중에 하나 배드민턴, 탁구는 잘한다. 그나마 잘한다는 것이지 기본적으로 운동신경이 없기 때문에 아주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에 골프도 조금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채를 가지고 공을 치는 것인데도 잘 안되었다. 일단 자세가 너무 정석에 맞게 해야 하는데, 그것이 잘 안 되었고, 그래서 해도 해도 잘 늘지 않으니 재미가 없었다. 결국 그만두었다. 인라인도 조금 탔었는데, 이것도 얼마 하지 않고 그만두었다. 내가 운동신경이 모자라 평형감각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고,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다리의 힘이 부족하여 이 운동도 영 재미가 없어서 얼마 안 하고 그만두었다. 스키도 조금 탔었는데, 이것도 인라인과 같은 부족함에서 몇 번 타다가 이제는 아예 타지 않는다. 이제는 조금 나이가 들어서인지 타다가 어디인가 부러질 것 같은 위험한 상상에 절대 타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은 수영과 자전거이다. 수영과 자전거는 꾸준히 하고 있는데, 지루하지 않고, 나에게 잘 맞는 운동이다. 수영과 자전거도 남들과 같이 하지는 않는다. 수영하는 분들을 보면 강습을 받으면서 강습 팀끼리 같이 운동을 많이 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는 분들은 팀이 모여서 줄지어 한강을 횡단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는다. 일단 아주 잘하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와 같이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같이 따라가야 하고, 장비를 계속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 그냥 혼자 자유 수영하고 혼자 자전거로 한강고수부지를 왔다 갔다 한다. 운동이라는 것이 본인의 체질에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몸에 맞지 않는 운동은 잘 되지 않고, 잘할 수 없고, 본인에게도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항상 꾸준히 매일 하는 운동은 걷기다. 하루에 5,000보 걷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실 걷기 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 내가 건축을 업으로 해서 그런지 걸어 다니면서 동네 변하는 모습 등을 관찰하는 것이 재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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