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블로그는 한발 한발 걸어나간다...
브런치라는 따끈따끈하다 못해 아직 익어가는 서비스에 남기는 첫 글이 한 서비스의 종료 소식이라니...
무언가 아이러니한 느낌도 없지 않은데요. 10년간 블로그를 유지하고 있는 블로거로서 비슷한 기간을 살다가 떠다는 블로그 관련 서비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가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을 블로그는 특별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공간이지만, 그 안에 쌓인 글의 효율적인 유통을 위해 RSS라는 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Rich Site Summary라고 해서 뉴스나 블로그에서 흔히 사용하는 이 규격은 블로그에 새로운 글이 업데이트되면 그 내용을 갱신해 배포해주는데요. 덕분에 RSS 구독자는 꼭 그 블로그에 방문하지 않고서도 RSS 리더로 생생한 소식을 접할 수 있고, 블로거는 더 많은 곳에 자신의 글을 흩뿌려 보이지 않는 독자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런 RSS를 읽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 중 우리나라 블로고스피어의 성장과 함께 달려온 웹기반 RSS 리더 서비스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언급할 곳이 바로 한RSS(HanRSS)고요. 2005년 10월부터 대한민국 블로고스피어의 시작과 성장을 함께 지켜봐온 산증인이자, 그 스스로가 확산의 장으로 블로거들에게 사랑받았던 이 서비스가 갑작스럽지만 10년의 짧은 삶을 마감하려고 합니다.
10년의 세월을 담았다기엔 너무나도 짧은 종료 공지에는 종료의 이유가 명확히 적혀 있지는 않지만, 추측해보자면 표면적으로는 그간 서버 인프라를 지원받던 네오위즈 인터넷이 NHN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면서 알 수 없는 사정으로 더 이상 서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종료를 선언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안으로 더 들어가면 그보다는 블로그에 업데이트되는 콘텐츠들을 RSS 리더로 읽는 사람보다 SNS나 검색 결과에서 만나는 이들이 늘면서 블로그 콘텐츠 소비 방식을 바꾸고 있는 사용자들의 선택을 더 이상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자세히 데이터를 들여다본 건 아니지만 이전만큼 한RSS를 통해 블로그 글을 읽는 사용자가 많지 않다면 외부 지원까지 받아가면서 마냥 이 서비스를 유지하기도 어려웠겠다는 게 제 생각인데요.
블로그라는 플랫폼에 대한 위기론은 몇 년간 계속되어 왔고, 블로그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SNS와 동영상 콘텐츠에 밀리는 상황에서 한RSS의 서비스 종료는 더 아프게 느껴지는군요. 10년간 블로그를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 곳이 나의 터전이라고 생각하며 무언가를 채워가기 위해 고민하는 블로거의 입장에서 말이죠. 돌아보면 지난 몇년간 블로그와 관련된 서비스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크게는 블로거들의 이야기를 뉴스로 유통해줬던 다음 뷰의 서비스 종료와 함께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하던 메타 블로그들이 사라져갔고 구글 리더가 사라지고 몇년 후 이젠 한RSS까지 종료 카드를 꺼내든 상황. 당장 블로그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더 줄어드는 게 아닐지 우려도 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관심과 무관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쌓고 나누고 싶은 것들을 채워갈 수 있는 블로그라는 서비스에 여전히 만족도가 높지만, 쌓여가는 글과는 반대로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 된다면 어떨까라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사람들이 선호하는 콘텐츠 소비의 방식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콘텐츠 생산 역시 형식을 달리해야 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고요.
그런 복잡한 생각의 와중에 어떤 서비스인지 간보기에 들어간 브런치.
블로그에서 그랬듯 이 곳에서도 글을 쓰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정리된 생각들을 누군가와 나누는 일들을 계속할 수 있겠죠? 종종 그래왔듯 외적인 환경 변화보다는 나 스스로가 지켜갈 의지가 있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니까요. 모바일 시대에 맞게 가벼워진 브런치를 둘러보며 한RSS를 다시금 추억해 봅니다.
그간 수고 많으셨고, 보듬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