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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드 Jan 26. 2016

제주에서 마지막으로 쓰는 글...


제주 생활의 마침표가 생각처럼 쉽게 찍어지질 않네요.

출발은 전국민이 다 아는 지난 주말의 폭설이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뒤끝을 징하게 깨닫게 해준 이번 눈으로 제주공항은 궤멸 상태에 빠졌고... 9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공항에 발이 묶였다죠.


저는 그 즈음 제주 파견을 마무리하고 서울행을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하늘길이 완전히 막힐 건 물론 꿈에도 몰랐다가 결국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제주에서의 근무도 폭설로 재택 근무를 해야하는 등 녹록치는 않았지만, 유례없이 쏟아진 제주의 폭설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여유도 부려보며 하늘이 열리길 기다렸는데요.



하늘길이 열리고 수 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올라갔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공항을 찾은 게 제 패착이었네요. 9시 30분 출발 비행기가 11시 25분으로 밀리고, 그것조차 공항 사정으로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깜놀. 하지만 공항까지 일단 나왔으니... 수속을 마치고 지금 대기 중입니다.


제가 탈 비행기는 아니지만, 오후 5시 출발 비행기가 9시 30분에 출발하는 마법을 직접 목격하니 느낌이 완전히 다르네요.ㅡㅡ;; 공항에 나오기 전에 문의 전화라도 해볼걸... 옆에서 들려오는 안내 메시지는 지연 메시지 뿐.



아무래도 제가 너무 성급했나 봅니다.

그냥 조금 더 제주에 머물렀어도 되는데, 제가 벌써 성급하기만한 서울의 삶에 몸을 맞추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더 정이 들기 전에 제주와 정리하고 싶었던 걸까요?  돌아보면 제주에서의 생활은 여러 모로 좋았습니다. 아름다운 풍광도 그렇지만, 여유있는 삶에 조금은 더 가까운 제주의 공기가 좋았거든요. 문득 주변을 돌아봤을 때 비치는 푸르름과 여유를 풍기며 자신의 삶을 묵묵히 지켜가는 이들이 사는 섬.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그들의 삶도 녹록치는 않겠지만, 파견자의 눈에 제주는 여전히 낭만의 섬인지라 홀가분하기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데요. 내일부턴 회사까지 왕복하느라 3시간을 보내면서도 그 쳇바퀴에 길들여지는 삶으로 돌아가야 하겠죠. 분명 그런 삶에 또 금새 익숙해질 저를 잘 알기에 지금의 이 지연이 제주에서 찍는 가장 긴 마침표이자. 아쉬움의 표식 같네요.



Goodbye Jeju...
근데 언제쯤 김포에 도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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