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어린이집에서 퇴근하는 엄마를 따라 집으로 향하는 꼬마 아이가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망설인다. 엄마는 이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지만,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디딜 시점을 찾지 못하는지 최적의 시점을 계산 중인지 기다려주지 않고 아래로 향해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그냥 보내고 만다.
그렇게 엄마와 대여섯 단의 차이가 나는 시점에 제법 의젓하게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막상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서서는 조심조심하는 법 없이 성큼성큼 내딛는 걸음. 어느새 엄마 바로 옆까지 다가서있다. 종알종알 엄마와 이야기하는 꼬마는 오늘 처음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건 아닐터다.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거침없이 이동하는 걸 보면 겁이 많은 성격도 아닌 모양이다.
타이밍이란 게 그렇다. 막상 지금이 맞는지 한참을 망설이고 망설이게 될 때가 있다. 지금까지 안 해본 것도 아니고 얼핏 지금쯤은 해야 하는데 하며 조바심을 내면서도 성큼 나아갈 수 없는 때가. 그러다 조바심에 더 분주히 움직이게 될 때가 있다. 앞을 보는 눈이 있고 먼저 나아갈 용기가 있는 이들은 이미 나아가서 움직이고 있는데 나는 조바심에 조금씩 짓눌리며 고민에 빠지는 때가.
그럴 때마다 빠르지 않은 내 보폭을 떠올리곤 한다. 당장 함께 발을 맞춰 걸어줄 이가 없다고 해도 찬찬히 돌아보면 저마다 자신의 보폭으로 삶을 걷고 있는 이들이 가득한 세상. 설령 나중에 성큼성큼 걸어야 할 때가 오더라도 지금은 내 보폭에 맞춰 걸으며 살아가기로 한다. 급할수록 뛰어가지도 에둘러 돌아가지도 않고 그렇게 걷다 보면 삶의 어느 언저리쯤에 한없이 든든한 엄마에게까지 걸어갈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