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역의사제도와 자치 의과대학(自治医科大学)

대한민국 지역의사 제도 도입을 바라보며.....Tq

by 연쇄살충마

한국 이재명 정부의 의대증원 윤곽


[단독] 이재명 '의대증원' 윤곽…지자체 벌써 공공의대 유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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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역의사제도


요약 보고서


일본의 지역의사제도는 수십 년에 걸쳐 심화된 의사 인력의 지역적·진료과목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다층적이고 진화적인 정책 실험의 산물이다. 본 보고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두 가지 모델인 '자치 의과대학(自治医科大学)'과 '지역정원제도(地域枠制度, 치이키와쿠)'를 중심으로, 그 도입 배경, 운영 메커니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최신 정책 동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일본의 대응은 1970년대 '1현 1의대' 구상을 통해 의사 절대 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으나, 그 결과로 의사들이 도시에 집중되는 '분배의 실패'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대한 첫 번째 대응이 1972년 설립된 자치 의과대학이다. 이는 47개 도도부현이 공동으로 설립하여, 졸업 후 9년간 출신 지역의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전액 장학금을 제공하는 고비용·소수정예·몰입형 교육 모델이다. 자치 의대는 지역의료에 대한 사명감을 고취하는 특화된 교육과정과 강력한 동문 네트워크를 통해 98%가 넘는 높은 의무 이행률과 의무 이행 후에도 70% 이상이 지역에 남는 등 장기 정착 유도에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는 계약적 의무를 넘어선 '정체성 형성'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된 지역정원제도는 보다 광범위하고 확장 가능한 해결책으로 도입되었다. 이는 각 대학 의대 정원의 일부를 특정 지역 근무를 조건으로 선발하고, 지자체가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2023년 기준 전체 의대 정원의 약 19%를 차지할 정도로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으며, 의무 이행률 또한 약 90%에 달해 단기적인 의사 배치 목표 달성에는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의무 복무 기간 종료 후 지역을 이탈하는 '회전문 효과'와, 희망했던 필수의료 과목이 아닌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 '전공 불일치' 현상 등 장기적 효과에 대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다. 초기에는 장학금 환수 및 고율의 이자 부과 등 재정적 페널티에 의존했으나, 그 효과가 제한적임이 드러나자 2019년부터는 의무 불이행자를 고용한 도시 대형 병원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는 '경력 기반 억제책'을 도입했다. 동시에, 의무 복무 기간 동안 체계적인 전문의 수련 과정을 보장하는 '커리어 형성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결혼 등 생애주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한 제도를 모색하는 등 '처벌'과 '지원'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의 지역의사제도는 단독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2024년부터 시행된 '의사 근무 방식 개혁(働き方改革)'에 따른 근로시간 상한 규제, 간호사 등으로의 업무 이관(Task Shift/Share), 원격의료 및 닥터헬기 등 포괄적인 지역의료 지원 인프라, 그리고 각 도도부현의 '의사확보계획' 및 '지역의료구상'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사례는 다음과 같은 핵심적인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재정적 계약만으로는 장기적인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어려우며, 자치 의대 모델처럼 지역의료에 대한 가치와 정체성을 내재화하는 교육적 접근이 중요하다. 둘째, 지역의사제도는 한 번의 설계로 완성되는 정책이 아니며, '누수 현상'을 막기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평가, 그리고 제도 보완이 필수적인 장기적 과제이다. 셋째, 의사 배치 정책은 근로기준, 의료 인프라, 지역 보건 계획 등 거시적인 보건의료 시스템과 통합적으로 설계될 때 비로소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의 경험은 지역의사제도 도입을 고려하는 국가들에게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담은 귀중한 청사진을 제공한다.


I. 서론: 일본 지역의사 전략의 기원


A. 역사적 배경: 전후 복구에서 '1현 1의대' 구상까지


일본의 지역의사 확보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후(戰後) 의료 시스템 재건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정책적 흐름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1961년 전국민 건강보험(皆保険)을 달성하면서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정부는 1970년 인구 10만 명당 의사 150명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을 본격화했다.1


이러한 정책 기조의 정점은 1973년부터 1981년까지 추진된 '1현 1의대 구상(一県一医大構想)'이었다.1 이 계획은 당시 의과대학이 없던 현(県)에 의대를 신설하여 모든 도도부현(都道府県)이 최소한 하나의 의학 교육 인프라를 갖추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정책은 의사 수의 양적 확대라는 측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일본 전역에 걸쳐 의료 인력 양성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았다. 절대적인 의사 수는 증가했지만, 이들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의사들은 교육, 문화, 경제적 기회가 풍부한 대도시 지역을 선호했으며, 농어촌 및 산간 지역은 의사 부족 문제에 계속해서 시달렸다.2 즉, 일본의 의료 인력 문제는 '절대적 부족'의 단계에서 '상대적 불균형' 또는 '분배의 실패'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정책적 배경의 변화는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보다 정교하고 목표 지향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낳았다.


B. 핵심 과제: 지역 및 진료과목 간 편재 심화


일본이 직면한 의사 인력의 불균형 문제는 지리적 편재와 진료과목별 편재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심각하게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의사가 가장 많은 도쿠시마현과 가장 적은 사이타마현 간의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두 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으며, 이는 지역 간 의료 접근성의 불평등을 명확히 보여준다.4


이러한 지리적 편재는 특정 진료과목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와 같은 필수의료 분야는 지역사회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의료사고의 위험이 높고 업무 강도가 세다는 이유로 농어촌 지역에서 기피 현상이 심화되었다.5 이는 지역 주민들이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러한 편재 현상을 가속화한 결정적인 계기는 2004년 도입된 '신(新) 임상연수제도'였다. 과거에는 대학 의국이 중심이 되어 졸업생들을 각 지역 병원으로 파견하는 시스템이 지역 의료 인력 수급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는 연수 의사(研修医)에게 병원 선택의 자율권을 대폭 부여했고, 그 결과 대부분의 연수 의사들이 수련 환경이 좋은 도시의 대형 병원으로 몰리게 되었다.2 이는 전통적인 의사 파견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지역 간 의료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C. 정책적 대응: 다각적 접근법의 개요


심화되는 의사 편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단일 정책이 아닌, 여러 정책을 결합한 다각적인 접근법을 채택했다. 본 보고서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두 가지 핵심 정책은 다음과 같다.


1. 자치 의과대학(自治医科大学): 1972년, 의료취약지(へき地医療) 의료 확보를 목표로 47개 도도부현이 공동으로 설립한 선구적인 모델이다. 이는 특정 목적을 위해 설립된 특수 의과대학으로서, 지역의사 양성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다.9

2. 지역정원제도(地域枠制度, 치이키와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제도로, 기존 의과대학 내에 특정 지역 근무를 조건으로 하는 별도의 입학 정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의료 교육 시스템을 활용하여 보다 광범위하고 확장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한 결과물이다.9


이 두 가지 인력 양성 정책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광범위한 지역의료 지원 생태계 속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한다. 여기에는 2024년부터 본격 시행된 '의사 근무 방식 개혁(医師の働き方改革)', 닥터헬기(ドクターヘリ)와 같은 응급의료 이송 시스템, 원격 진료소 지원, 그리고 '지역의료개호총합확보기금(地域医療介護総合確保基金)'을 통한 재정 지원 등 포괄적인 정책들이 포함된다.12 이러한 다층적 접근은 의사 인력 문제를 단순히 '배치'의 문제가 아닌, '근무 환경', '생활 여건', '지역 인프라'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II. '지역정원제도(地域枠)' 시스템: 상세 운영 분석


A. 제도적 틀과 법적 근거


지역정원제도, 통칭 '치이키와쿠(地域枠)'는 졸업 후 특정 의료취약지역에서 일정 기간 근무할 것을 조건으로 의과대학 입학 정원의 일부를 별도로 선발하는 제도이다.1 이 제도는 의사 편재 해소를 위한 국가적 전략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2008년 정식 도입 이후 제도는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2023년 기준으로 일본 전체 80개 의과대학 중 71개 대학이 지역정원제도를 채택했으며 9, 이를 통해 선발된 학생 수는 1,770명에 달했다. 이는 해당 연도 전체 의대 입학정원 9,420명의 19.1%에 해당하는 규모로, 제도가 일본 의사 양성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명확히 보여준다.9


법적으로 이 제도는 문부과학성(MEXT)과 후생노동성(MHLW)의 관할 하에 운영되며, 주로 의대 정원을 한시적으로 증원하는 '임시정원(臨時定員)' 제도를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18 즉, 정부가 의사 부족 지역의 정원을 늘려주는 대가로, 대학은 그 증원분을 지역의료에 공헌할 학생을 선발하는 데 사용하는 구조이다. 이는 국가 정책 목표와 대학의 학생 선발을 연계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기능한다.


B. 모집 및 선발: 다양한 선발 경로


지역정원제도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단일 모델이 아니라, 각 대학과 도도부현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17 이는 제도의 유연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복잡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주요 선발 유형은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도도부현 출신자 정원(地元出身者枠): 특정 도도부현 출신 학생(예: 해당 지역 고교 졸업자)을 대상으로 하는 정원이다. 지역에 대한 연고가 깊은 학생일수록 의무 복무 후에도 해당 지역에 정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에 기반한다.17

전국 정원(全国枠): 출신 지역에 관계없이 전국의 모든 수험생을 대상으로 선발한다. 이는 지역 연고는 없지만 지역의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진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다.17

진료과 지정 정원(診療科指定枠): 특정 지역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특히 부족한 특정 진료과목(예: 종합진료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에서 근무할 것을 추가 조건으로 내건다. 이는 지역의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보완하려는 목표 지향적 접근이다.5


선발 방식 또한 다양하다. 일반 입시와는 별도로 학교장 추천 전형이나 종합형 선발 전형을 통해 지역정원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일반 전형 내에 지역정원 트랙을 두어 동일한 시험을 치르게 하는 대학도 있다.17 이러한 다양성은 각 대학과 지자체가 자신들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틀을 제공한다.


C. '황금 수갑': 장학금 구조와 재정적 인센티브


지역정원제도의 핵심적인 유인책이자 구속 장치는 도도부현이 제공하는 '대여장학금(貸与奨学金)'이다.1 이 장학금은 6년간의 의대 재학 기간 동안 학비, 생활비, 교재비 등 학업에 필요한 경비 대부분을 지원한다. 사립 의대의 경우 그 규모가 수천만 엔에 달하며, 예를 들어 6년간 최대 3,700만 엔(약 3억 7천만 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 지원되기도 한다.24


이 제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이 장학금이 '대여' 즉, '대출'의 형태를 띤다는 점이다. 학생은 졸업 후 정해진 의무 복무 기간을 모두 이행하면 대여받은 장학금 전액과 이자의 상환을 '면제'받는다.9 그러나 만약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원받은 장학금 전액을 이자와 함께 일시불로 상환해야 한다. 이 계약적 관계는 학생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의무 이행을 담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강제 수단으로 작동한다.


D. 의무 복무: 기간, 조건 및 경력 경로


지역정원제도를 통해 선발된 의대생은 졸업 후 정해진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무 복무 기간: 표준적인 의무 복무 기간은 9년이다. 이는 장학금을 지원받은 기간(대학 6년)의 1.5배에 해당하는 기간으로 설정된 것이다.1

복무 기간의 구성: 9년의 의무 복무는 단순히 한 곳에서 9년을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경력 개발을 고려하여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다음의 과정들을 포함한다.

○ 초기 임상연수(2년): 졸업 후 첫 2년간은 일반적인 임상연수 과정을 밟는다.

○ 지역 근무: 이후 수년간은 지자체가 지정한 의료취약지(へき地)의 공공병원이나 진료소 등에서 근무한다.27

○ 후기 연수/전문의 수련: 의무 복무 기간 중에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후기 연수나 전문의 수련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보장된다. 이는 의사 개인의 경력 개발 욕구를 충족시키고, 의무 이행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중요한 장치다.27

경력 지원: 많은 도도부현에서는 '커리어 형성 프로그램(キャリア形成プログラム)'을 운영하여 지역정원 의사들의 경력 경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의 의료 수요와 의사 개인의 전문성 함양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시키기 위해 설계되었다.27 이를 통해 의사들은 의무 복무 기간이 자신의 경력에 단절이 아니라 중요한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처럼 지역정원제도는 단일하고 경직된 제도가 아니라, 각 지역의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변형되고 적용되는 분산형 정책 프레임워크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분산적 특성은 각 지역의 특수한 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국가 전체적인 정책의 일관성과 통일된 평가를 어렵게 만드는 양면성을 지닌다. 이는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본질적인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보여준다.


III. 자치 의과대학 모델: 지역의료의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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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독특한 기관: 설립 철학과 구조


자치 의과대학(自治医科大学)은 일본의 지역의사 양성 정책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독특하고 상징적인 존재다. 1972년, 일본의 47개 모든 도도부현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설립한 이 대학은 그 태생부터 명확한 공공적 사명을 지니고 있다.8 설립 목적은 '의료취약지(へき地) 등의 지역사회 의료를 확보 및 향상시키고, 고도의 의료 능력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다.8


자치 의대는 지역정원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운영 모델을 가지고 있다. 입학하는 모든 학생은 출신 도도부현으로부터 6년간의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지원받으며, 사실상 전원 장학생으로 구성된다.10 그 대가로 졸업생 전원은 출신 도도부현으로 돌아가 9년간의 의무 복무를 이행해야 한다. 매년 각 도도부현에서 2~3명의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학생 구성은 지리적으로 매우 다양하면서도, '지역의료에 헌신한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강한 유대감을 형성한다.32


B. 자치 의대의 경험: 교육에서 경력 지원까지의 전인적 접근


자치 의대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장학금과 의무 복무라는 계약 관계에만 있지 않다. 학생 선발부터 졸업 후 경력 관리까지 이어지는 전인적(holistic) 접근 방식에 그 핵심이 있다.


특화된 교육과정: 6년간의 교육과정은 의료취약지에서 마주할 다양한 의료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종합적인 능력을 갖춘 의사, 즉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를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8 저학년 때부터 임상의학과의 연관성을 강조하고, 지역사회 의료와 관련된 교육을 중시하여 학생들에게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학습 동기를 부여한다.30

공동체 문화와 정체성 형성: 전원 기숙사 생활을 원칙으로 하며, 출신 지역은 다르지만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면서 강한 공동체 의식과 정체성을 형성한다. 이러한 경험은 졸업 후에도 강력한 동문 네트워크로 이어져, 어려운 환경의 지역의료 현장에서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33

졸업 후 지원 시스템: 대학과 동창회는 졸업생들이 의무 복무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멘토링, 연구 기회 제공, 그리고 다양한 임상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졸업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경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33


C. 비교 분석: 자치 의대 vs. 지역정원제도


자치 의대와 지역정원제도는 '지역의사 양성'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그 접근 방식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자치 의과대학: '고비용·소수정예·몰입형' 모델이다.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여 소수의 학생을 선발하고, 6년간의 집중적인 교육과 공동체 생활을 통해 지역의료에 대한 사명감을 내재화시킨다. 이는 '헌신적인 지역의료 전문가'를 길러내는 데 특화된 방식이다.

지역정원제도: '저비용(학생 1인당)·대규모·확장형' 모델이다. 기존의 의대 시스템을 활용하여 비교적 적은 추가 비용으로 많은 수의 의사를 지역에 배치할 수 있다. 이는 '계약에 기반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광범위한 지역의 의료 공백을 신속하게 메우는 데 초점을 맞춘 방식이다.


결론적으로 지역정원제도가 자치 의대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지만, 그 본질은 다르다. 자치 의대가 '전인적 교육을 통한 정체성 형성'을 추구한다면, 지역정원제도는 '재정적 인센티브를 통한 계약적 의무 이행'에 가깝다.9 자치 의대의 높은 장기 정착률은 단순히 9년의 의무 기간 때문이 아니라, 6년간의 교육 과정 전체가 '지역의사'라는 정체성을 심어주는 과정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계약적 의무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장기적인 지역 정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의 전문직 정체성과 가치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육적 접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이다.


IV. 성과 평가: 성공, 실패,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



A. 성공의 척도: 지역 정착률 및 영향에 대한 통계적 증거


일본의 지역의사 양성 제도는 설정된 단기 목표 달성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높은 의무 이행률: 두 제도 모두 졸업생들이 최소 의무 복무 기간을 이행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자치 의과대학 졸업생의 의무 이행률은 약 97~98.5%에 달하며 33, 지역정원제도 출신 의사들의 의무 이행률 역시 약 88~90% 수준으로 보고된다.38 이는 제도의 계약적 구속력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의료취약지역 의사 수 증가: 후생노동성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역정원제도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이후 의사 부족 현(県)에서 근무하는 젊은 의사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22 이는 제도가 의사 재배치라는 정책 목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성공 지표이다.

학업 성취도: 일각에서는 지역정원제도가 일반 전형에 비해 입학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선발하여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지역정원제도 출신 학생들의 의사 국가시험 합격률은 일반 학생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9 특히 자치 의과대학은 매년 전국 최상위권의 국가시험 합격률을 기록하며 교육의 질적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8


다음 표는 자치 의과대학과 지역정원제도의 주요 특징을 비교하여 두 제도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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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이탈의 딜레마: 의무 불이행의 원인과 비율 분석


높은 의무 이행률에도 불구하고, 일정 비율의 이탈자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장치와 이탈 사유를 분석하는 것은 제도의 한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재정적 페널티: 의무 불이행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제재는 지원받았던 장학금의 일시불 상환이다. 여기에는 통상 연 10% 수준의 높은 위약금 또는 이자가 부과되며, 일부 지자체는 연 14.5%에 달하는 징벌적 이자율을 적용하기도 한다.26

이탈 사유: 의무 이행을 포기하는 주된 이유는 다양하다. 6년간의 의대 교육 과정에서 새로운 분야에 흥미를 느껴 도시의 경쟁적인 전문과목을 지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결혼, 출산, 육아 등 개인적인 삶의 변화나, 도시 지역에 있는 부모의 병원을 물려받아야 하는 상황 등도 주요 이탈 사유로 꼽힌다.43 이는 18세의 고등학생에게 30대의 삶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강요하는 제도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비판으로 이어진다.43

'재정적 탈출구'의 문제: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재정적 페널티가 의사에게는 충분한 억제력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고액의 아르바이트나 단기 근무를 통해 수천만 엔의 부채를 상환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이 '재정적 탈출구'의 존재는 페널티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심각한 허점으로 지적된다.43


C. 시스템의 한계: 왜 정원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닌가


지역정원제도는 단기적인 의사 배치에는 성공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며 여러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의무 이행 후 이탈 현상: 가장 큰 비판은 이 제도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9년의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자마자 해당 지역을 떠나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회전문 효과(revolving door effect)'가 상당수 관찰된다.41 이는 제도가 지역의료에 대한 진정한 헌신이나 장기적인 애착을 형성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근본 원인 미해결: 비판론자들은 이 제도가 의사들이 농어촌 지역을 기피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채 '땜질 처방'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낮은 보수, 열악한 근무 환경, 전문성 개발 기회의 부족, 자녀 교육 문제 등 농어촌 지역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의사를 강제로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45

제한적인 거시적 효과: 도쿄대학의 하시모토 히데키 교수와 같은 전문가들은 자치 의대나 지역정원제도와 같은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지역 거점 병원의 의사 부족 현상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이 제도들이 미시적인 배치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지역 전체의 의료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거시적인 효과는 제한적이었음을 의미한다.46


D. 진료과목 불일치 문제


지역정원제도는 지리적 편재뿐만 아니라 진료과목 편재 해소도 목표로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한계를 보인다. 일부 지역정원제도는 특정 필수의료 과목을 전공할 것을 조건으로 하지만, 학생들의 희망과 실제 전공 선택 사이에는 큰 괴리가 존재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지역정원제도 학생의 37%가 종합진료과를 희망한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종합진료과를 선택한 비율은 6%에 불과했다.6 이는 의사 인력이 필요한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정작 필요한 '진료과목'에서도 이탈하는 이중의 '누수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국가의 인력 수급 계획과 의사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 사이의 근본적인 긴장 관계를 드러내는 것으로, 제도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V. 집행과 진화: '누수'를 막기 위한 제도의 적응


A. 재정적 페널티를 넘어서: 경력 기반 억제책의 도입


일본 정부는 재정적 페널티만으로는 의무 이행 이탈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을 도입했다. 2019년부터 시행된 새로운 정책은 의무 불이행이라는 개인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고용 기관에도 묻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43


이 정책은 지역정원제도 계약을 파기한 의사를 고용하는 도시의 대형 병원에 대해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삭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43 이는 이탈 의사 개인에게만 부담을 지우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들을 고용하는 시장 자체에 제약을 가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도시의 유명 대형 병원들은 의무 불이행자를 채용하는 것을 기피하게 되었고, 이는 이탈 의사가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도시에서 구하기 어렵게 만드는 강력한 경력 기반 억제책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신사협정' 수준을 넘어선, 시스템적 집행 메커니즘으로의 중대한 진화라 할 수 있다.


B. 선제적 지원: 도도부현의 커리어 형성 프로그램 역할


처벌 강화와 더불어, 일본의 정책 입안자들은 의무 이행을 보다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당근'의 중요성도 인식했다. 각 도도부현은 의무 복무 기간이 단순히 '의무'가 아니라 의사 개인의 '경력 개발'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커리어 형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강화했다.27


이 프로그램들은 9년의 의무 복무 기간 동안 초기 임상연수, 지역 근무, 그리고 전문의 수련 과정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밟아나갈지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의사들은 지역에 근무하면서도 전문성을 쌓고 원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최근(2023-2024년)에는 서로 다른 지역정원 프로그램에 속한 의사 간의 결혼으로 인한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도도부현 간 '결혼 협정'을 맺어 부부가 함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방안들이 논의되는 등, 생애주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18


C. 최신 동향(2024-2025): 정원 조정 및 지원에 관한 새로운 정책


지역정원제도는 정체된 제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2024년과 2025년을 기점으로 나타나는 최신 정책 동향은 다음과 같다.


정원 재배분: 의사 과잉 지역(의사 다수현)의 임시 정원을 점진적으로 감축하고, 그 감축분을 의사 부족이 심각한 지역(의사 소수현)으로 이전하는 정원 재배분 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20 2025년도 의대 임시정원은 전년도보다 소폭 감소했으며 48, 이는 전체 의사 수를 조절하면서 편재를 해소하려는 정교한 정책적 시도이다.

제도의 항구화: 지금까지 주로 '임시정원' 형태로 운영되던 지역정원제도를 의과대학의 '항구적 정원'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의사 양성 시스템을 뿌리내리게 하려는 의도이다.20

소통 및 지원 강화: 처벌 위주의 접근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 하에, 입학 단계부터 학생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제도의 취지를 설명하고, 졸업 후 경력 경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등 이탈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18


이처럼 일본의 지역정원제도는 초기의 단순한 계약 모델에서 출발하여,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보완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이는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려는 국가들에게 초기 설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지속적인 평가와 개선 과정임을 시사한다.


VI. 더 넓은 생태계: 의사 분포를 형성하는 연계 정책들



A. '근무 방식 개혁'의 영향: 노동 규제가 지역의료에 미치는 파급효과


일본의 지역의사 확보 정책은 '의사 근무 방식 개혁(医師の働き方改革)'이라는 거대한 변화와 맞물려 있다. 2024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 개혁은 의사의 과도한 장시간 노동을 막기 위해 연간 시간외 근무시간에 상한을 두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일반적인 상한은 연 960시간이지만, 지역의료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최대 연 1,860시간까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12


이 개혁은 의사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근무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 병원에는 심각한 도전 과제를 안겨준다. 소수의 의사가 장시간 노동으로 간신히 유지해오던 지역의료 시스템이 노동시간 규제로 인해 붕괴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즉, 의사의 '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이 '지역의료 공백'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정책적 역설(paradox)이 발생한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대책이 바로 '업무 이관 및 공유(Task shift/share)'이다.12 이는 과거 의사만이 수행하던 업무의 일부를 전문 교육을 받은 간호사(특정행위 연수 수료 간호사)나 의사 사무작업 보조자 등 다른 의료 직종에 위임하는 것이다. 근무 방식 개혁과 업무 이관 정책의 연계는, 지역의사 확보 정책이 노동 정책과 분리되어 고려될 수 없으며, 의료 시스템 전체의 인력 활용 방식을 재설계하는 거시적인 관점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B. 포괄적 정책 도구: 지역정원제도와 광범위한 의료 인프라의 통합


일본의 지역의료 유지 전략은 단순히 의사를 특정 지역에 배치하는 인력 정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국가와 지자체가 제공하는 포괄적인 지원 인프라와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13


의료취약지(へき地) 의료 지원: 정부는 의료취약지의 진료소 운영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고, 이동 진료를 위한 차량, 선박, 항공기 구입 및 운영 비용을 지원한다. 또한, 지역의 중핵적인 역할을 하는 '거점병원(拠点病院)'을 지정하여 이 병원들이 주변의 소규모 의료기관에 의사를 파견하는 활동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한다.13

응급의료 시스템: 전국적으로 구축된 '닥터헬기(ドクターヘリ)' 시스템은 일본 지역의료 인프라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헬리콥터를 이용해 의사가 직접 현장으로 출동하거나 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함으로써, 지리적 장벽을 극복하고 응급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13

포괄적인 지역 단위 계획: 일본의 모든 의료 정책은 각 도도부현이 수립하는 '지역의료구상(地域医療構想)'과 '의사확보계획(医師確保計画)'이라는 큰 틀 안에서 움직인다.12 이 계획들은 해당 지역의 미래 인구 구조와 질병 패턴을 예측하여 필요한 병상 수와 기능(고도급성기, 급성기, 회복기, 만성기 등)을 정하고, 이에 맞춰 필요한 의사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배치할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설계한다. 지역정원제도는 바로 이 '의사확보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 중 하나로 기능하는 것이다.


VII. 결론 및 전략적 제언


A. 연구 결과 종합: 수십 년간의 실험에 대한 미묘한 평가


일본의 지역의사 양성 및 배치 제도는 수십 년에 걸친 정책적 실험의 결과물로서,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다면적일 수밖에 없다. '지정된 기간 동안 의료취약지역에 의사를 배치한다'는 좁은 의미의 목표 달성 측면에서 자치 의과대학과 지역정원제도는 높은 의무 이행률을 통해 명백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 제도들은 의사 부족 지역의 젊은 의사 수를 실질적으로 증가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 제도들이 의사 편재 문제의 '만병통치약'은 아니었다. 의무 복무 기간 종료 후 지역을 이탈하는 문제, 필요한 필수의료 분야가 아닌 다른 전공을 선택하는 문제 등 장기적인 정착과 효과성 측면에서는 뚜렷한 한계를 보였다. 또한, 의사들이 지역 근무를 기피하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열악한 근무 및 생활 환경 등)를 해결하지 못하는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주목할 점은 두 제도의 성격 차이다. 확장성은 낮지만 전인적 교육을 통해 '지역의료 전문가'라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자치 의대 모델은 장기적 헌신을 유도하는 데 있어 계약 기반의 지역정원제도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한편, 지역정원제도의 진정한 강점은 그 자체의 완벽함이 아니라, 문제점을 인지하고 끊임없이 제도를 개선해나가는 '진화적 특성'과, 노동 규제, 인프라 지원, 지역 보건 계획 등 광범위한 생태계와 통합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B. 정책 이전을 위한 핵심 교훈


일본의 사례는 유사한 도전에 직면한 다른 국가들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전략적 교훈을 제공한다.


1. 계약만으로는 부족하다: 재정적 인센티브와 페널티에만 의존하는 계약적 접근(지역정원제도 모델)은 단기적인 의무 이행은 확보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헌신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지역의료에 대한 전문직으로서의 가치와 정체성을 내재화시키는 교육적·문화적 접근(자치 의대 모델)을 병행하는 것이 장기 정착의 핵심이다.

2.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과정에 대비하라: 지역의사제도는 한 번의 설계로 완성되는 정책이 아니다. 제도를 도입한 이후에도 의무 이행 이탈, 전공 불일치 등 예상치 못한 '누수 현상'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모니터링, 성과 평가, 그리고 그 결과에 기반한 제도 개선을 반복하는 장기적인 정책 관리 역량이 필수적이다.

3. 거시적 시스템과 통합하라: 의사 배치 제도는 진공 속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의사 근로시간 규제와 같은 노동 정책, 원격의료 및 응급 이송 시스템과 같은 인프라 투자, 그리고 지역 단위의 포괄적인 보건의료 계획과 긴밀하게 연계하여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정책 간 충돌을 막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4. 유연성과 표준화의 균형을 찾아라: 각 지역의 특수한 의료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분산적이고 유연한 제도 설계는 장점이다. 그러나 이는 국가 전체적인 관리와 평가의 복잡성을 높인다. 따라서 각 지역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의무 복무의 핵심 원칙, 데이터 관리, 평가 지표 등은 국가 차원에서 표준화하는 명확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C. 미래 전망: 일본 모델의 장기적 지속가능성


일본의 지역의사제도는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일본 전체의 인구가 감소하고 2040년경 의료 수요가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이미 장기적으로 의대 입학정원 자체를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20


미래의 핵심 과제는 의사 인력의 '양과 배치'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시스템에서, 인구 감소 사회에 걸맞은 '질, 효율성, 그리고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될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역정원제도의 항구적 정원화는 이러한 전환을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일본의 경험은 지역의사 문제가 단순히 의사를 보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으며, 그들이 해당 지역에서 전문가로서 성장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며 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는 매력적인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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