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위기 진단과 미래 전망
중국의 고령화 사회 대응 전략: 복합 위기 진단과 미래 전망
서론
중국은 현재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와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라는 거대한 인구구조 대전환의 길목에 서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인구 통계의 변화를 넘어 중국의 경제 성장 궤도, 사회 계약, 나아가 글로벌 위상까지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메가트렌드입니다. 과거 수십 년간 고도 성장을 이끌었던 '인구 보너스'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막대한 부양 부담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인구 오너스'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부유해지기 전에 늙어버리는(미부선로 未富先老)' 현상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선진국들이 충분한 부를 축적하고 견고한 사회보장제도를 갖출 시간적 여유 없이 고령 사회의 도전에 직면했음을 의미합니다.
본 보고서는 중국이 직면한 고령화 위기의 실체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과 정책의 핵심 내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중국 고령화의 냉엄한 현실을 진단하고, 이것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이중적 영향, 즉 거시경제의 위협 요인이자 '실버 경제'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의 가능성을 탐색할 것입니다. 이어서 사회 안정의 최후 보루인 연금 및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개혁 현황과 그 한계를 파고들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정년 연장 정책의 명암을 분석할 것입니다. 또한, 인력 부족 문제의 기술적 해결책으로 부상한 '스마트 양로'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망하고, 인구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출산 장려 정책의 실패 요인을 진단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개별 정책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충돌하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중국의 고령화 대응 전략의 전체적인 그림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본론
1. 전개되는 인구 위기: 통계로 본 고령화 중국의 자화상
중국의 고령화는 그 규모와 속도, 그리고 심각한 내부 불균형 측면에서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입니다. 이는 중국의 정책 환경을 극도로 복잡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요인으로, 당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데이터에 기반한 현실 진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1.1. 회색 물결의 규모: 현재 통계와 미래 전망 최신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억 9,69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1.1%를 차지하며, 중국 자체 기준에 따른 '중등도 고령화 사회'에 공식적으로 진입했습니다. 국제 기준인 65세 이상 인구 역시 2024년 말 기준 2억 2,023만 명으로 전체의 15.6%에 달합니다. 중국은 1999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7% 이상)에 진입했으며, 2021년에는 고령사회(14% 이상)에 도달했습니다.
1.2. '가속 노화': 압축적이고 가혹한 시간표 중국 고령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그 속도에 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고령화 사회')에서 14%('고령 사회')로 두 배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1년에서 27년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미국(72년), 프랑스(125년), 영국(46년) 등 주요 선진국들이 수십 년에서 1세기가 넘는 기간에 걸쳐 겪었던 변화를 한 세대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경험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간다고 알려진 일본(24년)과 비슷하거나 더 빠른 속도입니다. 이처럼 압축된 시간표는 중국이 선진국들처럼 충분한 부를 축적하고 견고한 사회보장제도를 갖출 시간적 여유 없이 고령 사회의 도전에 직면했음을 뜻합니다. 견고한 연금 시스템, 충분한 의료 및 장기요양 인프라를 구축하기 전에 인구구조의 절벽을 맞이한 것이 바로 '부유해지기 전에 늙어버리는' 딜레마의 본질입니다.
1.3. 전통의 침식: 가족 기반 돌봄 모델의 붕괴 인구통계학적 위기는 사회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맞물려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급격한 도시화(1982년 20.9%에서 2020년 63.9%로 증가)와 '한 자녀 정책'의 오랜 유산은 수 세기 동안 중국 사회의 근간이었던 대가족 중심의 전통적 부양 체계를 해체시켰습니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노인의 비율은 27%에 불과하며, 대다수인 54%는 노인 부부끼리, 12%는 홀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빈 둥지 노인(空巢老人)' 현상의 확산을 의미하며, 이들은 가족의 지원이 제한된 매우 취약한 인구 집단입니다. 수 세기 동안 노인 부양의 일차적 책임을 져왔던 가족의 기능이 이처럼 약화되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가 주도의 공식적인 사회보장 및 돌봄 시스템으로 전가되고 있습니다. 이는 준비가 미비한 중국의 공공 시스템에 전례 없는 압박을 가하는 핵심 요인입니다.
1.4. 불균등하게 늙어가는 국가: 심화되는 지역 격차 중국의 고령화는 전국에 걸쳐 균일하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극심한 지역적 편차를 보이며, 이는 정책 수립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노인 인구는 지리적으로 동부 화동(华东)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중국 전체 노인 인구의 41.4%가 이 지역에 거주합니다. 하지만 고령화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과거 중국 중공업의 심장이었으나 지금은 쇠락한 동북3성(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입니다. 이들 '러스트 벨트' 지역은 경제 침체와 청년 인구의 대규모 유출로 인해 노인 인구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랴오닝성은 전국에서 60세 이상 인구 비율(25.72%)이 가장 높으며,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역시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쓰촨성의 쯔양시 같은 일부 도시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2%를 초과하는 등 초고령 사회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광둥성처럼 역동적인 경제 허브 지역은 대규모 이주 노동자의 유입 덕분에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중 속도(Dual-Speed)'의 고령화 현상은 중국이 단일한 국가가 아닌, 서로 다른 인구 동학을 가진 여러 지역의 집합체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획일적인 국가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만들며, 젊고 부유한 연안 지역에서 늙고 가난한 내륙 및 동북 지역으로의 막대한 재정 이전 필요성을 야기합니다. 향후 이러한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은 중앙 정부의 통치 능력과 사회 통합을 시험하는 중대한 정치적 마찰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양날의 검: 경제적 파급 효과와 실버 경제의 부상
중국의 급격한 고령화는 국가 경제에 상반된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성장 모델에 심각한 제동을 거는 거시경제적 역풍으로 작용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실버 경제'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기회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 양날의 검을 다루기 위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국가적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1. 거시경제의 역풍: 인구 보너스에서 인구 오너스로 과거 중국의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던 '인구 보너스'는 이제 막을 내리고, 부양 부담이 성장의 족쇄가 되는 '인구 오너스(Onus)' 시대로의 전환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노년부양비의 급증은 중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핵심 요인입니다. 아시아+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의 분석에 따르면, 향후 수십 년간 인구구조 변화만으로도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1~1.4%p 하락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유사한 분석을 내놓았는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1%p 상승할 때마다 GDP 성장률이 약 0.1~0.5%p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이러한 거시경제적 압박은 노동 공급 감소, 생산성 저하 가능성, 투자 위축, 그리고 전반적인 소비 감소 등의 형태로 나타나며,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2.2. 국가 주도 성장 엔진으로서의 '실버 경제(银发经济)' 이러한 구조적 역풍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실버 경제'를 내수 중심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포괄하는 이 시장은 이미 거대한 규모를 형성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0년 5조 4,000억 위안이었던 시장 규모는 2023년 7조 1,000억 위안으로 증가했으며, 그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입니다. 시장 예측에 따르면 중국의 실버 경제 규모는 2028년 12조 3,000억 위안을 거쳐 2035년에는 약 30조 위안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2035년 중국 예상 GDP의 약 10%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시장이 단순한 생필품 소비를 넘어 의료(온라인 상담, 치과 서비스), 관광 및 레저, 스마트 기기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에서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실버 경제의 부상은 단순히 새로운 소비 시장의 등장을 넘어섭니다. 이는 부동산 등 기존 성장 엔진이 동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고령화라는 피할 수 없는 도전을 새로운 내수 성장 동력으로 전환하려는 중국 정부의 강한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는 일종의 '강제된 산업 정책'으로 볼 수 있으며, 국가가 주도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빠른 성장을 이끌 수 있지만, 다른 전략 산업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과잉 투자,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 그리고 시장 수요가 아닌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좀비 기업'의 양산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위험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실버경제 규모:
2023년 기준, 실버경제 관련 기업은 37만 2,000개 이상이며, 2024년 1~4월에만 2만 4,000개 기업이 신규 등록되었습니다(전년 대비 5.7% 증가).
2018년 노인 상품·서비스 시장 규모는 3.7조 위안(약 5,700억 달러)이었으며, 2021년에는 5.7조 위안으로 성장했습니다.
실버 관광:
2021년 45세 이상 중노년층 관광객은 12억 명(전체 관광객의 36.8%)에 달했으며, 2040년에는 전체 관광객의 50%가 실버 관광객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노년층 전용 여행 상품이 증가하며,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요양 서비스 교육:
요양 서비스 전공의 수요가 증가하며, 대학에서 관련 학과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낮은 임금과 높은 업무 강도로 인해 젊은 층의 이탈이 문제로, 임금 인상과 근무 환경 개선이 필요합니다
2.3. 국가 전략: 2024년 국무원 '실버 경제' 청사진 실버 경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전략적 중요성은 2024년 1월, 국무원이 발표한 「실버 경제 발전을 통한 노인 복지 증진에 관한 의견」을 통해 공식화되었습니다. 이는 실버 경제를 주제로 한 중국 최초의 국가급 정책 문서로서, 고령화 대응을 국가 발전 전략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입니다. 이 정책은 민생 애로 해소, 제품 공급 확대 및 품질 향상, 다양한 수요 기반의 산업 육성, 산업 발전 환경 개선 등 4대 분야에 걸쳐 26개의 구체적인 조치를 제시했습니다. 주요 목표는 산업 클러스터 육성, 국가 표준 체계 구축, 전문 인재 양성, 금융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실버 산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조성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청사진에는 중요한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바로 미래의 노년층이 현재의 노년층과는 다른 소비 행태를 보일 것이라는 가정입니다. 현재 중국의 노년층은 비교적 낮은 소비 의욕을 보이며, 생활필수품과 의료비 등 기본적인 지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30조 위안이라는 막대한 시장 전망은 개혁개방 시대의 자녀 세대, 즉 미래의 '액티브 시니어'들이 부모 세대의 뿌리 깊은 절약 습관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소비 주체로 변모할 것이라는 기대에 기반합니다. 이처럼 실버 경제 전략의 성공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거대한 문화적, 세대적 행동 변화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불확실성을 안고 있습니다.
3. 기반 다지기: 사회보장제도 개혁
중국의 고령화 대응 전략의 성패는 노년층의 소득과 돌봄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의 견고함에 달려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두 핵심 기둥인 연금제도와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심각한 재정 압박과 구조적 불평등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잠재적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가 전략·거버넌스
1) 적극적 고령화 국가전략
2019년 《국가 적극적 인구고령화 중장기 계획》(2022~2050) 발표.
14·5 규획(2021~2025)에 ‘적극적 고령화 대응’ 단독 장(章) 편성.
2024년 국무원 1호 문건으로 《실버경제 발전 의견》 채택.
2) 거버넌스 구조
국무원 노령사업위원회(부총리급) 총괄.
민정부(양로서비스), 인력사회보장부·의료보장국(연금·장기요양보험), 국가위생건강위(건강노화) 등 부처 합동.
지방정부 5개년 ‘인구고령화 계획’ 의무 수립
3.1. 붕괴 직전의 연금제도
3.1.1. 파편화된 시스템 중국의 연금제도는 단일 체계가 아닌, 여러 제도가 파편적으로 얽혀있는 복잡한 구조입니다. 크게 도시 근로자를 위한 '기초양로보험'과 도시·농촌 주민을 위한 '주민양로보험'으로 나뉘며, 이론적으로는 공적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의 '3층 구조'를 지향하지만 현실은 국가가 운영하는 1층 공적연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파편화는 제도의 가장 근본적인 취약점으로, 심각한 불평등을 야기합니다.
3.1.2. 재정적 시한폭탄 가장 경고적인 신호는 중국사회과학원(CASS)이 내놓은 분석입니다. 이 분석에 따르면, 현행 제도가 유지될 경우 핵심적인 도시근로자 기초양로보험 기금은 2035년이면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는 연금 납부자인 근로자 대비 수급자인 퇴직자의 비율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 2.7명이 1명의 퇴직자를 부양하던 구조는 2035년에는 1.5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수준으로 악화될 전망입니다. 이 재정적 시한폭탄은 단순히 회계상의 문제를 넘어, 수억 명의 노후 생활과 직결된 사회적 재앙을 예고합니다.
3.1.3. 고착화된 불평등 제도 내 불평등은 매우 심각합니다. 우선, 도시와 농촌 퇴직자 간의 연금 수령액 격차는 극심합니다. 도시 퇴직자가 월평균 3,000위안 이상을 받는 반면, 농촌 주민 퇴직자는 200위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렵습니다. 또한, 부유한 연안 지역인 광둥성 등은 막대한 연금 흑자를 기록하는 반면, 경제가 침체된 동북 지역의 성들은 심각한 적자에 허덕이는 등 지역 간 불균형도 극에 달해 있습니다. 여기에 플랫폼 노동자 등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금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들의 노후는 거의 무방비 상태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은 단순한 경제적 격차를 넘어 사회적 위화감과 박탈감을 증폭시키며, 중국 공산당이 내세우는 '공동 부유' 이념의 정당성을 근본부터 흔드는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 경쟁력 유지(보험료율 인하), 고용 안정, 연금 재정 지속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는 '트릴레마(trilemma)'에 빠져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보험료율을 인하한 것은 단기적인 경제 안정을 위해 장기적인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희생시킨 결정으로, 이는 결국 미래 세대에게 더 큰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3.1.4. 미봉책에 그친 개혁 중국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여러 개혁 조치를 시도했습니다. 부유한 성의 흑자분을 빈곤한 성의 적자분으로 이전하는 '중앙조정기금'을 설립하고, 3층 보장체계 강화를 위해 개인연금 시장을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습니다. 중앙조정기금은 기금 고갈의 근본 원인인 납부자 감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개인연금은 낮은 세제 혜택과 가계의 저축 여력 부족으로 인해 가입률이 극히 저조한 실정입니다.
3.2. 장기요양보험(LTCI) 실험 3.2.1. 도입 배경과 현황 급증하는 장기요양 비용과 전통적 가족 부양 기능의 붕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2016년부터 장기요양보험(LTCI)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15개 도시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현재 49개 도시로 확대되었으며, 신체기능이나 인지기능이 저하된 노인들에게 사회보험 방식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22년 기준 1.69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누적 195만 명이 624억 위안의 급여를 지급받았습니다.
3.2.2. 통일성 없는 모델들의 난립 LTCI 시범사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문제점은 '통일성의 부재'입니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단일 모델 없이, 각 시범 도시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원 조달 방식부터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도시는 기존 의료보험기금에서 재원을 충당하고, 어떤 도시는 개인과 기업에 별도의 보험료를 징수하며, 또 다른 도시는 정부 재정 보조에 의존하는 등 각양각색의 모델이 혼재합니다. 서비스 제공 및 관리 주체 역시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곳, 민간 보험사에 위탁하는 곳, 국유기업이 담당하는 곳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실험' 위주의 접근 방식은 중앙정부가 통일된 의무적 재원 조달 모델을 강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재정적,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제도의 초기 단계부터 연금제도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지역 간, 도농 간 불평등을 고착화시킬 위험이 큽니다. 이는 사실상 '두 개의 국민'을 위한 '두 개의 제도'를 만드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처럼 근본적인 구조적 분열 속에서 2025년까지 통일된 국가 제도를 수립하겠다는 정부의 공식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3.2.3. 산적한 과제 이러한 파편화된 구조는 수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습니다. 수급 자격, 서비스 내용 및 질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없어 지역별로 서비스의 편차가 크고, 단일 재원에 의존하는 모델의 경우 장기적인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또한, 현재 제공되는 서비스는 대부분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그쳐, 여전히 막대한 돌봄 비용을 가계 저축에 의존해야 하는 '보장 격차'가 존재합니다.
아래 표는 중국 장기요양보험 시범사업의 지역별 모델 차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주: 위 표는 각 도시별 LTCI 제도의 핵심 특징을 요약한 것으로, 세부 내용은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
4. 활주로 늘리기: 정년 연장이라는 논쟁적 정책
중국 정부가 고령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꺼내 든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사회적으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카드는 바로 정년 연장입니다. 이는 노동력 감소와 연금 재정 고갈이라는 두 가지 시급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시도지만, 그 과정에서 깊은 사회적 갈등과 저항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4.1. 70년 기준의 종언 약 70년 동안 중국은 남성 60세, 여성 화이트칼라 55세, 여성 블루칼라 50세라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낮은 수준의 법정 정년을 유지해왔습니다. 이는 평균 기대수명이 45세에 불과했던 1950년대에 설정된 기준으로, 평균수명이 78세를 넘어선 현대 사회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결국 연금 재정 압박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현실적 위협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오랜 논의 끝에 2024년 9월, 정년 연장을 단행했습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를 통과한 이 정책은 2025년부터 1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남성은 63세까지, 여성은 각각 58세(화이트칼라)와 55세(블루칼라)까지 정년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는 6개월 단위 소폭 조정하는 '소걸음 연장' 방식을 취할 예정입니다.
4.2. 하향식 명령과 대중의 반발 이번 정년 연장 정책의 추진 방식은 매우 이례적이었습니다. 과거 주요 개혁과 달리, 정부는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의 생략하고 '하향식'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통보했습니다. 이러한 일방적인 방식은 "국가가 70년간 지켜온 노동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광범위한 대중적 불만을 촉발시켰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약속된 은퇴 시기를 박탈당했다고 느끼며, 이는 중국 공산당의 신뢰와 정통성에 상당한 타격을 준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처럼 정부가 막대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년 연장을 강행한 것은, 그만큼 연금 재정 위기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절박함의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는 정책의 실질적인 경제 효과보다는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목표가 최우선 순위였음을 보여줍니다.
4.3.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와 세대 갈등 정년 연장에 대한 대중의 가장 큰 우려는 이것이 이미 심각한 수준인 청년 실업 문제(2023년 기준 15% 이상)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입니다. 고령층이 일자리를 계속 차지하게 되면 청년층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세대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의 실제 노동 공급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남성 근로자의 경우, 불충분한 연금 소득 때문에 이미 상당수가 공식 정년 이후에도 생계를 위해 계속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년 연장이 전체 노동력 규모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이 정책은 여성에게 불균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정년이 5년이나 연장되는 블루칼라 여성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정책이 국가의 또 다른 핵심 전략인 출산 장려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입니다. 중국에서 조부모, 특히 할머니는 손주를 돌보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이들의 무상 돌봄 노동은 자녀 세대가 맞벌이를 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정년 연장으로 인해 할머니 세대가 노동 시장에 더 오래 머물게 되면, 이 중요한 비공식적 보육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습니다. 이는 젊은 부부의 양육 부담을 가중시켜 가뜩이나 낮은 출산율을 더욱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고령화 대응과 저출산 대응이라는 두 가지 국가적 목표가 서로 상충하는, 정책적 조율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성비 불균형(2022년 15세 미만 남아 110:여아 100)으로 인해 결혼 및 가정 구성에 어려움이 있으며, 이는 저출산을 더욱 부추깁니다.
5. 기술적 해결책: 국가 전략으로서의 '스마트 양로(智慧养老)'
중국은 심각한 돌봄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기술, 특히 '스마트 양로(智慧养老)'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구 위기를 기술 혁신으로 돌파하려는 국가적 시도이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 만능주의의 함정과 인간적 가치의 상실이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5.1. 정책 동인: '9073' 모델과 인력의 공백 중국 정부가 제시하는 노인 돌봄의 청사진은 '9073 모델'입니다. 2007년 상하이에서 시작된 이 모델은 전체 노인의 90%는 자택에서(재가요양), 7%는 지역사회 시설에서(커뮤니티 케어), 그리고 단 3%만이 전문 요양시설에서(시설요양) 돌봄을 받는다는 구상입니다. 그러나 이 모델은 현재의 인력 구조로는 실현이 불가능합니다. 중국 전역에서 필요한 전문 요양보호사는 약 600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공급 인력은 50만 명에 불과해 절대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엄청 빠르게 만들고 있는지도) 기존 인력마저도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 낮은 사회적 지위 때문에 이직률이 높고, 인력 자체도 고령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거대한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 '스마트 양로'가 국가적 해결책으로 급부상했습니다. 관련 산업은 연평균 43%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팽창하고 있습니다. 이는 돌봄의 위기를 기술 기반의 신산업 육성 기회로 삼으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2022년 기준, 전국에 양로 기관 4만 1,000개, 병상 829만 4,000개가 운영 중이나, 병상 사용률은 44.88%로 낮아 대다수 노인이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양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와 양로를 통합한 4가지 모델(의료기관의 양로 서비스, 양로원 내 의료 확충, 양로원-의료기관 협약, 사회적 의료-양로 서비스 확대)을 통해 노인 의료 수요를 충족하려 합니다. 예로 코로나19 이후 고위험군인 노인들의 의료 보건 체계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며, 관련 투자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의료서비스 노인 친화 개편 ; Healthy China 2030·건강노화
2,200개 이상 종합병원·중의병원 노인의학과 설치(2024 기준).
‘의료-요양 결합(医养结合)’ 시설 2023년 1만 개소 돌파
5.2. 핵심 기술과 응용 스마트 양로 전략은 사물인터넷(IoT), 원격 건강 모니터링,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합니다. 구체적인 응용 사례는 다양합니다. 노인의 심박수나 혈압 등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스마트 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 집안에 설치되어 낙상이나 화재 등 응급 상황을 감지하는 비접촉식 센서, 정해진 시간에 맞춰 약 복용을 알려주고 기록을 관리하는 스마트 약상자, 그리고 환자와 의사를 원격으로 연결하는 재택 의료 플랫폼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노인의 안전을 확보하고 건강을 관리하며, 자녀와 사회의 부양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5.3. 혁신 사례 연구: 통합 생태계의 부상 스마트 양로 시장은 개별 기기 판매를 넘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통합한 거대 생태계 모델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BOE의 '진청스광(锦城拾光)':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기업 BOE가 청두에 설립한 이 고급 양로시설은 하드웨어 주도형 모델의 대표 사례입니다. BOE가 자체 개발한 비접촉식 생체신호 모니터링 시스템, 스마트 침대, 낙상 감지 레이더 등 30종 이상의 IoT 기기를 시설 전체에 통합하여, 스마트홈과 스마트 헬스케어, 맞춤형 영양 관리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스마트 돌봄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핑안보험(平安)의 '금융 + 양로': 중국 최대 보험사인 핑안보험은 서비스 주도형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이 모델은 보험이라는 금융 상품과 포괄적인 재가요양 서비스를 결합한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가입자는 2,000명 규모의 의료진이 제공하는 24시간 원격 진료, 전문 집사(concierge) 서비스, 그리고 각종 센서를 통해 생체 신호와 행동 위험을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받습니다. 이는 보험과 서비스를 하나의 '폐쇄 루프(closed loop)'로 묶어 고객의 편의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스마트 양로 시장의 미래가 개별 기업이 아닌, 다양한 서비스를 수직적으로 통합한 거대 플랫폼 기업들에 의해 주도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이는 파편화된 공급망, 통일된 표준의 부재, 낮은 소비자 신뢰도 등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5.4. 도입의 장벽과 시스템적 과제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양로 기술의 광범위한 보급은 여러 심각한 장벽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입니다. 많은 노인들이 복잡한 첨단 기술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디지털 리터러시가 부족하거나, 새로운 기술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스마트 제품들이 노인들의 실질적인 '필수 수요(just-needed)'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인해 보수적인 소비 습관을 가진 노년층에게 외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스템적인 문제들도 산적해 있습니다. IT, 의료, 건강, 양로 등 여러 산업이 얽혀있는 공급망은 여전히 파편화되어 있으며, 기기 간 호환성을 보장할 통일된 기술 표준도 부재합니다. 개인 건강 정보의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 그리고 전통적인 요양기관과 첨단 기술 기업 간의 협력 부족 역시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이러한 기술 중심의 접근은 중국이 직면한 돌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실용적인 선택이지만, 근본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기술은 낙상 감지나 혈압 측정과 같은 물리적 안전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돌봄의 본질적인 요소인 정서적 교감, 위로, 인간적인 소통까지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기술적 해결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전략은, 신체적으로는 안전하지만 극심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에 시달리는 노인 세대를 양산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이미 중국 노인들이 겪는 주요한 고통으로 지적된 바 있습니다.
6. 너무 적고, 너무 늦었나? 출산 장려 정책의 비효율적 전환
중국 정부는 인구 위기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해 수십 년간 유지해온 강력한 인구 통제 정책을 180도 전환했습니다. 그러나 '한 자녀'에서 '세 자녀'로의 정책 선회는 저출산의 근본 원인에 대한 오진으로 인해 사실상 실패로 귀결되고 있으며, 이는 국가 권력의 비대칭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6.1. 정책의 대전환: 한 자녀에서 세 자녀로 중국은 1980년부터 2015년까지 약 35년간 강압적인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하며 인구 증가를 억제했습니다. 그러나 급격한 고령화와 노동인구 감소라는 정책의 부작용이 현실화되자, 2015년 '전면 두 자녀 정책'을 도입했고, 2021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세 자녀 정책'을 허용하며 사실상 산아제한을 폐지했습니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과거 다자녀 출산에 대한 벌금 및 처벌 조항을 모두 폐지하고, 육아 보조금, 세금 감면, 주거 및 보육 지원, 난임 치료 보험 적용 확대 등 다양한 출산 지원책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심지어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다자녀 출산 장려를 위해 과거 한 자녀 정책 시기의 강압적 태도를 뒤바꾸어 상금 제공, 한 자녀 가정에 벌금 부과 등의 캠페인도 등장했으나, 이는 주로 지역적 시도에 그칩니다. 2025년에는 전국적 아동수당 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6.2. 결정적 실패: 추락하는 출산율과 미미한 인센티브 정책의 극적인 전환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출산율은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습니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약 1.0명으로,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2.1명에 한참 못 미치는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신생아 수는 매년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두 자녀, 세 자녀 정책 모두 출산율 반등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재정적 인센티브는 그 규모가 너무 작아 '모기 다리 살(蚊子腿也是肉)'이라는 조롱을 받으며 대중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자녀 한 명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6.3. 원인의 오진: 저출산의 진짜 동력 출산 장려 정책이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가 저출산의 원인을 '정책적 허용'의 문제로 잘못 진단했기 때문입니다. 현대 중국의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낳을 수 없어서가 아니라, 낳고 싶지 않거나 낳을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한국과 아주 유사) 그 배경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사회경제적 압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살인적인 주택 가격, 과도한 사교육비를 포함한 양육비, 그리고 의료비는 젊은 부부에게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안겨줍니다. 더욱 근본적인 변화는 젊은 세대, 특히 교육 수준이 높은 도시 여성들의 가치관 변화입니다. 이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되었으며, 개인의 커리어와 삶의 질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습니다. 여기에 '한 자녀 정책'이 남긴 깊은 심리적 유산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 명의 자녀를 둔 가정이 사회적 표준이자 이상적인 모델로 수십 년간 각인되면서, 다자녀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관념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한 분석가는 이를 '정신적 숙취(mental hangover)'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권위주의적 국가 권력의 명백한 한계를 보여줍니다. 국가는 과거 강압적인 처벌과 통제를 통해 국민의 출산을 '억제'하는 데에는 매우 효과적이었지만, 반대로 출산을 '장려'하는 데에는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가 지극히 개인적이고 막대한 희생을 요구하는 삶의 결정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출산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출산을 하도록 만들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 권력의 비대칭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결론 및 전략적 전망
중국은 현재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촉발된 복합적이고 연쇄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는 단일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도전이며, 중국의 대응 방식은 여러 정책적 모순과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내부의 정책 입안자들뿐만 아니라, 중국의 미래를 주시하는 국제 사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7.1. 연쇄적 위기: 상호 연결된 도전들의 종합 본 보고서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중국의 위기는 여러 층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인구 위기: 전례 없는 속도와 규모의 고령화와 총인구 감소는 모든 문제의 근원입니다.
경제 위기: 이는 '인구 오너스'로 작용하여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중진국 함정'의 위험을 높입니다.
사회보장 위기: 경제 둔화와 부양비 급증은 연금 기금의 고갈을 앞당기고, 막대한 장기요양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적 시한폭탄을 작동시킵니다.
정책 대응의 한계: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노동 개혁, 인간적 가치를 간과할 수 있는 기술적 해결책에 대한 과도한 의존, 그리고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출산 장려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들은 서로 맞물려 있으며, 하나의 문제가 다른 문제의 원인이자 결과가 되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7.2. 핵심적인 정책 격차와 모순 중국의 고령화 대응 전략은 통합적이고 거시적인 접근보다는, 각 부처별로 단기적인 문제 해결에 급급한 '사일로(siloed)' 정책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로 인해 여러 국가 전략이 서로 충돌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년 연장 vs. 출산 장려: 할머니 세대의 노동 기간을 연장시켜 비공식적 보육 시스템을 약화시키면서, 동시에 그 자녀 세대에게 더 많은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명백한 정책적 모순입니다.
국가 주도 성장 vs. 시장 효율성: 실버 경제를 국가 주도로 육성하는 방식은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으나, 다른 전략 산업에서처럼 과잉 투자와 비효율을 낳아 장기적인 시장 왜곡을 초래할 위험이 큽니다.
형평성 vs. 현실주의: 장기요양보험(LTCI)을 통일된 국가 모델 없이 지역별 '실험'에 맡기는 것은, 단기적인 재정 및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극심한 지역 간 불평등을 고착화시켜 사회 통합을 저해합니다.
기술 vs. 인간: 돌봄 인력 부족을 기술로 해결하려는 '스마트 양로' 전략은 실용적이지만, 노년층의 정서적, 사회적 필요를 간과함으로써 '안전하지만 고독한' 노년(빈 둥지 노인 문제 심화)을 양산할 수 있습니다.
7.3. 전략적 제언 중국이 당면한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별 정책의 나열을 넘어, 일관되고 통합된 '국가 고령화 전략'으로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7.3.1. 정책 입안자를 위한 제언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적 개혁: 정치적 부담이 크더라도 파편화된 연금 및 LTCI 제도를 통일된 국가 시스템으로 통합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하고 의무적인 재원 조달 모델을 확립하고, 도시와 농촌, 지역 간의 극심한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사회 안정을 위한 최우선 과제입니다. 연금과 의료, 장기요양의 삼각재정 통합 예측 및 조정 메커니즘 구축과 함께 지방정부 역차별 완화를 위한 중앙 조정계정 확대도 필수적입니다.
출산 장려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미미한 현금 지원을 넘어, 젊은 세대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양육 '비용 절감'에 국가적 투자를 집중해야 합니다. 특히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과 저렴하고 질 좋은 공공 보육 시설의 대대적인 확충이 선결 과제입니다. 가족 돌봄 수당 및 연금 크레딧 도입, 대체인력 지원 등 가족 및 지역사회 기반 돌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인적 자원에 대한 재인식: 기술은 보조 수단일 뿐, 돌봄의 핵심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요양보호사 등 돌봄 인력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임금 수준, 사회적 지위, 경력 개발 경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매력적인 직업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커뮤니티 간병 코디네이터' 제도를 제도화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사람 중심의 접근을 강화해야 합니다.
7.3.2. 기업 및 투자자를 위한 제언 중국의 고령화는 거대한 기회와 심각한 리스크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기회: 통합 서비스 생태계: 시장의 미래는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닌, 가족이 직면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통합 서비스 생태계'에 있습니다.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재가요양 서비스, 노인 친화적 주택 개조, 맞춤형 금융 상품, 고품질 커뮤니티 케어 등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집니다. 특히 의료 및 헬스케어, 장기요양 서비스, 스마트 기기, 관광 및 레저 분야에서 높은 성장세가 예상됩니다.
리스크: 정책 의존성과 불확실성: 중국 시장은 정부 정책에 의해 크게 좌우되며, 지역별로 정책과 시장 환경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하나의 중국' 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각 지역의 구체적인 수요, 소비 습관, 정책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국가 주도 산업 육성에 따른 시장 왜곡과 거품 형성의 위험을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초기 투자 위험과 규제 불확실성 역시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시사점:
중국의 고령화 대책은 한국, 일본 등 다른 고령화 국가들과 유사한 점이 많지만, 개발도상국으로서의 재정적 제약과 빠른 고령화 속도가 독특한 도전 과제입니다.
한국과 비교할 때, 중국은 농촌 지역의 고령화와 서비스 불균형이 더 심각하며, 출산 장려 정책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정책적 혁신이 필요합니다.
고령화는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문제로, 국제적 협력과 경험 공유(예: 일본의 고령화 대응 모델 벤치마킹)가 중요합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입니다. 이 도전을 어떻게 관리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미래는 중진국 함정에 빠진 쇠락의 길을 걸을 수도, 혹은 새로운 성숙 사회로 도약하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여정은 험난하고 불확실하며, 전 세계가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고령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출산 촉진, 노동·연금 개혁, 건강·돌봄 체계 구축, 실버경제 육성 등 다층적 접근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인구 구조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재정·제도적 지속가능성 확보와 지역·계층 격차 해소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정부·시장·사회가 협력하여 ‘적극적·건강한’ 고령화 모델을 확립한다면, 고령사회의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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