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캠든마캣은 유학생활 중 내가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던 곳 중 하나이다. 매일 수많은 관광객들과 상점들로 붂적이는 곳. 캠든역을 나서면서부터 캠든 마캣까지 쭉 늘어선 길은 아주 특이한 상점들로 가득하다. 역밖으로 나와서부터 캠든만의 날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상점들의 원초적인 간판만 봐도 알 수 있다. 상점의 간판으로 커다란 신발을 그대로 갔다 박기도 하고, 건물에 커다란 의자를 붙인 상점등 기괴할 정도로 원초적이다.
역에서 캠든마캣 쪽으로 5~10 분쯤 올라가다 보면 왼쪽에 올세인트와 스타벅스가 보이는 카날이 있고 다리를 건너면 왼쪽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다. 통로로 올라가면 이스트싸이드가 나온다. 이곳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생업으로 야외 노점상을 하는 공간이 나타난다. 나는 주말마다 그곳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했다.
액세서리 상점의 주인은 지인 찰스가 머물던 집주인 누나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의 모든 상품은 수재로 만들어서 판매하는데 장사가 꾀 솔솔 하게 되는 것 같다. 영국의 값비싼 집 렌트비와 생화비는 물론 쇼핑도 자주 하는 누나의 생활 습관만 봐도 알 수 있다. 누나는 다른 마캣에 또 다른 매장을 운영하고 싶어 나에게 안정화된 캠든마캣의 상점을 맡기고 본인은 다른 마캣으로 가 장사를 하였다.
이른 아침 캠든마캣으로 출근하는 길거리는 항상 더럽다. 전날의 사람들이 얼마나 격렬하게 놀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아침 8시 반에 도착해서 주의 노점상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물품 보관하곳에 맡겨둔 상점 디스플레이와 판매할 물건들을 가져와 디스플레이를 시작한다. 사장 누나가 까탈스럽기 때문에 배울 때 꼼꼼히 디스플레이 사진을 찍어두고 그대로 디스플레이를 완성해 나간다. 그리고 장사가 시작된다. 이곳에서 일한 경험은 특별했다.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영국 런던 현지에 살고 있는 로컬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이때 캠든역 바로뒤에 살았기 때문에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했다.
노점들이 판매하는 상품들은 가지각색이다.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상품을 보고 이게 팔려?라고 생각되는 상품도 이곳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이상한 곳이다. 물론 내가 유럽인의 관점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내 앞쪽 상점은 실제 생과일을 틀에 넣고 이름 모를 용액을 넣어 굳힌다. 그리고 철사로 꿰어 귀걸이로 만들어 파는 상점이 인데 관광객들이 신기해하며 많이 사간다. 생각해 보라 생과일 귀걸이... 팔리는 것을 보고 엄청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 밖에도 버려진 병뚜껑으로 기념품 자석을 만들어 파는 사람, 오래된 엘피를 파는 사람, 그림을 그려 파는 사람, 컨버스에 그림들 그려 판매하는 사람 등 설명하기도 어려운 처음 보는 물건들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다. 이렇게 콘셉트가 명확한 상점들이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곳이다. 이렇게 하루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캠든마캣을 방문하지만, 상점 사람들은 하나같이 예전이 더 장사가 잘되었다고 말한다.
캠든마캣의 노점상 들은 주마다 신청을 해야 장사를 할 수 있다. 자리 배정은 날마다 선착순 이기 때문에, 아침에 늦게 오면 오랫동안 장사하던 자리를 뺏길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아침 일찍 와서 자기가 장사하던 자리를 차지한다. 아침에 늦으면 절대 안 된다. 하지만, 꾸준히 일하고 주위 사람들과 친해지면 어쩌다 늦어도 주위 상점들이 자리를 맡아주곤 한다.
내 뒷자리 미국 여자는 텍사스 출신인데, 영국에 왔다가 클럽에서 일본인 남자를 만나서 영국에 정착하고 결국 이혼을 했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돌바줄 사람이 없어서 학교를 쉬는 날이면 항상 자판 밑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곤 하였다. 이렇게 이곳은 열악한 환경의 사람들에게 돈벌이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 밖에 그리스로 시집간 아주머니가 친정인 런던에 오면 주말마다 장사하러 오시고, 영국에 정착한 태국인, 아르바이트로 여러 상점들 일을 해주는 중국인, 남대문에서 액세서리를 사다가 파는 한국인 등 다인종 국가답게 여러 나라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준다.
마캣에서 일하면 좋은 점은 마캣 안에 있는 펍과 음식들을 할인된 가격에 사 먹을 수 있다. 학생이라 맥주 한잔을 마셔도 부담스러운데 펍에서 맥주를 즐거마시는 나에게는 정말 좋은 조건이었다. 평소에는 값이 싸고 양이 많은 캔맥주를 마트에 에서 사다 먹다가 도, 캠든에서는 캔맥주보다는 펍에 가서 생맥주를 마시곤 하였다. 그리고 맥주는 일을 하다가 지루하거나 겨울엔 약간 춥게 느껴지면 지루함과 추위를 날려주는 수단이 되었다. 거기다가 엘피를 성점의 아저씨에게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하고 맥주에 곁들이면 이보다 더 근무환경이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주말마다 일에서 번돈으로 학교과제로 사용할 원단과 기타 도구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석사공부를 시작하고는 생활비가 더욱 축소되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동시에 금전적 여유도 챙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어느 햇볕 좋은 날 손님도 없고 지루 함을 느낄 때 처음 듣는 노래가 기분 좋게 했다. 앨피 상점 아저씨께 물어보니 'Mr. blue sky'라는 곡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나라 광고에서 쓰였던 곡이었다. 지금도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가끔씩 어디 선가 들려오곤 한다. 그럴 때면 캠든에서 일 있던 추억이 떠올라 추억에 잠기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