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영국 하늘은 새파랗고 하얀 하늘이 예쁘다. 그리고 저녁 10시까지 해가 지지 않는다. 해를 볼 기회가 많은 여름에는 사람들이 잔디밭에 모여 앉아 햇볕을 쬐곤 한다. 반면 겨울이 되면 저녁 4시부터 해가 지기 때문에 우울 한 날이 지속된다. 햇볕이 쨍쨍한 날에 사람들은 공원에 자리를 깔고 온몸으로 햇볕 샤워를 하려고 한다. 영국의 여름을 즐기는 방법은 쾌쾌한 냄새가 나는 오래된 집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날씨가 좋은 날의 캠든은 일하기보다는 놀러 온 기분이 든다. 여름의 괸광객들은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들떠있는 것 같다. 내가 일하는 상점과 근접한 상점의 사람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며 나른한 오후의 지루함을 날려 버린다. 이렇게 화창한 날에는 맥주 한잔을 빠뜨릴 수 없다. 펍으로 가 캠든에서 일한다고 하면 할인된 가격에 생맥주를 맛볼 수 있다. 유리잔에 담긴 맥주를 그대로 상점으로 가지고 와 맥주를 즐기면서 장사를 한다.
이날은 그리스에서 온 부부가 내 뒷자리로 배정을 받았다. 어떻게 그리스에서 영국까지 와서 장사를 하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리스 부부의 상품중 하나는 머리를 실과 같이 따서 색을 넣어 주는 것이 있었다. 나는 유학생활 중 한국에서는 엄두도 안 나던 머리를 거이 어깨까지 길렀다. 영국에서 몇 달 안 되는 화창한 날씨를 기억하고 싶어 특별한 것을 경험해 보고 싶어 졌다. 나의 머리 일부를 그리스 부부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들의 머리 따기 상품은 의외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아 더욱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스 부부에게 내 머리를 맡김으로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 기회는 오늘을 특별히 게 만들어 줄 것 같았다.
한가닥의 특별한 머리카락이 생겼다. 흑인인 반 친구는 내 머리카락을 보곤 DNA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머리를 따아간 모양이 DNA모양과 비슷했다. 친구는 자기는 집에서 내 머리와 같이 자신의 머리를 꾸미곤 한다고 한다. 그러곤 왜 돈을 주고 했냐고 뭐라 했다. 한국에서는 시도조차 해보지 못할 것들은 영국에서는 과감하게 시도해 볼 수 있다. 영국에서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고 다니든 자신에게 피해만 없다면 뭐라 하지 않는다. 다인종 국가라 모든 문화가 융합된 곳이다.
여름에 마시는 핌스도 맥주만큼 맛있다. 핌스라는 술을 허브와 같은 향이 나는 여러 식물의 잎을 넣어주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위사진의 펍에도 천장에 크게 pim's라고 적혀있다. 상품을 일정금액 이상 판매를 하면 사장 누나가 커미션으로 일당을 더 준다. 이날은 내가 좋아하는 일본 레스토랑에 가는 날이다.
영국은 일본문화가 깊게 파고든 국가이다. 오래전에 일본의 도자기가 유럽에 인기가 많아 유럽에 많이 전파되었는데 도자기를 감싼 포장지가 일본을 대표하는 판화 '우키요에'였다. 머나먼 동양에서 온 물건은 유럽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 줬을 것이다. 일본문화가 유럽에 유행한 것이 '자포니즘'이라고 한다. '우키요에'는 반고흐도 따라 그렸다. 그리고 도자기는 조선사람이 만은 것이라는 것을 어딘가에서 본적이 있다. 일본의 도자기 마을에서는 아직도 이 조선사람을 신으로 모시고 있다. 세상은 요지경이다. 아무튼 영국에는 일본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퇴근 후 캠든에 있는 일본레스토랑에서 일본맥주와 먹는 음식으로 마무리하면 너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