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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선 Feb 22. 2019

 여행 그 자체보다 준비하는 과정이 더 행복했다

이탈리아 여행


치밀하게 더 치밀하게여행 그 자체보다 준비하는 과정이 더 행복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관문인 로마 공항! 그러나 로마 공항이라는 말은 없다. 이를테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 ‘피우미치노(Fiumicino)’공항이라 불린다.

“공항 이름이 헷갈리는데... 아무러면 어때”하며 장시간 비행의 피곤함도 잊으면서 제3터미널에 도착했다.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바로 공항에 도착에서 로마로 입성하는 일이었다. 나는 첫날 계획부터 치밀하게 세워야지 하는 마음으로 준비기간 내내 여러 가지 여행책자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도 내 아내, 그리고 어렵게 시간을 내준 내 두 딸이 함께할 여행이라 더욱 그렇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 준비기간 중에는 마치 여행사 기획자가 된 기분이 들 정도였다. 가족여행을 기획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하나하나 움직이는 동선별로 물 흐르듯이 세밀한 계획을 수립한 것이 쉽지 않았다. 한 예로 공항터미널에서 로마로 가는 것이 버스와 열차가 있는데 버스는 전세버스와 셔틀버스로 구분되고 승차권은 청사 내 티켓 버스나 버스기사에게 사야 한다고 한다. 참으로 낯설다. 다른 방법으로는 열차로 가는 것인데 ‘레오나르드 익스프레스’를 타야 한다고 한다. 승차권은 쉽게 살 수 있을까? 요것도 낯설다.

또한 비용 측면에서도 탑승하기가 번거로운 버스는 4유로인데 반해 다소 손쉬운 열차는 14유로라고 한다. 그리고 버스는 여행가방을 버스 하부 짐칸에 실어서 안전한데 비하여 열차는 좌석 하고 조금 떨어진 별도의 짐칸에 실어야 해서 도착할 때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참 이동 방법이 복잡다단한데 무엇을 이용할 가?”하고 고민도 해야 했다.

결국 고심 끝에 열차를 선택했다. 출발 전 ‘다이소’ 상점에 가서 짐가방 겉을 둘러싸는 안전벨트(?)를 구입하는 등 필요한 것들을 구비했다.

우리 가족은 공항 내에서 로마 테르미니역을 가는 열차표를 구입한 후 열차에 올랐다. 준비한 벨트로 여행 짐을 열차 짐칸 스테인리스 바에 단단히 묶고 난 후에 비로소 심적 안정감을 느꼈다. 나는 “아주 준비를 잘했어”하고 스스로 만족하면서 해외여행은 이런 사소한 것까지 준비를 철저히 해야만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열차 검표원이 와서 승차권을 검사하는데 부드러운 표정은 없지만 처음 본 이탈리아 아가씨라서 그런지 내심 반가웠다.

내가 승차권을 제시하자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POS에 스캔하고 돌려주었다. 아직도 이탈리아사람들에게는 동양인에 대해서는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 좀 관심이 없는 듯하다.









나는 열차가 출발한 후 비로소 짐가방 등 앞서 걱정했던 사소한 일들이 해소되자 잠깐이나마 안도감이 들었다. 나는 “이제부터 이탈리아 여행이 시작이다”하고 아내에게 넌지시 이야기하면서 나 스스로 들떠있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내와 두 딸은 평온한 표정으로 달리는 열차 밖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낯선 곳에 왔다는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교차하는 등 느끼는 감흥은 사뭇 달랐을 것이다.

오후 2시 15분에 인천공항에 AZ7687편(대한항공)으로 출발하여 현지 오후 7시 30분에 도착(12시간 15분 비행)해서 짐을 찾고 열차 플랫폼으로 이동하여 탑승하니 8시가 넘었는데 열차 밖은 아직도 아름다운 노을이 지는 초저녁 같았다. 나는 그동안의 여행 준비과정을 되새기면서 열차 밖을 응시했다. 누군가가 “여행은 여행 그 자체보다 준비하는 과정이 더 행복하다”라고 해준 말이 생각났다.


여행 준비 초기에는 아내와 단둘이 가는 ‘패키지’ 여행을 하기로 했다. 모 여행사 여행상품에는 여행기간 중 몇몇 도시에서 ‘자유시간’도 포함된 매력적인 상품이 있어서 비용이 다른 상품보다 2배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예약하였다. 예약 후에 각종 여행책자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보물을 보려 가는 데 보물상자만 보고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예약한 여행상품도 자세히 살펴보니 대부분 가고 싶은 곳은 모두 외관만 보는 것이다. 나는 여행 예약을 바로 취소하고 자유여행으로 변경하였다.

나는 취업준비에 바쁜 작은 딸에게 동반 여행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는데 순순히 받아주었다. 공교롭게도 회사 다니는 큰딸도 휴가기간이 우리가 계획한 여행시기와 어느 정도 비슷했다. “잘하면 가족여행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여행 일정 중 2일 단축, 밀라노와 피사 여행코스를 제외하는 등 여행 계획을 수차례 수정하였다. 큰딸의 휴가기간이 여행기간에 비해  짧아서 부득이하게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겠지만 성인이 된 두 딸과 함께 여행할 수 있어서 좋네요. 딸들이 결혼하면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 힘들어질 텐데”하고 몹시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도 너무 좋아”하고 아내의 말을 이었다.

참으로 기대되는 이탈리아 가족여행이 된 것이다.


열차는 어느덧 로마 테르미니역에 도착했다. 약 55분 걸린다고 했는데... 열차 창밖을 보기보다도 내 머릿속에서 이래저래 생각하면서 내일 일정을 준비를 하다 보니 아주 짧은 시간이 흐른 것 같다.

나는 로마의 첫 목적지이자 오늘 밤 투숙할 호텔을 찾아갔다.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인 ‘산마르코 호텔’에 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호텔 예약 할때부터 ‘저녁에 도착해서 헤매지 않도록’ 테르미니역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을 구한 것이다. 나는 서울에서 인터넷 ‘구글어스’ 위성사진으로 호텔로 가는 길을 눈으로 익히기도 하여 손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마치 과거에 몇 번 찾아온 것 같이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다른 코스도 위성사진으로 미리 찾아가 봤음).  

나는 ‘가족여행 그리고 자유여행은 예약에서 출발해서 예약으로 끝을 내는 것처럼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 힘겨운 과정이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로마 기념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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