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TV를 켜면 프로그램 중에서 홈쇼핑 여행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홈쇼핑 쇼호스트들의 여행상품 소개는 한마디로 박진감과 긴장감이 넘쳐서 반드시 안 가면 후회할 정도로 입담이 좋다.
그러나 나는 쇼호스트들의 입담도 좋지만 화면에서 보여주는 여행지의 아름다운 그림이 너무 좋다. 일부 국가들은 이미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화면에서 보여주는 그림이 더욱 아름다울 정도이다.
혹자는 해당 여행국 관광청에서 제공해 주는 그림도 있다고 한다.
나는 모 여행사의 터키 여행을 신청하고 유사한 여행상품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비교대상은 옵션 중에서 선택관광의 차이, 금액, 쇼핑 횟수 등이다. 대부분 패키지 상품은 거의 유사한 편으로 여행사별로 크게 구분할 필요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출발 시부터 동행가이드와 함께 하는 것인가 아니면 현지에서 가이드를 만나는 것인가이다. 현지 가이드와 함께 하는 상품이라면 어떤 여행사든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나는 패키지여행상품중 선택관광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꼭 봐야 할 핵심 관광지는 대부분 선택관광 프로그램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패키지여행상품 가격은 제시되는 기본가에 선택관광요금 전액을 합하여 추산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물론 본인이 판단해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선택관광은 과감하게 제외하여야 할 것이지만...).
실제로 현지에 가서 선택관광 없이 기본 여행만 한다면 마치 보물을 보러 보물섬에 갔다가 보물상자 겉만 보고 오는... 그런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특히 유럽지역은 비행시간만 해도 편도 10시간 이상이다. 이렇게 장시간 이동하면서 간 여행국가 또는 도시를 대충 보거나 쇼핑이나 한다면 너무나 시간낭비, 돈 낭비, 체력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패키지여행을 간다면 풀 옵션 패키지여행을 권장하고 싶다. 또한 더욱 아쉬운 것은 기본 여행만 하고 선택관광요금보다 많은 비용이 드는 쇼핑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물론 명품 하나 잘 사면 본전 뽑는다는 말도 있지만 한국에도 다 있는 물건을불필요하게충동구매하는 모습들이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첫 번째 저녁식사 장소에 도착 후 식당 테이블 앞에 앉으신 노부부께서 '선생님은 선택관광을 몇 가지나 하실 예정입니까?' 하는 질문에 나는 '풀 옵션으로 하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하니 참 의외라는 표정을 보이면서 '너무 낭비 아닙니까?' 하는 답변이 바로 들어왔다.
나는 이 터키 여행의 선택관광을 분석해보니 선택관광을 빼고는 볼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저는 그 대신 쇼핑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에 앉은 노부부는 관광보다는 쇼핑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난 솔직히 우리 부부 이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남들이 무엇을 하든 내가 알 게 뭐야 하는 마음이다. 처음 몇 번 패키지여행을 갈 때에는 서로에게 가족처럼 정도 들고 공항에서 헤어질 때에는 애잔한 마음까지 들면서 명함도 교환했지만 결론적으로 너무나 얕은 인간관계라서 실망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다음날 노부부는 풀옵션 여행을 꼭 하는 이유를 되물으면서 자기 부부도 풀옵션 하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정말 잘 결정하셨어요? 많은 것을 눈으로 보고 많을 것을 가슴에 담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라고 힘을 실어 주었다.
우리 여행팀은 모두 열심히 다니면서 즐기는 여행을 하였다. 특히 카파도키아의 열기구 여행은 압권이었다. 당시 터키 테러 발생으로 미국인, 일본인들은 1명도 입국하지 않을 때 유럽인들은 이스탄불에서 카파도키아까지 국내 직항 2시간 타고 와서 열기구만 타고 갈 정도로 더 이상 군 말이 필요 없는 아름다운 곳이다. 물론 우리 일행은 이스탄불에서 앙카라를 통해 1박 2일에 걸쳐 힘겹게 카파도키아에 도착했다.
새벽 일찍 열기구 탑승장에 도착해서 차가운 기운이 엄습하면서 안전벨트도 없이 두려움 마음속에서 열기구는 창공에 높이 올랐다.
우리는 6가지의 선택을 모두 마친 후 마지막 이스탄불에서 관광헬기에 탑승하였다.
생전 처음 타보는 헬기는 유럽지구와 아시아 지구를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 위를 날고 있었다.
완벽한 선택관광으로 현지 가이드는 좀 조악하지만 풀옵션 기념 메달까지 수여하였다. 이때에 아내가 하는 말은 "풀옵션을 했으니 쇼핑을 안 해도 가이드에게 미안해야 할 필요가 없네"'라고 한다. 내가 생각해도 맞는 말 같았다.
옆에 있는 노부부는 기념 메달을 신기한 표정으로 만지면서 나에게 "선생님 덕분에 좋은 구경 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말에 "저도요"라고... 마치 우리끼리만 몰래 구경하고 온 사람들처럼 친근하게 대답해 주었지만 일부 선택관광을 함께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의 주변 시선은 그리 좋지 않다는 느낌이다. 약간의 부러움 반... 질투 반...
한버스 안에서 움직인 많은 사람들... 그러나 여행의 경험과 체감은 매우 다르다는 점을 느낀 패키지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