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북서쪽 노르망디 해변에 면적 3.97㎢의 작은 섬, 몽셸미셸(성 미카엘의 언덕) 수도원이 있다. 마치 바다 위에 홀로 솟아오른 마법의 성 같은 느낌이다.
나는 신혼시절 아내와 TV를 보면서 잠깐 비춰주는 대한항공 광고(지금도 국가별로 이미지 광고를 하고 있다)와 배경음악 "Wecome to my world"을 들으며 희뿌연 안개가 내려앉은 듯한 바다 위에 솟구친 몽셸미셸 성채의 고혹한 아름다움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언제 한번 꼭 가보자." 하고 약속한 기억이 있다.
나와 아내는 파리에서 출발하여 옹플뢰르를 거쳐 도빌에서 1박 하고 몽셸미셸 섬으로 향했다. 어느덧 나는 차창밖에 아주 조금 하게 보이는 몽셸 미셸을 보면서 내 심장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 저것이 몽셸미셸이네" 하고 옆에 있는 아내에게 손으로 가리키면서 내 마음속에서는 "아내에게 한 약속이 20년 만에 이루어지는구나" 하는 감격스러움과 약속을 지켰다는 나 자신의 대견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한걸음에 섬으로 들어가고 싶어도 몽셸미셸 섬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싶었다.
20년 전 대한항공 광고를 연상하면서 그때 느꼈던 그 기분으로 광고를 보는 자가 아닌 광고를 찍는 사람이 된 것 마냥 아내와 함께 한 장의 역사적인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하늘은 다소 흐렸다. 비가 올 것만 같았다.
비오기 전에 다 봐야 지 하는 마음에 몸도 급해졌다.
불어오는 바닷바람도 차갑게 느껴졌다.
정오가 되지 않았는 데도 흐린 하늘에 몽셀미셸은 초저녁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가 보니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커피와 음료를 먹고 신나게 이야기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꼬불꼬불 한 좁은 골목에 있는 작은 호텔들과 기념품점, 식당들을 지나 올라가 보니 로마네스크 양식의 라메르 베유 수도원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대기하는 데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듯 하다. 이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수도원에 들어와서 나선형을 계단을 올라갔다.
나는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면서 천 년 전의 사람으로 변신하며 그 당시 수도사가 되어 본다.
이 넓은 바다 위 작은 섬에 누가 이런 수도원을 세웠을까? 처음에는 아주 작은 수도원이 시간이 흐르면서 수차례 증축을 거듭하여 이렇게 아름답고 규모가 거대한 수도원이 되었다고 한다.
원래 몽통브라고 불렸던 몽셸미셸은 아브랑슈의 주교인 성 오베르가 어느 날 밤 대천사 성 미카엘이 나타나 이 섬에 수도원을 지을 것을 명하였는데 이를 무시한 성 오베르에게 재차 꿈에 나타나 분노 속에 손가락을 내밀어 머리 이마에 구멍을 내버리는 꿈에서 깨어나야 비로소 작은 예배당을 지웠다고 한다.
수도원 맨 꼭대기 탐은 성 미카엘 상이 있고 밑에 보이는 외벽은 군사요새와 같은 견고함과 단순함이 조화로웠다.
역사적으로 잉글랜드와 프랑스와의 백년전쟁(1337-1453) 때도 굴하지 않았던 몽셸 미셸의 외벽은 견고함과 나 풀 레웅 재위 기간에 국사범 감옥으로도 활용되는 등 숱한 굴곡을 이겨낸 몽셸미셸!
일본 만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이곳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조용히 눈을 감고 영감을 받으려고 노력했다. '그냥 아무런 영감이나 주세요'라고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