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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선 Feb 26. 2019

모네의 정원, 지베르니

프랑스 여행

나는 파리의 콩크드광장옆에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라는 그림을 보았는데 그림은 벽화 같으면서도 마치 두루마리 휴지를 길게 펼쳐놓은 듯 파노라마식 수련 연작을 구경할 수 있었다. 미술관은 자연채광을 이용하여 빛으로서 눈부심보다는 잔잔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나에게 비치는 햇살도 따듯했다. 빛에 비친 수련도 너무 아름다웠다.  나는 아내에게 "미술관이 왜 이리 엄숙하지?" 하며 '수련'그림을 감상하였다. 가까이보다는 좀 떨어져서 보는 것이 한눈에 잘 들어온다. 그림이 반형원에 가깝기 때문이다.

오랑주리 미술관 '수련'

 그런데 좀 단순하다. 넓고 길게 그린 그림이 모두 수련을 그린 것으로 이 그림들은 파리에서 약 75㎞ 떨어져 있는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수련 정원이 그림의 소재이자 배경이라고 한다.

우리 부부는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에 도착했다. 현지 어린이들이 체험학습을 왔는지 무척이나 떠들썩하다.

모네의 정원은 꽃의 정원과 물의 정원으로 2개가 있는데 약 2,400평 규모의 꽃의 정원은 계절마다 피는 꽃을 심어 봄, 여름, 가을 형형색색의 다양한 꽃들을 볼 수 있고 약 1,700평 규모의 물의 정원에는 다양한 수련이 여름마다 물 위에 피어오른다. 특히 물의 정원에는 일본식 다리가 놓여 있어 멀리서 보면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마네는 일본 우키요에에서 느낀 새로운 회화의 코드인 '평면성과 단순성'을 모네에게 전수하면서 캔버스는 평평하다.  

원근법을 버리고 원색으로 그리자!

단순함은 아름답다.

 디테일을 버리고 원색으로 그리자!(조원재, 방구석 미술관, 206페이지 인용)라고 이야기한다.

사실주의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는 야외의 강한 햇빛에서 물체는 입체감 없이 평평하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그림을 그렸는데  이러한 시도는 모네에게 매우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모네는 마네보다 더욱 빛에 대한 관념이 강해져서 '빛'은 모네의 모든 것이 된다. 지베르니의 정원 또한 그림의 재료가 된다.

태양의  강렬한 빛에 투사된 다양한 꽃들은 모네의 캔버스에 그대로 옮겨지는데 마치 사진기가'찰칵'하듯이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빛을 순간적으로 포착하고 물감은 원색으로 붓은 그리는 것이 아닌 점을 찍듯이 빠르게 눌러준다.

인상주의! 모네는 인상주의의 아버지인 셈이다.

모네는 프링스의 보수적인 살롱전을 거부하고 부댕, 드가, 르누아르, 피사로, 세잔느 등이 개최한 제1회 무명예술가 협회전(1872년)에 출품한 '인상, 해돋이'라는 그림을 보고 캔버스에 물감으로 물총질(모네의 미술 화법 : 붓으로 점찍듯이)했다는 비아냥 속에 이를 관람한 신문기자 루이 르로이는 '인상주의자들의 전시회'라는 조롱 어린 글을 '르 샤리바리'잡지에 기고하면서 인상주의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루이 르로이는

"인상, 그것은 확실하다. 나도 역시 인상적이라고 느꼈다.

인상이라도 느껴야만 한다.

이 얼마나 자유로우며 얼마나 쉽게 그렸는 가!

그림이 걸린 벽지의 밑그림도 이 작품보다는 더 완성도가 있겠다!"라고 비평했다..

이를테면 나도 그 정도는 그릴 수 있겠다는 조롱 섞인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기존 화실에서 그림 그리던 바르비종파 화가들과 달리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서 시각각 변하는 빛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하여 직접 자연 속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빈센트 반 고흐도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아를'로 달려갔고 이를 뒤따라간 폴 고갱도 인상주의 화가들이다.

물론 이 당시 튜브 물감이 나와서 실내에서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이유도 되겠지만...

빛의 정원! 모네의 정원! 모네도 이정원을 자랑하고 싶어서 많은 화가나 지인들을 일부러 초청하여 대접했다고 한다.

모네는 귀스타브 게 프루아에게 보낸 편지 일부분을 보면

"이 곳에 있는 정원은 무척 아름답습니다. 그대에게 이 정원을 구경해 달라는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정원은 지금이 한창때라서 한번 와볼 만합니다. 보름 정도가 지나면 모두 시들어 버릴 겁니다"라고 할 정도 모네는 자기 정원의 자부심이 무척이나 높았던 것 같다.



모네의 정원은 바로 모네의 화실이자 자연 속의 찬란한 빛을 포착했던 사진관의 사진기였다. 모네는 죽을 때까지 빛에 마술에 걸려 평생을 쫓아다닌 빛에 대한 사랑꾼이지만 노후에 백내장에 걸려 오히려 빛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였다.

모네의 화실

나와 아내는 모네의 정원을 둘러보면서 일본식 다리를 건너가 본다. 수많은 사람들도 이 다리를 건너면서 모네를 이야기할 것이다. 각자  쓰는 언어가 다르지만  "이 아름다운 정원에서 하루만 살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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