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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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그럭저럭 살기를 바란다.
행복하지도 딱히 불행하지도 않은 그런 일상적인 삶을 살다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기억의 한 조각이 네 견고한 삶에서 저 심연의 밑바닥으로 떨어지듯 흩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마트 영수증에 찍힌 바코드 따위를 보다가
스치듯 지나가는 잔상처럼 함께 쇼핑을 하던 누군가의 옆모습이 떠오르거나,
소파에 누워 편안하게 영화를 보다가
꺼진 조명 아래 화면에 반사된 빛 아래로 웃음소리가 떠오른다거나,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사진을 찍다가
하얀 입김이 나오던 어느 날에 손을 잡아주던 그 순간이 기억난다거나,
아침에 일어나 세면대 위에 칫솔을 보다가
다른 이가 좋아하던 색이 갑자기 생각나거나,
아파서 병원에 가던 날에는
감기에 잘 걸리던 언제 적의 타인이 떠오른다거나…,
찰나처럼 떠오른 것들.
그렇게 네 견고한 삶의 심연의 바닥에 점점이 흩어진 기억들이 무엇도 아니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지우고 지나가버리기를 바란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네 삶의 기억이 한 조각씩 떨어져 사라지고, 버려져서
결국 정말 무엇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길.
일상의 점들이 모여서 어느 날 세월의 선이 되었는데,
그 선이 좋은 순간들로만 기억이 되길 바라지 않을 뿐이다.
그건 거짓은 아니지만 완벽한 진실도 아닐 테니까.
나는 네가 그렇게…, 그럭저럭 살기를 바란다.
한 조각, 한 점.
그런 것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려 한 번씩 심연을 두드리며 흩어지고 다시 또 반복하고, 또 반복하길.
내 이런 바람이 네 나름대로의 그 견고한 삶에 한 줄의 균열이 되길 바란다.
이건 악담도 아니고, 그렇다고 축복도 아니다.
그저,
굳이 말하자면 새해 덕담 정도로 해 두자.
해피 뉴 이어.
새로운 해에도 네 삶은 그럭저럭 계속되고,
그 속의 균열도 아주 조금씩, 미세하게 계속되길.
……, 그리고 어느 날, 산산이 부서지고 남은 것이 부디 내가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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