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Be Your Love'
20160610
“같이 도망갈까?”
옥상에서 내려다 본 그 풍경은 그다지 놀랍지 않은 것이었으나, 내 옆에서 선 녀석의 말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갑자기 왜?”
점심시간이 시작 된지 십 여분 정도가 지난 후였다. 딱히 밥 생각이 없었고, 발걸음이 닿는 대로 걷다보니 역시나 옥상. 여기서 늘 마주치는 녀석이 있어서 대충 눈인사를 하고는 난간 앞의 주인 없는 책상에 걸터앉았다. 녀석은 먼지 많은 난간에서 살짝 떨어져 선 채 아래도 위도 아닌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루하게 지나가는 시간을 버티는 중이었고, ‘고3이란 이런 거구나.’ 생각하며 내 눈이 잠깐 동안 반짝이던 그 날이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날씨는 더워졌다.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 무성하게 짙어진 나무, 운동장을 목적도 없이 뛰어다니는 혈기 왕성한 후배들. 그런 것들을 보는데, 느닷없이 던져진 질문에 내가 되 물었더니 녀석이 그런다.
“…뭐, 그냥. 심심하니까.”
안경 쓴 그 무심한 얼굴이 담담하게 대답한다. 대답과 동시에 단발머리가 바람에 날리자, 까만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녀석의 하얀 손가락이 보인다. 조금만 더 심심하면 옥상에서 뛰어내리자고 할 것 같은 위험한 표정이다.
“선생님한테 혼나기 싫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반성문에 벌 청소에 다 해 봐서 아는데, 그거 진짜 귀찮아.”
“…하긴.”
싱겁긴. ‘혼나기 싫은 건 마찬가지’라면서 던진 말 치고는 모범생이라고 불리는 녀석이 먼저 할 말은 아니었다. 대답하는 내 말끝이 쓰다. 현실은 그렇게 쓰다. 그래서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대답한다. 녀석도 그런 모양이다. 이번에는 안경을 벗어서 난간에 곱게 올리고는 다시 아래를 내려다본다. 단발머리가 다시 바람에 날린다. 그늘 하나 없는 그 곳에서 한 참을 서 있는데 다리가 아프지도 않은 건지. 주인 없는 책상은 내 차지지만, 주인 없는 의자는 아직 아무도 앉지 않는다.
“다리 아프면 앉아. 의자 있어.”
“치마에 먼지 묻어.”
“아, 범생이.”
“뭐래. 책상에 앉는 양아치가.”
푸하. 바람 빠지듯 웃는 내 웃음소리에 까만 단발머리가 한 번 더 바람에 날린다. 아니, 내 웃음소리에 날린 건지도 모르겠다.
저 멀리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두 손을 뒤로 두고 몸을 지탱하며 눈을 감고서 바람을 느낀다. 예전에는 저 오토바이 소리를 가깝게 들으며 목적 없이 마구 달리던 때가 있었다. 남들은 나를 ‘양아치’라고 불렀고, 나는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그 누군가가 나에게 그렇게 말해줬다.
그게 언제였더라. 이제는 정말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가….
눈을 뜨자, 안경을 벗은 단발머리가 그 자리에 서 있다.
여전히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하얀 손가락도.
어딘가를 바라보던 시선이 이제 나를 향한다.
순간, 그 시선 때문에 말해 버린다.
“같이 도망가자. 나중에.”
아직도 서 있었다. 내 눈 앞에. 그대로.
“귀찮다며.”
“선생님한테 혼나지 않아도 될 때. 그 때 가자고.”
“졸업하고?”
“그 때도 범생이 네가 여기에 있으면.”
“뭐래. 그게 도망이야? 그리고 졸업하고 난 후에 어떻게 여길 또 와?”
툴툴거리는 말투, 나풀거리는 단발머리.
그런 네가 여기에 있으면…,
내 옆에 있다면….
그 때는 내가 먼저 말할 수도 있겠지.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 너 때문에.’
If I could take you away
Pretend I was queen
What would you say
Would you think I'm unreal
'Cause everybody's got their way I should feel
Everybody's talking how
I, can't, can't be your love
But I want, want, want to be your love
Want to be your love, for real
Everybody's talking how
I, can't, can't be your love
But I want, want, want to be your love
Want to be your love for real
Want to be your everything
Everything...
Everything's falling, and I am included in that
Oh, how I try to be just okay
Yeah, but all I ever really wanted
Was a little piece of you
And everybody's talking how
I, can't, can't be your love
But I want, want, want to be your love
Want to be your love, for real
Everybody's talking how
I, can't, can't be your love
But I want, want, want to be your love
Want to be your love for real
Everything will be alright
If you just stay the night
Please, sir, don't you walk away,
don't you walk away, don't you walk away
Please, sir, don't you walk away,
don't you walk away, don't you walk away
.
.
.
I want to be your love, love, love
레이첼 야마가타 -Be Be Your Love- 중
문득, 생각나서 순식간에 써 버렸습니다.
쓰고 보니 손발이 오글거리지만, 노래는 정말 좋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