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어떤 날
좋지 않아....
네가 그 아이의 손을 잡고, 그렇게 웃어주는 거 말이야....
아니,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지.
짜증 나... 아주 많이.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어.
왜냐하면 지금을 만든 사람이 나라는 사실 때문이지.
너희 둘을 서로 소개해 준 것도 나였고, 잘해보라고 여러 번 이야기한 것도 나였으니까...
왜 그랬냐면....
나도 잘 모르겠어.
그때의 나는 너를 어떻게든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구해주고 싶었고, 나로서는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네 옆에 그 아이는 나 보다 밝고, 맑고, 착하니까.
시도 때도 없이 널 괴롭히던 나와 달랐으니까.
너와 내가 연인이 될 가능성은 절대로 없었냐고 물어본다면, ‘없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린 그냥 친구였고, 난 그런 너를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았으니까.
학비 걱정에 가족 걱정, 늘 어두운 고민들만 나누는 사람이 아니라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우리에게는 필요했고, 우린 서로에게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
네 마음을 난 절대로 물어보지 않았어.
언젠가 그런 순간이 있었던 것 같지만, 천천히 지나가는 바람같이 우린 그 순간을 지나쳤어.
그래, 우리가 함께 보냈던 대부분은 바람 같은 날이었어.
너무 세차게 불어서 눈도 뜰 수 없었고, 눈물 난다고 말하려고 해도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현실의 쓰디씀에 서로를 돌아볼 틈도 제대로 없었던, 그런 폭풍 같은 날.
그러니까 넌,
그 아이와 함께 제대로 행복해.
이제 세찬 폭풍이 불던 날들은 잊고,
햇살만 느껴지는 그곳에서 제발 행복해져.
우리 둘 중 하나쯤은 이 현실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내가 짜증 나는 것쯤이야, 견딜 수 있어.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