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연’
#1. 이동 중 차 안에서
그 때요?
그때는 많이 어렸어요.
어, 너무 뻔한 시작인가? 그런데 사실이죠.
고작 18살이 갓 넘었던 남자애가 뭘 알았겠어요.
아닌가, 하긴....
지금 생각하면 이런 일을 하는데 뭐든 더 알아야 했었나 싶기도 해요.
그런데 어차피...,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또다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아마 똑같겠죠?
저라면 아마 똑같을 것 같아요.
모르고 싶은 건 그냥 넘어가고, 궁금해하지도 않겠죠.
그게 얼마나 위험하고 또 슬픈 일인지도 전혀 모를 거예요.
그때의 저라면, 아마 똑같이 그럴 것 같아요.
아니, 뭘 자꾸 돌아가 보라 그래요, 못 돌아가.
내가 뭐 시간 여행자야?
무슨 의미가 있어, 그게 지금....
알았어요, 알았어..., 아휴.
그래도 돌아갈 수 있다면,
ㅡ음,
지금의 마음을 조금은 가져갈 수 있다면.... 요?
그럼, 형에게 뭐든 말하고 싶어요.
무슨 말이 하고 싶냐구요? 글쎄요....
아! 지금은 아닌데,
그때 저희 차는 밖에서도 안이 안 보였지만, 안에서도 밖을 못 봤어요.
이렇게, 응? 햇빛이 좋은데!!....
아, 죄송해요. 말이 헛나왔어요.
리얼 인터뷰잖아요, 이거.
아니, 웃지 마요.
피디님이 너무 편해서 그런 거였어. 피디님 탓이야.
원래 이거 이런 컨셉 아니야? 아하하하....
암튼 이렇게 햇빛이 좋은데 햇빛 좋은 날 맑은 하늘도 못 보는 때가 많았다는 말이에요.
그래서 조금 더 우울했을지도 몰라요....
그때는 정말 그 좁은 차 안에 우리 밖에 없었어요.
좀 낯간지러운데..., 서로 밖에 없었지.
작다면 작은 그 공간에 우리 밖에 없었는데도 그렇게 말을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나이가 비슷하니까 늘 장난치고 놀 것 같으시겠지만,
아, 가끔은 그러기는 하죠.
그런데 거의 대부분은 뭐,
....사실 무대하고 연습실 왔다 갔다 하면 말을 할 에너지도 남지 않아요.
대부분은 이동 중에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러죠.
형은 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어요.
그때 당시만 해도 듣기 힘들고 구하기도 어려운 음악을 형은 많이 알고 있었는데,
...난 먼저 궁금해하지 않았어요.
가끔 형이 먼저 ‘이거 들어볼래?’라고 물어보면 들어봤어요.
그런 경우는 드물었지....
대부분은..., 형은 혼자 듣고 있던 음악이 전부였으니까.
아까 뭐 물어봤죠?
그때로 만약에 돌아간다면 무슨 말이 하고 싶냐구요?
그냥, 그냥....음.
그때 그 차 안에서 조용히 음악을 듣던 형한테
‘그 이어폰 빼고 나랑 이야기하자’고...,
그렇게 말할 것 같아요.
..., 으음..., 응.
..., 그럴 것 같아요.
형이요?
그때 내가 그랬으면 진짜 뭐라고 했으려나....
아마,
욕하지 않았을까요?
#2. 연습실에서
거기서 팔을 그렇게 뻗는데 어떻게 멋있어?
...어? 뭐래.... 크크크크크....
웃기죠? 쟤가 좀 웃겨요.
옛날에는 쟤랑 하루 종일 같이 붙어있으면 열두 번은 싸웠어요.
지금은, 음.... 지금도 싸우는데 옛날처럼 그렇게 치열하지는 않아요.
저희 둘이서 성향이 안 맞는 거지, 성격이 나쁜 건 아니에요.
그건 쟤도 인정했어요. 내 성격이 나쁜 건 아니라고.
..., 근데 쟤는 가끔 성격이 나빠 보일 때가 있어요.
성향이 맞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이기까지 좀 오래 걸린 것 같아요.
둘 다 약간 완벽주의? 그런 게 있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까 그런 부분은 비슷한 것 같아요.
근데 쟤가 완벽을 요구하는 부분이랑 내가 완벽을 요구하는 부분이 달라서 문제죠.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동갑은 우리 둘 뿐인데, 어떻게 해요.
미우나 고우나 친구인걸.
형이요?
형은..., 진짜 형이었죠.
리더형이랑은 좀 다른 게 있었어요.
한 살 차이가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크게 느껴지는, 뭔가가 있었어요.
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제보다 바로 위에 형제랑 많이 투닥거리잖아요.
딱 그런 느낌?
그런데 형은...,
가끔은 친구 같을 때도 있고 또 어떤 때는 엄청 어른처럼 굴 때가 있었거든요.
근데 또 반전은 뭔지 알아요?
우리 중에 눈물이 제일 많아서 팬들이 놀릴 정도였어요.
한 번 눈물댐 개방되면 멈추지를 못 하는 거예요.
완전 애기처럼....
처음 무대에 올라갔을 때도 그랬고, 콘서트 할 때도 그랬고.
뭐, 우리가 무슨 말했다고.
처음에는 막내가 먼저 울어서 달래주는 것 같더니,
돌아서서 자기가 더 펑펑 울고 있는 거야.
당황했지..., 당황했죠.
다음 무대도 해야 되고, 우리 팀 메인 보컬인데 목 잠기면 안 되잖아요.
아, 그 상황에서 그런 거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아니, 아니.... 나 냉혈한 아니에요.
감동도 좋고 감성도 좋은데 우리는 프로니까요.
하긴 그런 거 생각할 상황은 아니었죠.
막내 붙잡고 울다가 리더 붙잡고 울다가....
기어이 한 바퀴를 돌더라고, 그 형....
팬들은 소리 지르면서 같이 우는데,
누가 보면 마지막 콘서트인 줄 알았을 거야.
그때 제일 많은 관객 데리고 했던 콘서트였는데,
얼마나 역사적인 날이었는데....
아, 갑자기 생각났어요.
그때 형이 나 안고 울면서 뭐라고 했어요....
네? 아니에요..., 말 안 할래요.
그건 그냥 나 혼자만 알고 있을래요.
쟤한테도 물어봐요.
나 이제 연습해야 해요.
쟤 했어? 아니, 쟤 인터뷰했어요?
왜 인터뷰를 쟤가 먼저 했어요? 왜, 왜?
아니,
안 말할 거라니까요.
그건 그냥... 형이랑 나만 아는 추억으로 남길래요.
나중에 아주 나중에 또 이런 거 하면 그때....
아, 그때는 내가 쟤 보다 먼저 인터뷰하는 걸로 해요. 네?
# 3. 대기실에서
아, 머리가 또 떴어.
팬들이 또 놀리겠어.
아, 어뜩해, 어뜩해....
저 형 뭐래, 자기는 나이 안 먹은 것처럼.
나한테 나이 들었다고 자꾸 뭐라고 그래....
이거 지금 찍고 있는 거예요?
어, 어....
편집하실 거잖아요, 그쵸?
아니, 아니!
저 형 말 듣지 마시고, 꼭 편집해 주셔야 해요. 아셨죠?
누가 대기실에서 시끄럽게 소리 지르래?!
그만해, 그만.
저희가 같이 있으면 좀 어수선해요.
연습실이랑은 또 다르죠.
어, 보통 대기실에 있을 때는 리허설 끝나고 모니터 하거나 쉬거나....
네, 그렇죠.
옛날이랑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아요.
아, 아!! 주름 뭐야, 뭐라는 거야. 저 형, 또!
나가, 나가서 놀아. 나가, 나가.
..., 조용히 할 거야? 그럼 들여보내주고.
후배님들 다 볼 텐데 뭐하는 짓이야, 좀.
약속했다, 약속한 거다?
아니, 저희가 매번 이렇게 시끄럽지는 않아요.
옛날이랑 다른 점은 없어요.
예전에도 이랬어요.
그때는 대기실도 다른 출연자랑 같이 썼는데, 똑같았어요.
시끄럽... 큭... 네, 시끄러웠어요.
지금도 이런데 그때는.... 뭐.... 아시겠죠?
형이요? 어떤 형이요? 아...., 형.
형은 분위기를 주도하는 건 아니었지만, 맞춰준 것 같아요.
그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지나고 생각해보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형도 우리를 좋아해서 그랬을 거예요.
그건 분명해요.
싫은걸 하는 성격은 아니었거든요.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정말 아니다 싶은 건 단호하게 거절했으니까.
그 노래 있잖아. 그거..., 네. 맞아요, 그거.
노래 썼다고 했을 때 우리 곡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해서 살짝 서운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다른 가수가 부른 노래 들어보니까,
아, 우리 안 준 이유가 이거였구나, 그래서 안 준다고 한 거구나, 했어요.
처음 들었을 때요?
위로가 되는 노래인데,
왜, 그런 느낌 있잖아요.
우울한 노래를 듣고 보니 내가 우울한 건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
그래서 위로가 되는 곡?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
저희 노래 중에도 위로가 되는 곡이 많은데,
형은 우리가 아니라 다른 느낌으로 쓰고 싶었나 보다,
그냥..., 그렇게 생각했어요.
가끔 들어요.
자주는 아닌데, 아주 가끔.
형이 보고 싶을 때는 안 들어요.
형 생각하면서 슬프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가끔 그 노래가 듣고 싶은 순간이 있어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저희 직업이 정말 많은 영상들을 남길 수 있잖아요.
보고 싶을 때는 팬들처럼 그런 걸 가끔 찾아봐요.
네? 네.
실수했던 영상들 위주로, 네, 주로 봐요. 큭....
그러면 아주 순간적으로...,
전화하면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받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보고 싶을 때 자주 보는 영상이 있는데, 그건 뭔지 말 안 할래요.
그 영상 속에 있는 진짜 이야기는 우리만 아는 거니까..., 네?
아, 그 형도 그랬어요? 말 안 했어요?
큭큭큭, 나도 안 할래요. 그럼.
# 4. 작업실에서
... 저는 말을 잘 못해요.
라이브 방송 같은 거 보셔서 아시겠지만....
네, 네?
아..., 가끔 팬분들이 웃기다고 하기는 하는데 의도해서 하는 건 없어요.
리더라서 부담을 느낄 때요? 가끔?
아니, 아니. 생각해 보니까 없는 것 같아요.
우리 팀 애들은 다들 알아서 잘해요.
그래서 제가 리더로서 할 일은 많이 없어요.
그냥 제가 팀에서 하는 역할만 잘하면....
다른 애들은 인터뷰 어떻게 했어요?
네? 자연스럽게, 어떻게?
있는 그대로면 저는 말을 안 할지도 몰라요. 하하하....
질문을 계속하셔야 해요.
제가 혼자 말을 먼저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하....
음....
네....
그때는, 음....
팀에서 제가 유일하게 형이었으니까....
동생들한테 못하는 말들 저한테 한 마디 정도는 더 했겠죠?
제가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음..., 걔가 더 많이 했어요.
생각해보니까, 그랬더라고요.
같이 있으면 편했어요.
둘 다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니까.
동생들 있으면 많이 나서기는 했죠.
그래도 형이라고, 하하하....
근데 이제 뭐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끼리.... 하하하.
이거 우리 애들이 보면 나 또 욕먹겠다.
네, 오늘은 곡 작업을 하러왔구요.
아, 부자연스럽다구요?
그게 바로 접니다. 하하하.
저희 애들은 같이 작업실에 잘 안 와요.
다들 예민한 편이라서 녹음 작업할 때는 서로 보는 거 별로 안 좋아했어요.
어, 그런데 요즘은 좀 바뀐 것 같기도 해요.
일단 저부터..., 자연스러워졌다고 해야 하나?
동생들한테 욕먹는 게? 하하하하.
아니, 아니요.
진짜 욕하는 건 아니고. 대부분이 잔소리죠, 뭐.
변한 게..., 많네요.
생각해보니까.
예전에는 낯간지러워서 고맙다는 말 같은 것도 못했는데,
요즘은 생각나면 바로 말하려고 노력해요.
뭐, 이제는 말 안 해도 느끼는 부분이 더 많지만.
음, 네.
그런 것 같아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요?
어, 이 질문하셨던 거 아니에요?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는데요?
아, 네. 짜증 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럴 것 같았어....
그런 ‘만약’이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해요.
저뿐만 아니라 우리 애들 전부 ‘만약’이라는 말을 시작하면 너무....
너무....
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말이 없어져요. 네....
그래도 그때로 돌아간다면요?
끈질기시네요.
이러니까 짜증 낸 거구나. 하하....
지금 이 기억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그 밤에 혼자 두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네..., 음....
저는 말을 썩 잘하지는 못하니까,
그냥 같이 음악을 듣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아무래도 그랬을 것 같아요.
하아......., 거 봐요.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런 질문 하시면 이제 안 찍을래요.
그만 찍어요.
이제 끝!
-
물감이 번져 가는 듯
하루씩 또렷해져
거꾸로 시간이 흐른 듯
오히려 선명해져
기억의 강을 건너면
잊을 수 있을 거란
헛된 믿음도 헛된 희망도
이젠 버렸어
침묵의 메아리 그 속에 잠긴
메마른 두 입술 그 안에 담긴
길었던 이야기만큼
허무했던 우리의 안녕
익숙함이 준 당연함 속에
우리 사랑은 야윈 달처럼 희미해져
진심이 아닌 모진 독설로
그리 서로를 아프게 했던 시절
자욱이 쌓인 무관심 속에
우리 사랑은 시든 꽃처럼 초라해져
얼마나 소중한 줄 모르고
쓸쓸히 바래진
너와 나의 계절
.
.
.
그래 아직도 난 꿈을 꿔
짙은 어둠이 걷힌 후엔
아침 햇살 위로
빛나던 그날의 너와 나
재연될 거야
되물어 봐도 늘 같은 해답
길을 잃어버린 듯
여전히 널 찾아 헤매
태어난 순간
혹 세상이 시작된 날부터
정해진 운명처럼
되돌려보자 다 제자리로
우리 더는 정답 아닌 길로 가지 말자
다시 막이 오르는 무대처럼
눈물 났던 영화의 속편처럼
결국 이뤄지는 두 주인공처럼
샤이니 -재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