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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든웨이브 Oct 14. 2023

뿌리 감정 찾기

퇴사하고 저만의 루틴을 만들었어요

새벽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요가를 가는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침시간을 보내다 보니 눈을 떳을 때 나의 기분이 어떤지 가장 먼저 살피게 되요

요 몇일 기분이 엉망입니다


명상을 하고 요가를 하면서 조금씩 기분을 끌어 올려 하루를 살아가지만

혼자있거나 생각할 시간이 생기면 이내 곤두박질 쳐버려요

하지만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 저를 더 답답하게 합니다


'달때문인가?'

보름달이 지나고 초등달이 되어가는 달을 보며 괜히 탓을 해봅니다



그렇게 겨우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생각이 들다

오늘은 명상시간을 늘려 좀 더 깊은 곳으로 가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마음 먹었다기 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수 없겠다 심정이 컸어요


10분... 20분... 30분...

시간이 흘러가다가 마침내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남편...


남편이 육아 휴직을 한지 4개월째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는 이유로 휴직을 했지만

처음의 그 기대와는 달리 삶이 루즈해 짐에 무기력함을 느껴가고 있습니다


타인의 기분에 예민한 저는 그런 남편의 기분에 동요되어 같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남편의 기분을 좋게 해주고 싶다는 의무감도 같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감정이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과

남편의 우울한 감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끌어 올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공존하며

저는 방향을 찾지 못하고 혼자서 힘이 들었던 거예요


몇일 전 남편의 기분을 끌어올리려 남편을 이끌고 예전부터 하고 싶다는 목공클래스에 방문했을 때

남편은 저에게 말했어요


'너는 내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것을 기다려 주지 못하는구나

너는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이 부족해'


그때 그 말을 들으며 타인의 속도를 인정해주지 못한 저를 반성했죠

하지만 지금 돌아 보니 저도 너무 힘들었던거예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병수발을 들면 지친다고들 말합니다

특히나 저같이 타인의 감정에 예민한 사람일 경우엔 이러한 상황들이 저의 뿌리를 흔들어 놓습니다


남편의 감정이 힘들어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나혼자 잘살겠다고 남을 내팽겨 치는거라는 죄책감을 건들이고

남편의 감정을 끌어올려주고 싶은 마음 그 바탕에는 버림받기 싫은 두려움 이 있어요

이렇게 두려움과 죄책김이라는 감정이 저를 뿌리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건

제 감정을 찾으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요

그냥 기분이 좋지 않다고만 생각했을 땐 모든것에 다 화가 났습니다


팔리지 않는 꼬마빌딩에 화가나고

누가 시키는 일에 화가 났어요


그렇게 화가나는 감정들은 알아차리기가 쉬웠습니다

화가나는 일이 생길때마다 그 일들을 해치우면 모든것이 해결될 거라 생각했어요

다이어리에 해야할 일 목록이 가득채워졌습니다

팔리지 않는 꼬마빌딩은 신축을 해야겠다

시키는 일은 빨리 처리해야지 하며 부지런을 떨었음에도 다음날 눈을 뜨면 또 다시 우울한 감정이 저를 맞이 하고 있었어요


결국은 나의 뿌리 감정을 알아차려 주어야 해결되는 일이였던거죠




오늘 남편과 뭘 해야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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