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만 하면 괜찮을 줄 알았지...

무력감

by 골든웨이브

건물 리모델링을 마음먹으니 주변에서 업체들을 소개해주었다.

A업체는 3억, B업체는 3억 3천, C업체는 3억 5천만 원을 불렀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올라 34평 아파트 인테리어도 1억이 든다니, 건물 전체 비용으로 그 정도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저 팔기 위해 예쁘게 꾸미는 용도로는 부담이 큰 금액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차에 사무실을 오픈한 지인이 연락을 주었다. 최근 인테리어를 했는데 가격이 괜찮으니 한번 만나보라는 제안이었다. 방문해 보니 인테리어도 깔끔했고 가격도 좋다기에 견적이나 받아보자 싶어 그 업체를 만났다.

“2억 원 정도면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건물 리모델링 실적을 쌓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건물 리모델링 경험은 없었지만, 내 목적은 ‘팔기 위해 예쁘게 만드는 것’이었기에 전문성보다는 저렴한 가격이 우선이었다. 포트폴리오를 위해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점도 내게는 이득이라 생각했다. 공사를 하며 추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3억 원까지는 가지 않겠다 싶었다.

계약을 위해 만난 미팅날, 디자인 시안 설명을 듣는데 누군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처럼 마음이 찝찝했다. 하지만 ‘저렴하니까, 인테리어만 해두면 금방 팔리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 기분을 눌렀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불안함과 비용을 아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결국 계약을 했고 공사가 시작되었다. 비계가 설치되고 인부들이 들락날락했다. 비어 있던 건물에 사람 소리가 들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9월에 시작해 두 달이면 끝난다던 공사는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비가 온다는 이유로 계속 지연되었다. 결국 4개월을 넘겨 1월에야 마무리가 되었다. 공사가 끝난 날, 하얗게 칠해진 외벽과 깨끗한 내부를 보니 이전의 곰팡이 핀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비용이 3천만 원 정도 올라가긴 했지만 이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하며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때만 해도 이 사람들을 1년 넘게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인테리어를 마친 뒤 분위기를 살피려 주변 부동산을 찾았다.

“계엄령 이후로 사람들이 없네요. 경기가 너무 나빠졌어요.”

인테리어를 하는 사이 터진 계엄령으로 길거리엔 사람이 없었다. 빨리 팔고 싶은 마음뿐이었지만, 언제 매매가 될지 몰라 임대든 매매든 뭐든 해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왔다.

더욱더 나빠지기만 하는 분위기에 돌아오는 길은 참 처량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이후였다.


25년 4월, 공사가 끝나고 처음으로 비가 왔다. 창문 틈으로 비가 조금씩 새어 들어왔다. 공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조치해 달라고 업체에 이야기했다. 하지만 누수를 잡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업체는 오래된 건물이라 외벽 구멍이 문제인 것 같다며 그쪽을 막고 돌아갔다. 금방 잡힐 거라 생각했지만 비가 올 때마다 물 새는 양은 오히려 늘어났다.

매번 외벽 문제라며 새로운 조치를 취하고 갔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장마철이 되자 물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내부 바닥은 물바다가 되었고, 벽과 바닥은 다시 곰팡이로 가득 찼다.

인테리어 비용에 매달 이자 1200만 원씩 나가고 있지만 매매도 임대도 할 수 없는 상황

인테리어를 하기 전보다도 더 최악의 상황이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모든 걸 놓고 싶다가도 내가 벌인 일이니 해결해야 된다는 책임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현장으로 향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걸레와 바가지를 들고 한 시간씩 물을 퍼내는 것뿐. 그거라도 해야 살 것 같았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가지고 있던 여유돈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기에 아이들 학원을 하나씩 줄여나가야 했다


업체도 슬슬 지쳐가는 눈치였다

시간이 흘러도 물이 잡히지 않자 업체는 노후 건물 탓을 하며 슬슬 발을 빼기 시작했다.


업체만 믿고 기다릴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