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해결만 6개월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by 골든웨이브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업체가 발을 빼기 시작하자 스스로 이 일을 해결해야 됨을 아니 그럴 수밖에 없음을 알았다

진작에 이런 마음가짐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상황이 벼랑 끝에 몰리고 나서야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에너지가 너무 고갈되어 있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이 모든 과정을 복기해 보기 시작했다

건물을 샀던 그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결론은 명확했다

모든 것에 명확한 계획이 없었고 성급했고 무지했다

월세를 받는 건물주를 꿈꾸며 이 투자를 시작했지만, 단기간에 오르는 시세차익에 눈이 멀어 수익형 부동산이라는 본질은 보지 않은 좋지 않은 입지의 물건을 투자했고

공실이 지속됨에도 임차인에게 유리한 인테리어보다는 그냥 보기에 괜찮은 저렴한 인테리어를 선택해 팔려고만 했다


하지만 실수했다고 자책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 상황에서 배움을 얻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현명한 선택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옥상에서 누수가 있는 게 아니라면 이렇게 까지 물이 샐 수 없어’


업체 측은 옥상 방수는 완벽하다며 절대 그쪽 문제는 아니라고 장담했지만, 나는 더 이상 그들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옥상 배수구를 막고 옥상을 수영장처럼 물로 가득 채워보았다. 그러자 내부로 물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결국 원인은 옥상 방수 부실, 명백한 부실공사였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원인을 찾지 못했던 것은,

업체는 이 문제가 오래된 건물 탓이길 바랐기에,

자신이 공사한 옥상은 보지 않고 오래된 건물 외벽만 바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피해액이 너무 컸기에 소송을 해볼까란 생각도 했지만,

법정에서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 또한 기약 없는 싸움이 될 터였다.

문제 되는 부분은 다시 공사해 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하고 업체와는 정리를 했다


누구에게나 핑계는 있었다. 재공사를 하러 온 업체는 "사장님이 공사비를 너무 깎으려다 보니 사단이 난 것"이라며 마치 자신도 피해자라는 듯 말했다. 세상에는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도 전문가답지 못한 사람이 너무나 많음을, 그리고 그것을 걸러내지 못한 나의 무지를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결국 인테리어 비용 1억 원을 아껴보겠다고 버티다 공사 기간은 늘어졌고, 누수 문제로 6개월을 더 허비했다. 아끼려던 비용은 고스란히 이자 비용으로 공중분해 되었다. 차라리 그 돈을 인테리어에 제대로 썼다면 건물은 훨씬 번듯해졌을 텐데. 후회해 봤자 이미 늦은 일이었다.


공사를 시작한 것이 2024년 9월, 누수를 잡고 마무리한 것이 2025년 9월. 그렇게 허무하게 1년이 흘렀다. 다시 임대를 내놓았을 때, 시장의 분위기는 1년 전보다 훨씬 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신이시여,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은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줄 아는 지혜를 주소서..."


기도문처럼 마음을 다잡고 보니, 건물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아기 코끼리는 어릴 때 발목이 밧줄에 묶이면, 훗날 밧줄을 끊을 힘이 생긴 어른 코끼리가 되어서도 도망가지 못한다고 한다. 내가 딱 그 꼴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거시경제를 파고들고, 사람들을 만나고, 겸허한 자세로 조언을 구하며 나를 묶고 있던 끈을 풀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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