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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듯 Dec 31. 2022

저 그거 개발해봤어요!

저번에 했을 때는 잘 됐는데..

대학에서 시작된 개발 공부가 벌써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10년 동안 한 가지를 배웠으면 웬만한 분야는 학습을 끝내고 더 깊은 부분을 탐구해야 하는 시기인데, 아직도 개발을 다 알지 못한다.


개발에는 세부 분야가 많다. 클라이언트, 서버, 데이터, AI 등 대분류가 있고, 거기에 더 많은 소분류가 존재한다. 모든 분야를 다 아는 건 불가능하니, 대부분 개발자들은 한 가지 분야를 전문으로 다룬다.


개발자가 알아야 하는 건 대분류도 아니고 작고 작은 소분류에서도 단 한 가지 분야이다. 그런데 그것마저 다 학습하지 못한다. 그 작은 소분류안에서도 매년 신대륙이 생겨나고, 배워야 할게 계속 쌓인다. 그러다 보니 겉핥기로 알고만 있는 것들이 쌓이게 된다.


그거 할 줄 알아요. 해봤어요!


이런 이유로 대부분 학부에서는 겉핥기식으로 학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년이라는 기간 동안 개발에 있는 대분류들을 모두 훑고 지나가려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열심히 커리큘럼을 따라다닌 사람들은 졸업을 하고 바로 취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사수에게 업무에 대해 몇 번 듣고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을 때 느끼는 게 있다. "나 이거 해봤는데?" 그리고 굉장히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자부심이 생긴다. 일정을 들었을 때도 "저 이거 한번 해봐서 일정 내에 완성할 수 있습니다." 하고 당당하게 말한다. 당연히 사소한 변경이다. 제대로 된 사수들은 신입에게 어려운 걸 시키진 않는다.


그렇게 개발에 들어가서 일정을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우리에겐 스택오버플로우가 있고, 그곳에는 모든 것이 있다. 일정도 맞췄고 결과물도 괜찮다면 스택오버플로우에 복사 붙여 넣기를 하더라도 아는 거라고 해도 되지 않나? 운이 좋지 않은 대부분은 일정에도 못 맞추고, 동료들의 코드 리뷰를 통과하지도 못할 것이다.


다 아세요?


아는 것이 많아져도 스택 오버플로우와 멀어질 수는 없다. 멀어지고 나면 평생 개발을 안 하겠다는 의미일 정도로 개발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다. 경력이 쌓이고 있지만, 스택오버플로우를 열지 않고 넘어가는 주간은 쉬는 날 뿐이다.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코드를 외우는 건 불가능하고 모든 걸 깊게 파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경력이 몇 년이 되는지는 상관없다. 기술이 진화하고 있으니, 매년 모두의 출발선은 리셋된다.


그럼 개발에서 "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는 언제일까?


보통 해본 것들은 "안다"라고 말한다. "컴퓨터 조립해 봤어!"는 "컴퓨터 조립할 줄 알아"와 같다.
하지만 개발 분야에서 "해봤어요"라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해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다. 요즘은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개발이란 걸 해본다. 많은 사람들이 파이썬으로 크롤링이 하고, 엑셀을 만든다. 개발에서 "안다"는 것은 단순히 코드가 작성할 줄 아는 게 아니라 동작을 이해하고, 현재 서비스에 녹이는 응용이 가능해야 한다. 개발할 때는 스택오버플로우를 보든 말든 상관없다.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는 못했지만 해본 개발자와 안 해본 개발자의 차이는 크다.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둘 다 "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진짜로 "아는" 개발자. 현재 상황에서의 기술을 이해하고 있는 개발자는 기술에 필요한 조건을 어떻게 맞춰나갈지 또는 타협을 할지. 어떤 순서로 작업을 진행해야 할지. 개발 중간에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고려할 수 있다. 그것도 코드를 작성하기 전에 파악한다. 그리고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티가 나고, 다른 누군가가 그들이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이런 기준이 세워진 뒤로는 쉽사리 아는 척을 할 수가 없다. 금방 들킬 것을 알고 있고, 성장에 도움 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해본기만 한 것이라도 티 내고 싶을 때가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코로나가 개발자들에게 원격의 시기를 열어주었다. 채팅으로 대화하다 보니 우리 앞에는 항상 컴퓨터가 있다. 그곳에는 인터넷이 있고, 모든 걸 알려주는 스택오버플로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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