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적응하는 그 이름 "인간"이여
아이를 낳고 키우며 확 달라진 환경에 나는 나름 적응을 하며 진화 비슷한 경험을 하는데..
설명서라는 건 제대로 읽어 본 적 없는 난데 이케아 가구 조립쯤은 혼자서도 거뜬히 해내는 나
아이가 낮잠 잘 타이밍만 기다렸다 혹시 깰 까 봐 조용히 박스를 뜯고 부품을 모으고 경건한 마음으로 step1부터 차근히 시작한다.
완성 후의 뿌듯함과 혼자서도 잘한다며 점점 더 집안일에 손을 떼는 남편은 덤.
요즘 "해이지"병에 걸린 딸은
자꾸 나에게 다양한 역할과 대사를 시킨다.
"엄마~마녀처럼 해이지~"
"공주님 오신다~~~ 해이지"
"엄마 박수 쳐이지"
"표정도 마녀처럼 해이지"
그걸 또 시키는 데로 너무 열심히 하는 나..
걸어서 가면야 힘은 안 들겠지만
돈과 시간은 더 든다.
저거 사줘 사거 사줘~~
함 사세요도 이보단 빠를 것.
내 눈엔 다 똑같은 로봇도 이름이 저마다 다르고 시즌이 다르고.. 산걸 또 사주고 또 사주고..
너무나 일상인 듯 "이거 해줘~"라는 아들 부탁에 커피를 마시면서 우아하게 변신을 끝내는 언니의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이는 것!
바른길 곧은 마음 배려 사랑 양보를 가르치기엔
나부터가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지만
내가 못하니 너도 하지 말거라~~ 참지 말거라~~
할 수 없는 노릇
그래도 가끔 너에게 바른길 바른말만 해가며
혼낼 땐 나도 뜨끔 할 때가 많아-
좀 쓰러져있어도 탓 안 할 테니 제발 꽁꽁 철사로 뒷까지 묶어두는 것좀 안 할 수 없나요
장난감은 포장을 푸는 순간부터 인내심을 시험하더니 기껏 다 만들면 건전지가 불포함이라며 가족 중 한 명은 꼭 편의점을 보내버린다.
고장은 왜 꼭 한 번씩 나는지
집에 사이즈별 종류별 드라이버를 잘 보이는 곳에 구비하는 내 모습.
위에 적은 연기 천재와 통하는 부분인데 기복이 좀 있다 어떤 날은 너무 읽어주기 귀찮아 염불 외는 느낌으로 중얼중얼 속독하고 끝내버리고 필 받는 날은 한 장 한 장 섬세하고 집중해서 1인 다역을 소화해 내기도 한다 한 번은 내가 너무 성우 같은 간드러진 목소리로 전혀 다른 사람 같이 읽으니 옆에서 딸이 엄마 아니냐며 무섭다고 운 적도 있다 나는 너무 만족스러웠는데 왜?
놀이터나 소아과 대기 중 혹은 어린이집에서 본~것 같은데~~~ 싶은 정도 사이여도 너무 쉽게 친해지는 친화력. 실컷 수다 후에 간혹 마음이 잘 맞으면 번호교환까지도 하는데 나는 항상 나를 "낯가림이 심하다"라고 소개한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흠흠
인간은 닥치면 하고 또 환경이 바뀌면 적응도 하나보다 아직도 못하는 것들이 많이 억울하고 내려놓고 싶지 않은 게 많은 아줌마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살려고 이왕이면 조금 행복하고 조금 재미있고 싶어서 오늘도 적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