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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엘 Dec 15. 2021

00.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까지

인턴, Research Assitant, 게임 사업 PM까지

10 to 7. 판교에서 퇴근해 저녁 먹고 그러면 9시다. 주에 2~3번 화상 영어를 진행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 유튜브 시청과 게임이 생산적인 취미이지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일상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21년도 11월에 게임회사 사업PM으로 취업되기 전,학기 중에는 미국 스타트업, 졸업 후 6개월 동안 컨설팅 중소기업에서 일했다. 이 글에서는 현재가 아닌 과거의 두 경험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미국 스타트업 경험을 통해 업무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운 좋게 정부 주관 프로그램에 합격하여 타트업에서 5개월간 일할 수 있었다. 미국 인턴은 보통 무급으로 알고 있고 나도 무급이었다. 정부 지원금 때문에 미국 생활하는데 큰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다른 무급 인턴 참가자와 다르게 월~금 출근에 9 to 5였다. 버스로 출퇴근하랴, 밥 사 먹으랴 너무 힘들었다.


내가 다니던 곳은 스타트업이어서 두 명의 상사와 CEO밖에 없었다. 어떤 시스템을 갖기에 아직 규모가 작지만 매주 금요일마다 CEO가 자신의 개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물어보거나, 내가 상사에게 질문을 하면 친절하게 답해주는 등 나를 성장시켜주는 원동력이 충분히 존재했다.


인턴으로서 특별히 스킬을 배운 것은 없다. 3D 프린터 청소, 자원 봉사자 관리, 문서 제작, 화이트보드 꾸미기, 창고 정리 등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향후 커리어에 도움 되는 일은 전무했다. 하지만 이 한 가지를 깨달은 것으로 그 모든 사사로운 단점들을 상쇄시켰다. 바로 업무에 대한 자세이다.


주어진 일만 성실히 하는 것이 아닌, 그것을 넘어 나만이 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기


상사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그것이 인턴의 최우선 책무라 생각했고 그렇게 수행했다. 하지만 상사로부터 '주어진 업무는 잘하는데, 한 번 그 이상의 것을 시도해봐'라고 들은 순간 생각을 완전히 바꿨다.


생각해 보니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주어진 업무를 하는 것은 현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고 그 이상을 하는 것이야 말로 회사 발전에 일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계속 주어진 업무만 하면 상사는 나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따라서 그 충고를 들은 이후로 내가 생각하기에 회사에 필요한 일을 List up 해서 상사에게 보고하고 Pass 된 것을 행했다. 이전과 다르게 좀 더 자기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고, 질문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해당 경험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고 내 취업 자소서의 메인 경험이 되었다.



국내 중소기업 경험을 통해 업무 스킬을 배울 수 있었다


졸업 후, 한 달 뒤 국내 컨설팅 중소기업에 Research Assistant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중소기업에 들어간 이유는 졸업 후 시간을 공백으로 채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스타트업에 경험이 너무 좋아 작은 기업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그 환상 이제 전혀 없다). 그래서 국내 중소 컨설팅 기업을 선택했다.


당시 컨설팅 회사에 대해 잘 몰랐지만, 배우는 것이 많을 거라 추측했다. 사회인이 주로 사용하는 엑셀 프로그램에 대해 많이 다룰 것 같았고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것이 자소서 경험으로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해당 추측은 맞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기업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당연히 모든 중소기업이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다닌 기업만 말하는 것이다. 개인 노트북을 쓰는 것은 당연하고 식대도 주지 않으며 야근 수당도 없다. 사실 이것까지 용인할 수 있는데 문제는 '사람'이다. 윗사람들이 최악이었다. 15분마다 그 좁은 사무실을 돌아다니면서 계속 쓸데없이 말을 걸거나, 30분마다 담배를 피우러 옥상에 올라가거나, 고객사 뒷담에 동조해야 하는 등 최악의 요건은 다 갖추고 있었다. 나와 동기가 말하는 이 회사의 장점은 '윗사람들이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정도로 장점이 없고 단점만 있었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게임회사 사업PM이 될 수 있었다.


내가 이 회사에서 배운 것은 바로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다.


하루 종일 엑셀을 돌리고 장표(PPT 슬라이드)를 만들면서 어떻게 데이터를 분석해야 효과적인지, 그 분석한 내용을 장표에 어떻게 표현해야 상대방이 잘 이해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나를 많이 성장시켰다. 이 경험을 토대로 사업PM 사전과제 포트폴리오도 잘 제출할 수 있었고 합격도 쟁취할 수 있었다.



이왕 하는 것 사기업 주관 컨설팅 하자


위의 두 경험을 통해 업무 자세와 업무 스킬을 배울 수 있었고 이것을 현 직장에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험을 상기하면 매일 같이 '사람들은 정말 최악이었어'라고 말하지만 항상 마지막에 '하지만 다닌 것을 후회하지 않아'라고 말한다.


혹시 우연히 이 글을 본 당신이 자신도 단기적으로 국내 컨설팅 중소기업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다면, 사기업 주관 프로젝트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공기업과 사기업 컨설팅 비용은 천지차이며, 컨설팅의 깊이가 다르다. 공기업 주관 컨설팅은 저렴한 비용으로 나라장터를 통해 수주를 하기 때문에 컨설팅 자체가 많은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컨설턴트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사기업 주관 컨설팅을 선호한다). 따라서 면접에서 기회가 온다면 내가 어느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냐고 질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말 안 해줄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짧게 다닐 것이고, 밑져야 본전이다.


사실 나는 국내 컨설팅 중소기업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컨설팅 업계 자체가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내가 다니던 곳은 조직 문화까지 별로였기 때문이 성장하고 상관 없이 그냥 다니기 너무 싫었다. 미국 스타트업 경험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에 대해 환상을 가졌는데, 그것이 철저하게 무너졌을 정도이니 말이다.


컨설팅 내용과 정신 건강을 고려하여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몇 줄 적기도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길게 적어 깜짝 놀랐고, 재미있다. 글 하나 적은 것 뿐인데 일상이 달라진 것 같다. 지금은 과거의 경험을 서술했지만 이제는 현재의 경험을 서술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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