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배우는 숫자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

by 리즈

재래 시장은 중국어를 잘 못하는 나에게 고난이도 레벨이었다.

여러 손님을 상대하느라 바빠 빠르게 뱉어내는 상인들의 말투에 사투리까지 더해지면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그래서 재래시장은 중국 생활 고수들만 가는 곳이라 여겼다.


중국 생활 서너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바코드만 찍으면 계산이 되는 마트를 이용하다 무슨 자신감인지 혼자 시장에 갔다.


얼마만에 가는 시장인가.

싱싱한 채소와 과일 냄새와 흥정하느라 시끌벅적한 소리가 어울려 사람 사는 냄새가 밀려왔다.

나는 한국에서도 시장 구경을 좋아했었는데 중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그동안 잊고 지냈다.

천천히 시장을 둘러보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새벽시장 풍경



한바퀴를 크게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가게를 정했다.

살짝 긴장한 채로 이게 얼마야? 多少钱두오샤오치엔?하고 물었다.

무슨 숫자를 이야기하길래 이,얼, 싼, 쓰…세어가며 흡사 듣기 평가 과정을 거쳐 가격을 알아내야만 했다.

二十五얼스우..그러면..이.십…오? 뭐? 하나에 25원??

재래시장이면 더 싸야지 뭐가 이렇게 비싸?하고 깜짝 놀라 돌아섰다.


나중에 지인들에게 이야기했더니 한개 가격이 아니라 1근(중국의 무게 측정 방식 1근=500g) 가격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고, 깜짝이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씌운다고 오해할 뻔 했네.

물건도 싱싱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다시 시장에 도전해 봐야겠다 마음먹었다.


며칠 후 재도전을 위해 시장을 찾았다.

이번엔 실수하지 않고 1근의 가격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물건을 담아 무게를 측정했다.

얼마야?하고 다시 물었더니 “스이” 한다.

다시 듣기 평가 시작..스十..성조가 올라갔으니 쓰四! 4는 아니군. 그러면 이,얼,싼,쓰…10이다.

12원이구나 하고 12원을 결제하려고 하니 주인이 틀렸다고 손을 급하게 휘젓는다.

아니 또 무슨 일이지?하고 당황스러워 쳐다보니 양쪽 검지 손가락을 세워 11이라고 알려준다.


또 실수.

중국어로 숫자 1 은 “이一”라고 발음이 되는데 한국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이”라고 들리니 숫자 2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11원인데 12원이라 계산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는 것.

재래시장이라 1원, 2원의 차이지만 단위가 커지면 문제가 달라진다.

산 넘어 산이다.


시장에서는 1과 2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소수점이 나왔다.

학교에서도, 온라인강의에서도 소수점은 안배웠는데 난감하다.

소수점은 한국으로 치면 1원 단위인 셈인데 한국은 10원에서 절삭하지만 아직 중국은 1원단위까지 계산해야한다.

이렇게 하나씩 배운다.


1원 2원도 못 알아 듣던 내가 이제는 “피엔이디얼바便宜点吧“ 싸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

이제 눈치껏 바가지는 쓰지 않을 수 있다.


어학당에서 마트 가는 방법은 배울지 몰라도 재래시장에서 흥정하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현실에서 부딪혀야 배운다는 옛말 하나 틀린게 없다.

오늘은 무엇을 배우러 나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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