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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Nov 07. 2023

아, 내가 돌아왔구나

병원일은 싫어요 했던 내가 돌아온 직장

6년 만에 일을 시작하게 된 곳은 요양원이다.

요양병원도 아닌 요양원이라니... 사실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곳이다.

솔직히 말하면 병원 쪽으로 일을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여러 번 말해왔었다.

겉으로는 내가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픈 사람을 마주 할 자신이 없다는 그럴싸한 핑계를 댔지만 그냥 쉬고 싶었다. 퍼스널 브랜딩이며 글쓰기며 내가 하는 일로 제2의 직업을 찾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제2의 직업을 찾기 전에 통장의 잔고가 나를 움직이게 했다.


인수인계를 받으러 요양원 문을 열고 치료실로 들어오자 창문으로 요양원의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초록의 소나무와 잘 가꾸어진 노란 꽃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사방이 꽉 막히고 쾌쾌한 냄새가 풍기는 지하에 위치한 치료실부터 가장 꼭대기층에 위치한 치료실까지 여러 곳을 경험해 보긴 했는데 정원이 1층인 치료실은 처음이다. 창문에서 눈을 떼자 베개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올려진 침대와 각종 치료기구들이 어우러진 익숙한 풍경이 그제야 들어왔다. (참고로 나는 물리치료사다.)


개인 사정으로 갑자기 그만두게 된 전임자는 일이 많이 힘들지는 않을 거라며 어르신들의 상태를 알려주겠다며 나를 데리고 생활실로 올라갔다. 다시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과 몇몇 어르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익숙한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콧속으로 들어왔다. 정형외과, 재활병원, 요양병원을 지나온 내게 결코 유쾌하지는 않지만 너무도 익숙한 냄새다. 약품 냄새와 사람들의 체취, 공간에서 나오는 냄새가 뒤섞인 병원에서만 맡을 수 있는 냄새다.

'아, 내가 돌아왔구나.'




입구에서 가까운 방부터 돌며 어르신들의 불편한 부위와 특징을 전달받았다. 방 번호를 적으며 이름과 특징을 받아적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일한 가닥이 있었으니 6년의 공백쯤이야 넘기려 했는데 굳어버린 내 머리와 몸이 공백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병원과 다른 점은 환자분이라는 호칭 대신 어르신이라 칭하고, 병실이 아닌 생활실이라 부른다. 치료를 위한 곳이 아닌 생활하는 곳, 집과 다름없는 곳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처음엔 익숙지 않아 "환자분, 병실로 올라가실게요."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좋아하지 않으셨다. 나는 멀쩡한데 아픈 사람 취급하면 싫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니까... 

의식적으로 호칭을 열심히 바꿔 불렀고, 병원과 다른 시스템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도 평소 갖고 있던 요양원에 대한 이미지보다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그럼에도 적응 초기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얼굴 익히기였다.


#워킹맘#재취업#요양원#물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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